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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창원=곽힘찬 기자] 아쉽게도 기적은 없었다. 앞서 ‘기업 구단’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조 1위를 확정짓고 16강에 올랐지만 시도민 구단인 대구FC와 경남FC는 최종 6차전까지 피 말리는 싸움을 펼쳤다.

특히 경남은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불가능했다. 최종전을 이긴 뒤 같은 시간에 펼쳐지는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산둥 루넝(중국)의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경남 선수들은 90분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경기에 임했다.

일단 경남은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을 가까스로 1-0의 스코어로 격파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적은 없었다. 가시마가 산둥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했다. 경남 입장에서는 홈에서 가시마를 상대로, 원정에서 산둥을 상대로 당한 역전패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대구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원정에서 파울리뉴에게 통한의 헤더골을 허용하며 0-1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로써 대구는 3승 3패를 기록하며 3승 1무 2패가 된 광저우에 조 2위 자리를 내주며 아쉽게 ACL의 도전을 마감하게 됐다. 무승부만 거둬도 16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광저우 특유의 습하고 더운 날씨와 텐허 스타디움의 기세가 워낙 강했다. 지난 시즌 KEB하나은행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꿈만 같던 ACL에 참가하게 된 대구의 ACL 일정은 여기까지였다.

K리그 팀들이 ACL에서 전원 16강에 오른 것은 4년 전의 일이다. 지난 2015년 ACL 당시 K리그는 전북 현대, 수원 삼성, 성남FC, FC서울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만약 올해 4년 만에 K리그 팀 모두가 16강에 올랐다면 더 의미 있는 해가 될 수 있었다. 사상 첫 출전이면서도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도민 구단인 대구와 경남이 기적을 연출했다면 그 어떤 것보다 감동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사실 ACL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이들은 시도민 구단의 실패를 예상했다. “망신만 당하지 말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시도민 구단들은 예상외의 경기력을 펼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대구는 ACL 2회 우승에 빛나면서 2012년 이후 7시즌 동안 단 한 차례밖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는 ‘ACL 단골손님’ 광저우를 상대로 홈에서 3-1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시도민 구단들은 ACL 무대에서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ACL 출전 자체로 의미 있는 해를 보낸 이들의 도전은 아쉽게 16강 문턱에서 좌절됐지만 K리그에 “시도민 구단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과거 성남이 광저우를 상대로 16강에서 분전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미 축구팬들에게 한 편의 드라마를 선사해준 이들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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