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자자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책임은 누가 지나?

ⓒ 성남FC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2014년 한 K리그 기자회견에서 놀라운 말을 들었다. 당시 성남FC를 이끌고 있던 박종환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제파로프를 대놓고 비판했다. “오늘 경기 보신 분들은 다 알 겁니다. 제파로프는 선수도 아니에요.” 감독이 선수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욕하는 건 처음 본 터라 당시의 충격은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선수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대부분의 감독은 공식석상에서는 이런 발언을 자제한다. 나는 앞으로도 당시 박종환 감독의 발언보다 센 수위의 발언은 들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훈련 거부, 식사 거부, 연락 거부
하지만 지난 19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성남FC와 강원FC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남기일 감독의 발언은 과거 박종환 감독의 발언보다 수위가 더 셌다. 그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하며 한 선수를 지목했다. 바로 성남FC 외국인 선수인 자자였다. 자자는 올 시즌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고 성남 일대 식당을 돌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만을 올리고 있다. 팬들은 자자에 대해 ‘전설의 선수’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문제가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남기일 감독이 이렇게 대놓고 자자를 비판할 줄은 몰랐다. 남기일 감독은 “자자는 팀과 상관없는 선수 같다. 개인적으로만 행동한다. 팀원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혼자서만 하려고 한다. 개인훈련도 겨우 하고 있는데, 아파서 훈련 못한다고 집에 가버린다”면서 “훈련을 시키려고 해도 전화를 안 받는다.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선수들과 식사할 때도 ‘내가 왜 여기서 밥을 먹어야 하느냐’며 나가서 따로 먹는다. 징계를 내리려고 해도 만날 수 없다. 자자의 이런 성향을 알면서도 영입한 구단이 야속하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이야기다.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관리 실패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소속팀 감독이 해당 선수를 지목해 이런 날선 반응을 보인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남기일 감독 말에 따르면 자자는 성남 선수로서의 의무를 전혀 다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팀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자의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R리그 출전을 지시했지만 “R리그는 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자자가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자자는 완전히 ‘배째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운동장을 돌라고 지시하면 무릎이 아프다면서 이마저도 거부한다.

남기일 감독은 자자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 스포츠니어스

과연 자자를 데려온 건 누구인가?
외국인 선수가 다 K리그에서 잘 적응하고 활약하는 건 아니다. 실패한 영입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자자를 그저 여러 외국인 선수 중 실패한 외국인 선수라고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면밀히 경기력과 몸상태, 마인드를 따져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렸지만 이게 오판이었다고 넘어갈 만한 일이 아니다. 맛집이나 돌아다니며 맛있다는 뜻의 포르투갈어인 ‘suave’만을 연호하는 그를 괴짜 외국인 선수로 재미있게만 바라보는 것도 곤란하다. 사실 여기에는 감독 위 누군가의 압력이 있었고 구린내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이번 영입은 실패였다’고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남기일 감독은 몇 차례 자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내가 원한 선수 영입이 아니었다”고 했다. 취재 결과 자자는 성남FC 구단 고위 관계자가 에이전트와 손을 잡고 선택한 선수였다. 남기일 감독은 자자의 몸상태를 확인한 뒤 영입에 난색을 표했지만 구단에서 남기일 감독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이가 이 영입을 진행했다. 남기일 감독은 “자자의 이런 성향을 알면서도 영입한 구단이 야속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감독이 아닌 누군가가 선수를 데려왔고 이 선수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추진했다는 의미다. 남기일 감독이 언론을 향해 이렇게 말할 정도면 그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자자의 연봉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K리그1 외국인 선수 연봉은 아무리 못해도 억대다. 억대 연봉의 외국인 선수를 감독 의사와 상관없이 누군가 진행했고 이 선수는 훈련도 거부한 채 맛집만 찾아다닌다. 심지어 감독 전화도 받지 않고 R리그 출전도 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팀 동료들과도 어울릴 생각도 없다. 살을 빼라고 지시해도 점점 살은 오른다. 남기일 감독은 몇 번 자자와 신경전을 펼치다가 결국에는 그를 아예 팀에 없는 선수라고 판단하기로 했다. 냄새가 폴폴 난다.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선수 영입은 누군가의 이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감독도 원하지 않은 선수를 구단 고위층이 데려온 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자자는 뛸 의사가 전혀 없다
자자가 태국에서는 맹활약했다고 하지만 그의 나이는 만33세다. 애초에 남기일 감독은 자자의 몸 상태를 보고 영입 불가 방침을 내렸지만 그의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자의 과거 경력은 훌륭했지만 그는 이미 은퇴를 앞둔 상태에서 속된 말로 ‘배째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한국에 올 때부터 이런 마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몸 상태가 극히 좋지 않아 은퇴를 앞두고 있던 선수들이 구단을 속이고 계약을 맺은 사례도 꽤 있다. 아프다고 누워만 있어도 연봉이 나오니 은퇴 직전 연금 같은 개념으로 구단과 사기 계약을 맺는 경우다. 물론 이렇게 ‘배째’는 선수들은 더 이상 다른 팀으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 탕 하겠다는 의도다.

자자는 K리그에서 1분이라도 뛸 의지가 전혀 없다. 만약 그가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서라면 감독의 부당한 지시까지 참아가며 몸 상태를 끌어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자자는 아예 축구선수로서의 생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나는 한 방송에서 “자자가 골을 넣으면 삭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마인드가 어떤지 알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내 머리카락을 걸었다. 심지어 공약을 내걸고 사흘 뒤에는 거금을 들여 파마까지 했다. 왜? 자자는 절대 K리그에서 골을 넣을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확신은 자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영입된 선수인지 취재를 통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는 K리그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심지어 성남 고위층은 자자와 단기계약도 아닌 2년 계약을 맺었다. 이미 선수 생활을 사실상 포기하고 태업에 들어간 자자는 연봉의 일정 부분만 받고 자기 발로 구단을 나갈 생각이 없을 것이다. 통상 선수가 전혀 활약하지 못하면 구단에서는 “남은 연봉의 몇%를 줄 테니 상호 계약 해지를 하자”고 제안한다. 팀에서 전혀 활약하지 못한 선수는 그래도 자신이 뛸 곳을 찾아 일정 부분의 연봉만 받고 팀을 떠난다. 하지만 자자는 그럴 이유가 없다. 어차피 더 이상 선수로서의 활약도 기대할 수 없는 판국에 2년치 연봉을 모두 받지 않고는 팀을 떠날 이유가 없다. 2년 동안 훈련도 거부하면서 시간만 보내면 그에게는 약속된 2년치 연봉이 들어온다.

이 와중에도 자자는 이런 사진을 올린다. ⓒ 자자 SNS 캡쳐

자자 영입 주도한 인물, 입장 밝히길
성남 입장에서는 외국인 카드 한 장을 이렇게 소비하는 게 아깝고 자자가 팀 분위기를 흐린다고 판단하면 그를 일찍 방출하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의 연봉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물론 자자 혼자 이 돈을 다 챙기는 건 아니다. 자자가 성남에 오기까지 도왔던 이들에게도 이 돈은 나눠진다. 자자는 순순히 성남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성남시 세금은 살살 녹는다. 오, 이거야 말로 자자가 그렇게 외치던 ‘suave’다. 심지어 자자는 남기일 감독이 대놓고 자신을 비판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에도 한 식당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이쯤 되면 이건 남기일 감독과 구단을 향한 조롱에 가깝다.

결국 자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살 녹는 세금을 챙겨 떠날 것이다. 뭐 K리그에서 실패하는 외국인 선수가 한둘은 아니다. 하지만 자자를 단순히 K리그에서 실패한 여러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어떻게든 K리그에서 뛰기 위해 노력했다가 실패했지만 자자는 애초부터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 팀에 들어왔고 선수로서의 자세도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단순히 맛집 타령하는 괴짜 선수가 한 명 있었다고 추억하게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건 영입 과정이 굉장히 구리다. “자자의 이런 성향을 알면서도 영입한 구단이 야속하다”는 남기일 감독의 말을 들어보면 구단 수뇌부의 무능이 아닌 다른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자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이런 일은 또 반복된다. K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조롱거리가 된 채 떠난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영입 당시 잘못된 판단으로 데려온 선수들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아예 뛸 만한 실력도 되지 않는데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 고의적으로 영입된 선수들도 꽤 있다. 자자가 하도 SNS에 유난을 떨고 돌아다녀 더 알려진 것일 뿐 세금을 살살 녹여가며 누군가의 배를 채웠던 일은 과거부터 존재해 오고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런 실패한 영입, 아니 의도적인 구단 운영 방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자자가 훈련도 거부하며 연봉을 받아가고 있는데 왜 그의 영입을 주도한 이들은 모르는 척 하고 있나. 남기일 감독만이 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가.

오늘도 세금은 살살 녹는다 ‘suave’
자자가 K리그에서 골을 넣으면 나는 삭발을 하겠다고 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 오늘은 비싼 돈 들여 염색을 할까 생각 중이다. 자자 영입을 결정한 이들이 나와 해명을 하건 사과를 하건 책임을 져야 한다. 왜 이런 나태한 뚱보를 데리고 왔는지 그에 대한 답을 해야 할 때다. 주주총회를 열건 이사회를 열건 자자 영입을 지시한 윗선의 의도를 밝혀내야 한다. 단순히 자자가 한국을 떠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끝까지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오늘도 성남시민의 혈세는 살살 녹아 자자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footballavenu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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