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현장] ‘해설 데뷔전’ 구본상-최호정 “동료 욕할 수는 없었다”


[스포츠니어스|안양=전영민 인턴기자] 15일 FC안양과 창원시청 축구단의 2019 KEB하나은행 FA컵 16강전이 열린 안양종합운동장. 평소 안양의 주전 멤버로 활약 중인 수비수 최호정과 미드필더 구본상이 이날은 경기장이 아닌 본부석에 나타났다. 여느 때 같았으면 그라운드에서 안양의 승리를 위해 뛰고 있었을 이들이지만 이날 두 선수는 마이크를 든 채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기장을 응시했다.

두 선수는 이날 안양시 공식 유튜브 채널과 FC안양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된 안양과 창원시청 간의 FA컵 16강전 객원 해설자로 전격 변신했다. 앞서 안양 김형열 감독은 최호정과 구본상의 체력적인 부담을 고려해 두 선수를 경기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설 데뷔전’을 치르는 구본상과 최호정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두 선수는 FC안양이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창원시청을 상대로 0-0 득점없이 전반전을 마무리하자 무척이나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하프타임 본부석에서 만난 두 선수는 전반전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구본상은 “어제 갑작스럽게 해설 제의를 통보받아서 매우 어색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재미있었다”며 “방송이다 보니 말을 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방금 전 역습 상황에서도 위험한 기회를 내줬는데 심장이 움찔했다”고 해설 데뷔전을 치르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구본상은 풀리지 않는 경기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으로 다시 해설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며 운을 뗀 구본상은 “사실 해설 자체에 집중을 하고 잘해야 하다 보니 전반전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느낌을 본다면 창원시청 선수들이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리다 보니 선수들이 힘겨워하고 있는 부분이 보인다. 조금은 답답했다”며 전반전에 대한 총평을 전했다.

구본상과 호흡을 이뤄 객원 해설로 나선 최호정 역시 전반전이 만족스럽지 않은 모습이었다. 최호정은 “동료 선수들이어서 욕을 하기는 좀 그렇더라. 비판적인 멘트들이 머릿 속으로 많이 떠올랐지만 혼자서 ‘참아야지’라고 몇 번을 되냈던 것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인내심 조절에 성공했던 전반전”이라며 해설 데뷔전을 치르는 소감을 전했다.

최호정은 전반전 베스트 플레이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최호정은 “난감한 질문이다. 후반전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전반전은 분명 우리에게 쉽지 않은 경기였다”며 수훈 선수 질문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그렇다면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서 경기를 지켜보는 느낌은 어떨까. 최호정은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호정은 “수비적으로 나오는 창원을 보며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야 할까’ 전반 내내 고민했다. 또 중계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니 이쪽 공간도 보이고 저쪽 공간도 보이더라.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저 장면에서 왜 실수를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분명 경기장에서 뛸 때와는 달랐다. 여러 가지 측면을 보게 되었다”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음을 전했다.

끝으로 두 선수는 남은 경기에 대한 해설자로서의 날카로운 분석을 전했다. 구본상은 “상대가 극단적으로 수비 지향적인 모습을 보이다 보니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겐 팔라시오스와 알렉스 등 교체 선수들이 있다”며 안양이 남은 시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이라고 전했다. 최호정 역시 “창원이 왼쪽 수비 부분에서 약점이 있는 것 같다. 창원 수비수들이 우리 선수들의 공세에 조금씩 실수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후반전에 창원의 간격이 분명 벌어질 것이다. 그 부분을 공략하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후반전에 대한 예측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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