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국가대표 이시형 “학업과 스케이팅 모두 잘해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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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l 안소윤 인턴기자]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김연아의 무대는 수많은 초등학생들에게 반응이 뜨거웠다. 예전엔 비인기 종목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종목 남부럽지 않을 정도의 인기를 가진 스포츠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니어 선수들이 확연히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 중 초등학생 때부터 꿈을 키워온 이시형(고려대,20)이 어엿한 성인이 되어 피겨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2009년 김연아의 무대를 처음 본 이시형은 안무를 다 외운 후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연습했다. 이러한 열정에 이시형의 부모님은 결국 아들의 꿈을 지지해주기로 결심했다. 2015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된 이시형은 2016/17시즌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동안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애정 하나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힘든 순간들을 버텨온 이시형을 23일 태릉 실내 빙상장에서 <스포츠니어스>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시즌 많은 대회를 소화했는데 마친 소감은?

매 시즌 힘들었지만 이번 시즌이 유난히 힘들었어요. 시즌 초부터 부츠 문제로 인해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에서 실수를 해서 대회 출전을 못하게 되었어요. 작년에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보니 입시도 대회 못지않게 중요했는데 빙상 특기자를 뽑는 대학교가 많지 않아서 지원할 때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제가 슬로우 스타터여서 시즌 초반보다 후반부 갈수록 점점 돋보이는 선수에요. 뒤에 중요한 시합이 몰려있었는데 그 전에 시험 삼아 출전할 경기가 많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돌이켜보면 특별히 다른 시즌과 달랐던 점이 없는데 저에겐 심적 부담감이 컸던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올해 대학생 새내기가 되었어요. 비시즌인데도 학교 수업 끝나고 바로 태릉에 와서 훈련 준비를 하시는 건가요?

제가 올해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 입학했는데, 세종으로 학교 다니기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통학버스를 타도 정류장까지 어머니께서 데려다주세요. 비시즌에도 훈련을 병행하다보니 월요일과 수요일에 수업을 몰아서 수강신청을 했어요. 일주일에 두 번밖에 학교를 가지 못하다보니 평균 10시간에서 11시간 정도 수업을 들어요. 수업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0시 정도 돼서 하루가 금방 지나가요. 이제 대학 생활한 지 한 달 반 정도 지났는데 ‘적응 되겠지, 잘해야지’라고 혼자 되새겼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대학생활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힘들어도 훈련과 학업 중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도록 잘하고 싶어요.

18/19시즌 쇼트 프로그램을 ‘007 카지노 로얄’ ost, 프리 프로그램을 ‘Love Never Dies’ ost를 선택해서 무대를 선보였는데 특별히 이 두 곡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쇼트 프로그램은 제가 옛날부터 꼭 하고 싶었던 곡이었어요. 그동안 쇼트 프로그램을 부드러운 모습만 보여드려서 강한 모습도 한 번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프리 스케이팅 곡은 안무가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곡이에요. 18/19시즌에 이 프로그램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아요. 이번 쇼트 프로그램은 보디가드 콘셉트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선곡이 마음에 들었는데 제가 다른 사람과 싸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100% 표현하기엔 어려웠던 곡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 부츠 문제와 부상이 겹쳐져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시형 선수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인상 깊게 남았어요. 시즌 중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이겨내는 방법이 있을까요?

좋게 말하면 긍정 에너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머니께서는 제가 차분하지 못해서 걱정하시곤 해요. 저는 표정에서 그때그때 느껴지는 감정이 잘 드러나는 선수에요. 잘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땐 기쁜 게 숨겨지지 않더라고요. 티를 안내는 선수도 있지만 기쁨은 표현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에 경기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을 때는 키스앤크라이존에 앉아있기가 두려워요. 하지만 저를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수를 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아요.

이번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준비하면서 사대륙 선수권대회도 함께 준비하고 있었어요. 사대륙 선수권대회 출전하기 일주일 전에 힘줄 염증이 생겨서 점프를 뛸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어요. 다른 점프는 참고 했는데 오른발로 올라가는 루프 점프는 뛸 때 많이 아파서 이 대회에선 포기하고 다른 점프들을 구성해서 진행했어요.

그리고 이번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와 학교 개강 날짜가 겹쳤었어요. 제가 크로아티아에 있었다보니 한국과 시차가 7시간 정도 차이가 나서 잠을 2시간도 못 자고 학교 시간표 정정을 했어요. 좋은 컨디션으로 대회에 출전해도 잘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제 스스로에게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또 연습 중에 골반에 타박상을 입어서 걷기도 힘들었거든요. 일단 대회만 보고 집중해서 참고 견뎠어요.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힘든 과정 속에서 순탄히 넘어간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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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선수가 다른 선수들보다 장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지

연기나 실력적인 면에 있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주어진 일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 눈앞에 있는 일들을 절대 미루지 않고 부지런히 해결하는 스타일이에요.

2009년 김연아 선수의 무대를 보고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당시 피겨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피겨 스케이팅 말고도 다른 직종에서도 예술적인 재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데 꼭 자신이 피겨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자 했던 이유가 있는지

제가 2009년에 김연아 선수 무대를 보고 부모님께 피겨 스케이팅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어머니께선 피겨스케이팅 하는 친구들도 주위에 없고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반대를 하셨어요. 축구나 수영, 태권도처럼 주변에서 많이 하는 운동을 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셨는데 저에게 피겨스케이팅 아니면 큰 의미가 없었어요. 그 이후에도 1년 정도 부모님께 더 어필해서 2010년에 정식으로 운동을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김연아 선수 올림픽 금메달 획득한 모습을 봤는데 물론 연기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지만 시상대에 선 모습이 멋있었어요. 그 장면을 보고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꼭 시상대에 서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시형 선수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일 텐데 어렸을 때는 심하게 다툼기도 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운동을 시작하고 어머니께서 저를 위주로 신경을 써주셨다 보니 그러한 점에 있어서 동생에게 굉장히 미안했어요. 지금도 종종 다투는데 어렸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일들로 다퉜던 적이 많았어요. 현재 동생이 일을 하고 있는데 제 중요한 시합 날 휴무 내고 응원하러 와줘요. 동생이 말로는 “내가 너 이렇게 못 타는 모습 보러온 줄 알아?”라고 말하면서 투덜대지만 힘들 때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요. 약간 동생이 전형적인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피겨 선수 치고 굉장히 큰 키인데, 많은 이들이 적당히 커야 한다고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 점을 장점으로 살린다면 예술적으로 더 멋있어 보일 것 같아요. 키가 커서 좋았던 점 그리고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제가 중학교 1학년 때까진 키가 이 정도로 크진 않았어요. 처음에는 키가 커도 심각성을 못 느끼다가 178cm가 되고서 몸의 중심 잡기가 힘들고 불안정했어요. 제 몸을 제어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어렸을 땐 키가 클 줄 모르고 장난으로 185cm되면 운동 그만둔다고 말했는데 지금 키가 딱 185cm에요. 다행히 지금은 성장이 멈춘 것 같아요.

키가 크면 무대에서 시원시원함과 예술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피겨 스케이팅은 예술과 동시에 스포츠다보니 기술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키가 크니까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해야하고 점프도 높게 뛰어야 해요.

16/17시즌 첫 국가대표 선발되셨어요. 당시 종합선수권대회가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인 강릉 아이스아레나였는데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아요. 당시 국가대표 선발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15/16시즌에 2차 선발전 앞두고 부상을 입어서 중도 포기할까 고민 했었어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아쉽게도 2차 선발전에서 1점 차이로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했었어요. 제가 운동을 할 수 있었던 형편이 아니어서 매 경기가 절실했어요. 많이 힘들었을 때 팬 분들께서 저를 알아봐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뛸 수 있었던 시즌이 16/17시즌이에요. 그만큼 더 잘해야만 했던 시즌이었고 성적으로 보여드려야 했던 시즌이었어요. 앞 시즌에 국가대표 선발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제 자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어요.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이다 보니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매번 목동이나 태릉에서 개최하는 대회만 출전하다가 올림픽이 열리는 곳에서 연기를 하니까 큰 대회에 나간 기분이더라고요. 더불어 좋은 성적까지 나오니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국가대표 생활을 김진서 선수 이준형 선수와 같이했는데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피겨 스케이팅 종목 특성상 남자 선수가 적은데 (김)진서 형과 (이)준형이 형은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였잖아요. 오랜 시간동안 태극마크 자리를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제가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경기에 나가보니 형들에 대한 존경심도 커졌어요.

16/17시즌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 16위를 차지했는데, 당시 점수를 확인하고 물개박수 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혀서 큰 화제를 모았어요. 피겨 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는데 당시 스코어를 보고 코치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기억나는지

제가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전에 사대륙 선수권대회도 기분 좋게 마무리를 했었어요. 첫 시니어 데뷔이고 대표팀에서도 막내다보니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를 집중해서 준비했던 것 같아요. 근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는 제 또래 혹은 저보다 어린 선수들이 출전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 되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사대륙 선수권대회에서 65점을 받고 뿌듯했는데 주니어대회에까지 그 점수대를 이어갈 수 있을지, 프리 컷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도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와서 기뻤고 중계화면에 잡힌 제 표정은 정말 진심이었어요. 경기 마친 후 코치 선생님께서도 잘했다고 칭찬 해주셨어요.

아직 피겨 남자 선수들이 많지 않은데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나요?

성적이 좋은 선수, 기술이 뛰어난 선수로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부끄럽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19/20 시즌 생각해 둔 프로그램 곡이 있는지 있다면, 컨셉을 조금 설명해줄 수 있는 지 이시형 선수를 기다리는 빙상 팬들을 위해 약간의 스포일러 해주실 수 있나요?

프리는 작년에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서 18/19시즌 음악을 다시 사용할 예정이고, 쇼트 프로그램은 새로운 프로그램 다시 구성할 예정입니다. 작년에 쇼트 프로그램에서 007로 이미지 변신을 했는데 아직 제가 그 콘셉트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번 시즌도 작년과 못지않은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 예정이고 지금껏 해온 장르와는 다른 모습, 성숙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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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한 학기동안 학교생활을 잘하고 싶어요. 올해 대학 입학 했는데 저를 뽑아주셨다는 건 학교 소속 선수로서 기대하고 계신다는 거니까 좋은 성적 얻고 싶어요.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 종목은 선수 생명이 짧은 편이잖아요. 대학 입학해도 초심 잃지 않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선수생활에 있어서 대학이 절대 끝이 아니거든요.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 때보다 성인이 된 후 비시즌이 불안한 것 같아요. 훈련 끝나고 매번 모니터링을 하는데 고등학교 때는 매일 연습 했지만 지금은 상황 상 매일 훈련하지 못해서 부족한 모습이 제 눈에 보여요. 저의 가장 가까운 목표는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이고 7월 말에 선발전이 있으니 남은 기간 동안 좋은 기량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선수들이 학업과 선수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점을 꼭 알리고 싶어요. 저는 대학에 입학하고서도 국가대표로서 많은 분들께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싶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새롭고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대학교 새 학기가 시작된 이시형은 고등학생 때보다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힘든 점들을 토로했지만 어려움을 씩씩하게 이겨내는 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에 꽃이 피듯, 이시형도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고 많은 피겨 꿈나무 선수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특히 이시형 긍정적인 모습은 경기를 보는 사람도 덩달아 즐겁게 만든다. 그의 밝은 에너지가 19/20시즌 주니어 그랑프리대회 시작으로 전 세계 곳곳에 있는 피겨 팬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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