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준 칼럼] 정상경영 회복이 시급한 대한바둑협회

윤수로
윤수로 대한카라테연맹 회장은 바둑계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대한카라테연맹

– 협회 행정의 중심기구인 이사회의 존재를 부정 : 경영혼란 자초
– 두 차례에 걸친 블랙리스트 임원 해임 시도 : 위법행정의 시발점
–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진상조사에 돌입 : 조속한 경영정상화 필요
– 5. 15일에 이사회 개최를 공고 :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중요

[스포츠니어스 | 최종준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바둑협회(‘대바협’)의 정상경영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체육이 선진화 과정의 진통 속에서 체육개혁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과제인 지금 대바협에서 비정상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서 걱정스럽다. 필자가 지난 3월 15일자 칼럼(바둑계에 등장한 시대착오적인 ‘블랙리스트’)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지만 사태는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금 실시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서 잘못된 부분은 즉시 바로잡고 행정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1. 신임 회장 당선직후부터 시작된 일부 임원에 대한 사퇴 강요

지난 2월 17일 대바협의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윤수로 회장은 오랜 기간 바둑계에서 활동했고 선거 직전까지 대바협의 재정운영위원장과 올림픽 종목인 대한카라테연맹의 회장을 역임했다. 따라서 그가 내세웠던 선거공약인 ‘소통과 혁신’을 통한 선진적인 경영으로 한국바둑의 발전을 잘 이끌 것으로 바둑계는 크게 기대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했다’, ‘몇몇 임원은 반드시 자진사퇴 시킬 것이다’라는 등 황당한 소문이 윤 회장 주변에서 새어나왔다. 그리고 이 불길한 소문은 곧 현실이 된다. 전임 회장의 잔여임기를 책임지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경기단체장은 좋으나 싫으나 기존의 임원진과 잘 화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윤 회장은 당선 직후에 ‘이사회는커녕 상견례조차도 없이 일부 임원을 찍어낸다? 그럴 리가 있겠나?’라고 반신반의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임원들에게 자진사퇴 강요가 시작되었다.

윤 회장의 측근인 모 부회장이 총대를 메고는 ‘신임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용단을 내려주세요’라며 곱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사퇴강요가 별 효과가 없자 급기야는 ‘사임서는 제출하셨나요?’라는 협박에 가까운 사퇴촉구가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새 집행부 출범 이후 적절한 시점에서 물러나겠다고 생각했던 임원들도 신발 끈을 조이게 된다. 불명예 퇴진시도에 맞서서 문체부와 체육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명예회복과 협회운영의 정상화를 시도하였다.

해임대상 임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윤 회장은 3월 9일에 1차 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니 법 절차로 해결하겠다’라는 판단이었겠지만 이것은 뒤에서 설명하는바와 같이 형식과 내용상 명백한 위법이다. 당일의 총회장에서는 내용의 위법성과 절차적인 부당성을 지적하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일부 대의원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임안건은 결국 상정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결과는 부결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정상경영으로 돌아와야 되지만 윤 회장은 또 다시 해임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전략을 약간 수정했다. 대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총회를 재차 소집했다는 명분을 앞세워서 해임 대상자도 3명으로 줄이고 대상자에게 각자의 해임사유를 알리고 3월 30일의 총회장에서 소명하라고 통보했다.

대바협의 소명요청서를 받아 든 해임 대상자들은 기가 막혔다. 해임사유도 황당한데다가 모두 억지로 만들어 낸 허위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당혹스러운 일은 총회 개최 예정일의 이틀 전에 벌어진다. 대바협에서 해임안건의 총회상정이 취소되었으니 소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통지서가 날아 온 것이다. 안건상정이 취소된 사유는 물론이고 단 한 마디의 사과조차도 없었다. 그렇지만 비록 해임시도가 불발되었다고 해도 단두대 직전까지 올라 간 당사자들의 명예는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다. 과연 누가, 어떻게 이에 대해서 책임을 질 것인가?

2. 이해할 수 없는 윤수로 회장의 경영판단 – 도대체 누구 잘못인가?

이렇게 대바협의 행보가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마 윤 회장이나 측근 인사들이 경기단체 이사회와 총회의 역할과 정관과 규정위반이 얼마나 심각한 불법인지를 몰랐을까? 무엇보다도 이사회를 지나치고 총회에서 모든 행정절차를 해결할 수 있다는 허위사실은 도대체 누가 조언을 했을까? 이사회의 심의의결 절차가 없이 총회로 곧바로 가는 것은 법률소송에서 1, 2심을 안 거치고 대법원으로 직행하는 것과 같다. 절차상 불가능한 일이며 명백한 위법이다.

법적인 근거를 살펴보자. 대바협 정관 제4장(이사회) 제14조 제2항의 6은 총회에 부의할 안건은 반드시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급기관인 체육회의 이사회, 총회운영규정 제2장 제4조 1항도 동일한 내용이다. 또한 대바협 정관 제3항은 이사회에서 심의했으나 부결된 안건은 총회에 상정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만큼 이사회의 기능이 중요함을 법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윤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었을 당시 대바협 이사회의 구성원은 총 18명이다. 체육회 규정상 경기단체 이사회의 총원한도가 29명이므로 윤 회장은 추가로 11명의 임원을 임명할 수 있다. 통상 이사회의 결원은 대부분 회장이 추천하는 인사들로 채워지게 되므로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들이 이사회에 남아있다고 해도 과반수의 의결조건을 충족하기에 전혀 걸림돌이 없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무리하고도 조급하게 비정상행정을 펼쳤을까? 그것이 윤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었건 측근 인사들의 잘못된 조언을 맹신했건 관계없이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오롯이 윤 회장의 몫이다.

3. 윤수로 회장의 위법행정 사례
윤 회장이 당선된 이후에 대바협이 단행한 위법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1) 해고 소송 중인 전 사무처장의 복직 결정 – 정관 위반
대바협의 전임 신상철 회장은 심우상 전 시무처장 징계해고가 중앙노동위원회의 1심(해고)과 2심(복직)의 결정이 뒤바뀌자 일단 복직은 유보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하고 2018년 11월 24일에 개최된 임시이사회에서 동의를 얻었다. 만일 윤 회장이 이와 같은 전임 회장의 정책사항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정관 제4장 14조 위반)

2) 임원과 임명직의 추가 임명 – 정관과 사무처규정 위반
윤 회장이 단행한 상임부회장 임명, 사무처 직제와 전결규정 개정이 필요한 인사발령 (본부장, 사무처장 등)도 이사회의 심의의결이 필수적이다. (정관 제14조, 22조 및 사무처규정 제7장 위반)

3) 총회 개최와 임원해임 절차의 불법성 – 정관 위반
총회 상정안건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은 이미 설명한바와 같다. 게다가 잔여임기가 보장된 임원의 해임안건을 상정하면서 합당한 해임사유도 명기하지 않고 당사자의 소명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은 불법이다.

4) 해고사유의 허구성 – 명예훼손, 무고(誣告)의 범죄행위
온갖 행정난맥 속에서도 가장 심각한 민형사상의 범죄행위는 대바협이 2차 총회에 앞서서 적시한 해임사유에 있다. 전부 허위사실에다가 대외적으로 그 내용이 모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대바협의 파행행정에 대한 심판은 문체부와 체육회로 넘어갔다. 모쪼록 조속한 시일 이내에 대바협의 경영이 정상화되어서 잘못된 행정은 바로잡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아울러 ‘바둑진흥법’의 발효와 ‘바둑의 날’ 제정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우리 스포츠바둑이 한 차원 더 높은 국민스포츠로 도약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최종준 :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본 칼럼은 스포츠니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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