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현장] 섭섭하다는 김기동 감독과 친정팀에 비수 꽂은 신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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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포항=곽힘찬 기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미디어데이가 진행됐다. 당시 울산 김도훈 감독과 함께 참석한 신진호는 득점을 터뜨리면 세레머니를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10라운드 경기에서 신진호는 전반 32분 김보경이 올려준 공을 포항 수비진이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틈을 타 신진호가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친정팀에 비수를 박았다. 선제골을 터뜨린 직후 신진호는 울산 벤치를 향해 무릎을 꿇은 채 슬라이딩을 하며 경례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미디어데이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세레머니였다.

아마도 신진호의 ‘언행일치’ 직후 가장 마음이 쓰라렸던 사람은 포항 김기동 감독이 아니었을까. 김기동 감독은 이날 경기가 펼쳐지기에 앞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서 신진호에게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이 신진호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신진호 이 녀석”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기동 감독이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가던 지난 2011년 당시 포항은 김기동 감독의 등번호였던 6번을 영구결번 시키려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그 번호를 포항에 막 입단한 신진호에게 주고 싶어 했다. 그는 “포항에서 뛸 때 신진호를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내 번호도 물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당시 강철 전 코치는 신진호에게 “아무나 물려받을 수 있는 번호가 아니다”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지만 결국 6번은 신진호의 차지가 됐다. 그런데 신진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포항을 떠나고 말았다. 김기동 감독은 “6번을 그렇게 줬는데 얼마 후에 중동을 떠나버리더라”며 “미디어데이 때 내가 한소리 하려고 했는데 신진호가 먼저 선수를 쳤다”며 웃었다.

이날 ‘동해안 더비’는 시작 전부터 양 팀 서포터들의 응원전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전반전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서로를 향해 “승점 자판기”라고 외치며 도발했다. 그러던 와중 신진호가 친정팀의 비수를 박는 선제골을 터뜨린 후 공약대로 포효하며 세레머니를 펼치면서 경기는 더욱 흥미로워졌다.

미디어데이 때 포항전에서 반드시 득점을 기록하겠다는 언급과 더불어 실제로 ‘언행일치’를 한 신진호의 활약에 김기동 감독은 그가 어쩌면 얄미울 수도 있지 않을까. 포항 레전드의 등번호 6번을 물려받았던 선수가 이제는 라이벌 팀에서 뛰며 친정팀을 상대로 득점까지 터뜨렸다. 이번 161번째 동해안 더비는 정말 얽히고설킨 복잡한 경기면서도 흥미롭다.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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