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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대구=곽힘찬 기자] 20일 오후 2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7라운드 경기. 이날 대구는 포항을 경기 내내 밀어붙인 끝에 3-0 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린 뒤 대구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는 故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가 경기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포항전에서 득점을 터뜨리며 대구의 승리를 이끈 김진혁을 위한 노래였다. 김진혁은 이제 대구를 잠시 떠나 훈련소에 들어가 한 달간 훈련 기간을 거친 후 상주 상무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DGB대구은행파크에 운집한 많은 대구 팬들은 김진혁의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등병의 편지’의 노래가사처럼 집 떠나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게 될 김진혁의 기분은 어떨까.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모두 김진혁의 마음을 잘 이해할 것이다. 더욱이 올 시즌 리그에서 네 골을 기록하며 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기에 김진혁 입장에서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마친 뒤 믹스드존에서 만난 김진혁은 그야말로 해탈한 표정이었다. 그는 “솔직히 현실감이 없다. 당장 모레 입대해야 한다. 오늘 어떻게 경기를 뛴 지도 모르겠다”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사실 원래대로의 일정이라면 선수들과 함께 승리를 만끽하고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후 회복 훈련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훈련장으로 나갈 때 김진혁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훈련장’이 아닌 논산에 위치한 ‘육군 훈련소’로 가야한다. 김진혁은 “내일 시합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고 가야 한다”고 말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지난 13일 경남FC와 상주 상무의 경기가 있었던 창원축구센터에서 신창무 선수가 김진혁에게 한 말이 있다. 다가오는 9월 전역해 원 소속팀인 대구로 돌아오게 될 신창무는 입대를 앞둔 김진혁을 향해 “군대가 뭔지 보여주겠다. 오면 끝이다. 내가 잘 챙겨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라며 장난스러운 말을 한 바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김진혁은 “창무 형이 말은 그렇게 하셔도 분명 나를 잘 챙겨줄 것이다”라며 확신했다. 이에 취재진이 “신창무가 큰 오산이라고 했다”고 말하자 김진혁은 “아니다. 나는 창무 형을 믿는다”라며 두 눈을 질끈 감아 웃음을 자아냈다.

병역 의무를 지고 있는 모든 한국 남자라면 훈련소에서 편지 받는 것을 강력하게 원한다. 아무리 내용이 짧더라도 한 통의 편지는 훈련병에게 큰 힘이 된다. 김진혁 역시 내심 편지를 바라고 있었다. 김진혁은 “정말 힘이 된다고 하는데 팬들로부터 편지를 받아보고 싶다. 일단 가장 편지를 받고 싶은 사람은 여자친구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요새 군대가 좋아졌다고는 하나 남자들에게 ‘입대’라는 말은 몸서리쳐진다. 김진혁의 얼굴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김진혁은 믹스드존을 떠나기 전 “열정적인 팬 분들을 두고 입대한다는 것이 정말 마음이 무겁고 아쉽다. 내가 다녀올 때까지 대구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구단에도 급하게 입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다. 더 발전해서 성장한 선수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경례 포즈를 취하며 사진 촬영에 응한 김진혁은 아마 구단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차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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