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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수원=이정원 인턴기자] 서울E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끈 치솜이 한국 무대에 무사히 적응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대의 감독의 영향력이 컸다.

수원FC는 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2019 K리그2 10라운드 서울이랜드FC와의 경기에서 전반 24분 알렉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전반 추가시간 터진 아니에르의 동점골과 후반 4분과 12분 연속골을 터뜨린 치솜의 활약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수원FC는 승점 14점을 기록하며 아산무궁화(13점)를 제치고 단번에 7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수원FC가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K리그2 데뷔골에 성공한 아니에르의 활약도 있었지만 후반 연속골을 터뜨린 치솜의 대활약이 있었다. 이날 아니에르와 더불어 안병준, 벨라스케즈와 함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전반전에는 별다른 슈팅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전 플레이는 전반전과 180도 달랐다. 후반 시작 5분 만에 오른발 터닝슛을 때리며 팀의 역전골을 안긴 치솜은 후반 12분에는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김영광의 혼을 빼놓는데 성공했다. 연속골을 넣은 이후에도 그의 활약은 멈출 줄 몰랐다. 자신의 K리그2 첫 해트트릭을 만들기 위해 온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기회를 만들었고 그의 전광석화 같은 질주에 서울E 수비진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비록 해트트릭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한 치솜은 이날 경기 후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서울E전을 이겨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0-1로 지고 있다가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금 힘들었다"고 말한 치솜은 "하지만 우리가 전반 추가시간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고 결국 경기를 역전할 수 있었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치솜이 앞서 언급한 그대로 수원FC는 전반 24분 알렉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전반전을 0-1로 뒤진 채 마칠 뻔했다. 치솜이 직접 말하는 전반전에 안 풀렸던 원인은 무엇일까. 치솜은 "아니에르가 득점을 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전반전에 내 몸이 무거웠다. 움직임을 활발하지 못해 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는데 팀 동료들이 나의 몫까지 열심히 뛰어줬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치솜은 이어 전반전 마치고 라커룸 들어가서 있었던 김대의 감독과의 대화도 소개했다. 치솜은 "하프타임 때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움직임, 경기 운영에 대한 부분 등을 알려주셨다. 우리는 감독님의 철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결국에는 감독님의 지시가 들어 맞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치솜과 함께 공격진을 형성하고 있는 아니에르, 벨라스케즈는 이날 경기 전까지 치솜과 달리 리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치솜은 리그에서 득점을 신고했지만 두 선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김대의 감독 역시 매 경기 전후 인터뷰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터진다면 우리도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할 만큼 외국인 선수들의 분발을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의 지속된 염원이 통했던 탓일까. 두 선수의 이날 플레이는 그전까지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두 선수는 전반 초반부터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서울E의 수비진을 압박했다. 비록 이날 아니에르만이 득점을 올렸으나 벨라스케즈 또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두 외국인 선수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자 치솜은 "내가 개인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각국에서 만난 외인들이기에 단합을 중요시한다. 우리 셋의 플레이는 오늘 유기적으로 이어졌다"며 "오늘 경기는 굉장히 중요했다. 앞으로도 나는 팀적으로 가려고 준비한다. 내 득점이 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외인들이 계속 이러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팀의 K리그1 승격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치솜은 올 시즌 처음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치솜은 나이지리아 에누구 레인저스, 스웨덴 BK 하덴 임대 생활을 거쳐 스웨덴의 팔켄베리 FF에서 경력을 이어오던 와중에 올해 1월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낯선 환경이지만 K리그2에서 순항하고 있는 치솜에게 한국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없을까.

치솜은 "경기장 안에서나 생활에서 전혀 어려운 게 없다. 팀 동료들이랑도 잘 지내고 있고, 가족들이랑도 매일 전화한다. 나는 대한민국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솜이 한국 무대에 무사 적응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대의 감독의 영향이 크다. 평소 김대의 감독의 스타일은 강한 카리스마보다는 선수들의 마음을 독려하고 감싸주는 온화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전에도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긴장감을 해소 시켜주고자 한다.

치솜은 "감독님이 나의 하나부터 시작해 열까지 모든 부분을 잘 챙겨 주신다. 감독님은 나의 아버지다"라며 "감독님의 철학, 선수들을 컨트롤하는 방식 등 모든 부분이 나에게 많이 도움이 된다. 우리가 더 잘해서 감독님에게 K리그1 승격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감독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네 골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치솜은 "지금으로서는 공격포인트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치도 정해놓지 않았다"며 "팀에 K리그1 승격을 위해 내가 계속 득점을 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어 준다면 개인적인 기록도 알아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수원FC의 다음 상대는 전남드래곤즈다. 전남은 현재 승점 9점을 기록하며 리그 9위에 쳐져있는 팀이지만 지난 맞대결에서는 1-1로 비기며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치솜은 "중요했던 서울E와의 경기가 이제 막 끝났다. 전남전을 앞두고 있는데 하루 이틀 정도는 푹 쉬어야 한다"며 "그리고 남은 닷새 동안 나뿐만 아니라 팀 동료들이 충분히 준비를 해서 전남전에 꼭 승리를 거둬야 한다. 지금은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한 후 기자회견장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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