ⓒ 삼성라이온즈 제공

[스포츠니어스|이정원 인턴기자] 삼성라이온즈의 기둥 박한이의 야구인생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듯 하다.

지난 27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베테랑 박한이가 결국에는 은퇴를 결심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27일 “박한이가 이날 오전 자녀 등교를 위해 차량을 운전하다가 귀가 도중인 9시경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서 접촉사고가 났다”라면서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065%로 면허정지 수준으로 측정됐다. 그리하여 박한이가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은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한이는 구단을 통해 “전날인 26일 키움전을 마친 뒤 자녀의 아이스하키 운동 참관을 갔따가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다.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내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징계나 봉사활동 등 어떠한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지금은 그저 팬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한이는 26일 키움전에서 특급 마무리 조상우를 상대로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팀의 4-3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당시 박한이는 9회말 2사 주자 1,2루 상황에 대타로 출전했다. 하지만 그 경기가, 그 안타가 박한이의 마지막이 될 것으로 모든 이들이 예상하고 있다.

박한이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성실함이었다. 그는 2001년 삼성에 입단해 올 시즌까지 줄곤 삼성에서만 뛰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안타(통산 2174안타)를 친 선수도 양준혁, 이승엽이 아닌 박한이다. 역대 경기 출장 4위(2127경기), 득점 4위(1211) 등 통산 기록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그는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리며 후배들에게 귀감도 됐다.

특히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2005~2006년, 2011~2014년의 삼성의 7차례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역대 삼성을 거쳐간 선수 중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선수도 박한이다. 그는 FA 계약 때도 ‘먹튀 계약’, ‘거품 논란’ 등에 논란 한번 없이 팀을 위한 계약, 자신보다는 후배들의 계약을 더 챙겼다. 그런 그를 삼성 팬들은 ‘착한이’, ‘저평가의 끝판왕’이라 부르며 그를 칭찬했다. 이런 그를 보고 삼성팬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은 박한이를 영구결번 후보로 꼽혀왔다.

하지만 음주운전 한 번으로 영구결번 물론 은퇴식, 코칭스태프, 연수 등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날아갔다. 특히 KBO리그에선 14명이 선수들이 영구결번 영예를 누렸다. 삼성에선 이만수, 양준혁, 이승엽이 영구결번으로 기록돼 있다. 박한이가 이번에 15번째로 될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한 순간에 날아가버렸다. 최근 KBO리그는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높아졌다. 모든 구단들이 민감하다. 올 시즌에도 LG 윤대영, SK 강승호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고, 각 구단은 곧바로 임의탈퇴 처리했다.

올해 만40세인 박한이의 나이를 고려해보면 현역 경력은 사실상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올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면 가을을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을 박한이었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다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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