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부천=조성룡 기자] 20일 부천종합운동장의 W석은 그 어느 때보다 북적였다.

부천FC1995와 부산아이파크의 경기가 있던 이날 하프타임에 사람들의 시선은 어느 한 곳에 쏠렸다. 무언가 이벤트가 열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반갑게 누군가를 맞이하고 있었다. 관중들의 시선 끝에는 한 예의바른 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다가오는 사람들을 웃으면서 대했다. 일부 관중들은 그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부천에서 뛰던 진창수였다.

올 시즌 진창수는 부천에서 뛰지 않는다. 2016년 부천에 입단한 진창수는 세 시즌 동안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부천과 진창수는 함께하지 않았다. 뒤늦게 진창수는 새 팀을 알아봤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결국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진창수는 새로운 둥지를 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진창수는 약 반 년 동안 개인적으로 훈련하며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진창수에게 부천은 껄끄러운 곳일 수도 있다. 부천과 진창수의 이별이 마냥 아름답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진창수 또한 "부천과 방향성이 달랐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진창수는 부천을 찾았다. "아직 집도 부천이다. 함께 했던 동료들 응원하고 싶어서 왔다"라는 진창수는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바라보고 있으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함께 뛰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그는 부천 팬들에게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진창수를 알아보고 다가오는 팬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부천 팬들에게 제일 미안하다. 항상 팬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부천에 세 시즌 동안 있으면서 무언가라도 팬들에게 선사하거나 남겨놓고 팀을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뿐이다." 부천에서 104경기를 뛰며 23골 11도움을 기록하며 신나게 비행기 골 뒤풀이를 보여줬지만 진창수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모양이다.

현재 진창수는 개인적으로 훈련하며 새로운 팀을 찾고 있다. 쉽지는 않다. 항상 재계약 걱정에 매년 추운 겨울을 보냈던 진창수다. 그래도 그 때는 봄이 왔다. 하지만 올해 그에게는 아직 봄이 찾아오지 못했다. 진창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이 제일 불안하다. 걱정도 많이 된다. K리그에 노장들이 설 자리는 별로 없지 않다. 내가 나이도 제법 있다." 그러더니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게 내 직업의 숙명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은 희망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진창수는 "이제 더 큰 것은 바라지 않는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하고 싶다. 그래서 새 팀을 반드시 찾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긴 그는 늘 그렇게 축구 인생을 살아왔다. 그에게 그라운드는 전쟁터였다. K3리그 포천시민축구단에서 출발해 내셔널리그 강릉시청과 경주한수원, K리그2 고양hiFC와 부천까지. 그는 끈질기게 살아왔다. 이제 진창수는 축구 인생의 마지막 한 고비를 남기고 있었다.

그래도 진창수는 주변의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 "나처럼 팀을 쉽게 구하지 못해 어려운 선수들이 많다"라고 한숨을 쉬었지만 곧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K리그에서 여전히 활약하는 노장 선수들을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라고 다짐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결혼을 안해서 계속 도전할 수 있다"라는 농담을 던졌다. "사실 결혼 했으면 벌써 축구선수가 아닌 다른 직장을 구했을 것이다. 아직 미혼인 것이 이럴 때는 다행이다."

지금 진창수는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묵묵히 운동만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또다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재일교포의 차별을 이겨내고 K3리그부터 내셔널리그, K리그까지 쉼없이 달려왔던 진창수의 이야기는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은 더 아름다운 결말을 위한 고비일 뿐이다. 아직 진창수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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