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나라’에서 온 안양 팔라시오스 “믹스 커피가 제일 맛있어”

팔라시오스 안양
팔라시오스는 '커피의 나라'인 콜롬비아에서 왔다.

[스포츠니어스|안양=전영민 인턴기자] FC안양은 올 시즌 네 명의 외국인 쿼터를 모두 활용 중이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콜롬비아 출신 공격수 팔라시오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안양에 합류한 팔라시오스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빠른 발, 화려한 개인기로 K리그2 무대를 휘젓고 있다.

하지만 팔라시오스의 활약은 K리그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7일 열린 전북현대와의 2019 KEB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후반 36분 전북 수비진을 무력화시키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안양을 16강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이 선수, 경기장에서의 저돌적인 플레이와는 다르게 경기장 밖에서는 상당히 순수한 측면이 있다. 한국 생활에 100% 적응을 완료한 FC안양 11번 팔라시오스를 <스포츠니어스>가 만났다.

반가워. 점심은 먹었어?
응. 알렉스, 딜런, 미콜라와 함께 경기장 앞 단골 식당에서 닭가슴살, 감자튀김, 샐러드를 먹었어.

나도 아까 점심을 거기서 먹었는데 그런 메뉴를 안 팔던데?
정식 메뉴에는 없어. 하지만 사장님이 특별식으로 해주셨어. 평소에도 훈련이 있는 날에는 이 식당에서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하곤 해.

한국 생활은 어때?
사람들이 되게 친절하고 좋아. 한국 음식은 아직 적응 하는 단계야. 특히 갈비탕이 정말 맛있더라. 한국 생활에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어.

콜롬비아와 한국은 상당히 먼 나라인데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콜롬비아에서 뛰고 있었는데 에이전트가 한국에서 제의가 왔다고 말했어. 나는 원래부터 아시아에서 뛰는 게 꿈이었어. 그래서 시즌 중이었지만 안양으로 오기로 결심했지. 물론 한국으로 오는 과정이 쉽진 않았어. 비행기를 타고 이틀이나 걸려 이곳에 왔어. 힘들게 오긴 했지만 현재까지 한국에서의 생활은 정말 만족스러워. 이미 적응도 다 마친 것 같아.

아시아로 오는 게 꿈이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 때문에 그랬던 거야?
콜롬비아 선수들에게 아시아는 돈을 많이 주는 리그로 알려져 있어. 그래서 나도 한국, 일본 리그 이적을 대비해서 준비를 해왔었지. 금전적으로는 아시아가 최고인 것 같아. 콜롬비아 리그는 많은 돈을 주진 않아.

한국에 와서 연봉이 많이 올랐나 본데?
경기장에 들어갈 때는 돈 생각을 하지 않아. 물론 경제적으로 이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돈이 전부가 아니란 거야.

지금까지 돈 얘기를 해 놓고서 이러기야?
(웃음) 하하하. 안 그래도 콜롬비아 친구들에게 안양과 한국에 대해 항상 얘기해. 안양은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팀이고 훈련장, 경기장, 환경, 수당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이야. 사실 콜롬비아에서 뛸 때는 상황이 좋지 않았어. 구단 버스도 상당히 오래된 버스였고 경기장도 없었어. 승리 수당은 100달러 밖에 되지 않았어. 반면에 안양은 달라. 여기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당 많이 받나 보네. 안양으로 오기 전에 한국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수집했어? 콜롬비아에서는 한국에 대해 알려진 게 많지 않을 텐데?
사실 친구 중에 옛날에 K리그에서 뛰었던 친구가 있어. 그 친구가 이야기를 많이 해줬지.

그 친구가 누구야?
세자르 아리아스라는 선수야.

아리아스라면… 대전 시티즌에서 뛰었던 그 친구?
응 맞아. 아리아스가 한국은 연봉도 많이 주고 보너스도 상당히 많이 준다고 하더라. 아리아스가 자기 팀은 돈 쓰는 걸 신경 쓰지 않는 정도인 것 같다고 했어. 아 그리고 서울과 성남에서 뛰었던 몰리나에 대해서도 들어봤어. 몰리나는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콜롬비아에서도 대단한 선수였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지.

그렇다면 돈 얘기는 이만 해두고 … 한국에 왔을 때 첫 인상은 어땠어?
처음에는 좀 이상했어. 문화도 그렇고 모든 게 다르더라고.

어떤 점이 특히 이상했어?
처음에 훈련을 하는데 한국 선수들이 ‘가자!’ 라고 외치며 파이팅을 넣더라고. 사실 그런 점이 처음엔 조금 낯설었는데 지금은 내가 ‘가자!’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어. 아 그리고 처음엔 한국의 위계질서도 낯설었어. 콜롬비아에는 선후배 관계라는 게 없거든. 특히 우리 팀의 최호정이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데 그렇게 본인한테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더라.

최호정이 선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구나.
평소에도 최호정이 장난식으로 ‘네가 나보다 어리니까 내가 시키는 걸 해야 한다’고 얘기해. 그리고 원정 경기를 가면 가끔 최호정이랑 같이 방을 쓰는데 최호정이 본인이 형이라고 큰 침대를 쓰더라고. 나는 작은 침대에 눕곤 해.

최호정이 정말 악덕 선배구나.
아니야. 그렇진 않아.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 가장 날 잘 챙겨주는 사람이 최호정이야. 항상 필요한 게 있냐고 물어보고 도움을 주려고 해. 지난번에는 이태원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상황이 안돼서 아쉽게 못 갔어.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태원이라… 그곳은 가지 않는 게 나아. 이태원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외국인 선수는 봤어도 한 번만 간 외국인 선수는 못 봤어.
사실 저번 주에 처음으로 서울을 갔어. 그때 이태원을 갔지. 알렉스와 함께 갔는데 이태원에 흑인들이 상당히 많더라. 그래서 편안한 느낌이 들었고 좋았어. 안양에서는 흑인들을 한 번도 못봤거든. 앞으로도 이태원을 자주 방문할 생각이야.

이태원을 알게 되다니… 평소에도 이곳저곳을 자주 돌아다니는 편이야?
아니 그렇진 않아. 훈련이나 경기가 없는 날엔 주로 집에서 여자친구와 넷플릭스로 콜롬비아 드라마나 영화를 봐. 사실 콜롬비아는 1년 내내 더워. 그런데 한국은 얼마 전까지 날씨가 춥다 보니 여자친구가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더라. 여자친구가 추위를 많이 타거든. 하지만 이제 날씨가 풀리고 있어 다행이야.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는 않아?
집에 있는 게 좋아. 여자친구도 집에 있는 걸 좋아해. 평소에 여자친구가 나를 되게 잘 챙겨줘. 그런데 여자친구가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서 3개월밖에 있지 못해서 그 부분이 아쉬워. 아 참 우리는 집 앞에 있는 VIPS에 자주 가. 우린 특히 VIPS에 있는 연어 음식을 매우 좋아해. 한국에 와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VIPS의 연어 요리야.

너는 VIPS의 VIP구나. 그런데 너는 콜롬비아 사람인데 커피는 자주 안 마셔?
콜롬비아 커피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어. 향도 아주 좋아.

콜롬비아에서 매일 세계 최고의 커피를 먹었을 텐데 한국 커피는 성에 안 차지 않아?
정말 맛있던데? 특히 음식점에 가면 공짜로 주는 자판기 커피가 그렇게 맛있더라.

팔라시오스 안양
커피는 역시 ‘믹스 커피’지.

자판기 커피라니… 벌써 한국 적응을 끝마쳤구나. 커피 말고도 콜롬비아 자랑좀 해줘. 다른 건 없어?
음… 치안이 좋지 않아. 혼자 다니면 매우 위험하지. 또 핸드폰을 절대 길가에서 들고 다니면 안돼.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를 갈 때 부모님들과 함께 가야 돼. 그래서 나는 아이를 낳으면 한국에서 키우고 싶어. 한국은 안전하잖아. 아 너무 좋지 않은 얘기만 한 것 같은데… 콜롬비아는 예쁜 여자들이 많아.

말로만 들어도 정말 무섭네. 그러면 한국에 살면서 외국인이라서 힘들었던 건 없어?
아직까진 전혀 없어. 사실 아시아 친구들을 사귀는 게 이번이 처음인데 다들 너무 잘해줘. 한국 선수들이 장난도 많이 치고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줘. 특히 팀 동료인 최재훈이 한국어를 몇 마디 가르쳐줬는데 알고 보니 다 욕이더라고. 그 밖에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도를 할 줄 알아.

욕을 배웠으면 그 나라 언어는 다 배운거나 마찬가지지. 그런데 적응이 굉장히 빠른 것 같은데 처음 왔을 때 힘든 점은 없었어?
사실 동계훈련을 갔는데 콜롬비아와 비교해 훈련량이 굉장히 많더라고. 그래서 힘들었어. 하지만 동계 때 착실히 준비를 하니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아. 적응은 이미 끝난 것 같아. 첫 경기가 항상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개막전 부산전부터 골도 넣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포르투갈과 콜롬비아 리그에서 뛰었던데 K리그는 어떤 점이 달라?
K리그는 경기 템포가 굉장히 빨라. K리그에서는 모든 것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해. 정신적으로도, 경기장 안에서도 말이야. 한국 선수들은 경합 상황에서 물러서지 않아. 또 빠른 선수들이 많아. 나도 빠른 편에 속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나보다 빠른 선수들도 많더라. 내가 봤을 땐 K리그2가 포르투갈 2부리그, 콜롬비아 1부리그 보다 나은 것 같아.

경기를 보다 보면 힘으로 상대를 밀고 들어가는 장면이 많던데 힘의 비결이 대체 뭐야?
DNA가 타고난 것 같아. 사실 난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 혹시 부모님이 운동선수셨어?
아니야. 아버지는 나무 옮기는 일을 하셨었어. 침대에 들어가는 목재를 옮기는 일을 하셨지. 나도 15살 때까지 아버지를 도와드리곤 했어.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안 해도 이렇게 몸이 좋은 거구나. 그런데 문신이 많은데 혹시 문신에 특별한 의미가 있어?
어머니 이름과 내가 태어난 날짜 등을 문신으로 새겼어. 그리고 내가 등번호 7번을 좋아해서 7번도 새겼지.

팔라시오스 안양
팔라시오스가 <스포츠니어스>와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그런데 안양 7번은 은성수잖아? 혹시 빼앗을 의향은 없어?
7번을 달고 싶었는데 이미 성수가 차지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포기했어. 내년에는 내가 7번을 달고 싶어. 7번을 가져오기 위해서 성수한테 커피를 사줄 예정이야. 성수 역시 내가 7번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커피 한 잔으로 7번을 빼앗으려 하다니… 너무한걸? 그런데 전북전 골을 보니 7번을 달아도 되겠더라. 솔직히 말해 봐. 골 영상 몇 번 돌려봤어. 
500번은 넘게 돌려본 것 같아. 정말 최고였어. 너무 꿈 같은 일이었거든. 전주성에서 전북을 이긴다는 건 나한테도 중요한 일이지만 안양 역사에도 남는 의미 있는 일이잖아?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했고 나도 공격수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전북을 이겼다는 걸 아직까지 믿기 힘들어.

그날 경기는 김형열 감독한테도 의미가 있는 경기였지. 그 분은 어때? 아시아 지도자와는 처음 생활해볼 텐데
감독님은 항상 노력하시는 분이야. 감독님께는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 내가 아시아에 올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분이야.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이곳에 왔는지를 되돌아봐. 그렇기에 감독님을 위해서 항상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

감독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네. 밥도 잘 사주셔?
아니 그렇진 않아.

김형열 감독이 짠돌이신가 보네?
아니야. 정말 그런 게 아니야.

최근에 활약이 좋다 보니 인기가 부쩍 높아진 것 같아. 실감해?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느끼고 있어. 사실 VIPS에 가면 공짜로 음료수도 한 잔 더 주더라고.

그건 네가 VIPS에 돈을 많이 써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런가?

듣다 보니 안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것 같아.
안양에서의 도전이 새로워. 안양이 나에게 기회를 줬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안양을 위해 뛰고 싶어. 안양에 더 있고 싶고 안양과 함께 역사를 써나가고 싶어.

안양의 레전드가 되고 싶은 거야?
응.

거짓말하지마. 너 1년 임대 아니야?
난 안양에 정말 오래 있고 싶어.

그럼 언제쯤 완전 이적이나 임대 연장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거야?
그건 내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겠어. 해결할 부분도 많을 것 같아. 하지만 거듭 말했듯 난 안양에 남고 싶어.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안양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
팬들이 내 이름을 말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또 팬들 머릿 속에 생각이 나는 선수가 되고 싶어. 일단 ‘믹스 커피’나 한잔 하자.

팔라시오스 안양많은 이들은 흔히 시, 도민구단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팔라시오스는 달랐다. 팔라시오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또 최근의 좋은 활약으로  조금은 더 큰 꿈을 꿀 법도 했지만 팔라시오스는 항상 ‘안양’을 먼저 이야기했다. 안양밖에 모르는, 안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하는 팔라시오스. 과연 팔라시오스는 자신의 바람대로 안양의 전설로 남을 수 있을까? 팔라시오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henry412@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26Q6T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