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 이유빈 “올림픽 땐 긴장해서 노래도 안 들리더라”

ⓒ스포츠니어스 제공


[스포츠니어스 l 안소윤 인턴기자] 지난 7일 19/20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2차 선발전이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18/19시즌 쇼트트랙 대표팀이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새 시즌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이번 19/20시즌 국가대표 최종 명단에선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3000m 금메달리스트 이유빈(서현고,19)이 1년 만에 다시 국가대표에 합류해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해 4월 이유빈은 18/19시즌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2차 선발전 출전을 포기했다. 이날 아쉬움은 가득했지만 소속팀으로 돌아가 다가오는 선발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첫 시작부터 그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1차 선발전에서 최종 11위를 기록한 이유빈은 이틀 뒤 열릴 2차 선발전에 모든 걸 걸어야만 했다.

다행히도 2차 선발전 당일, 신은 이유빈의 편이었다. 1000m 결승에서 노련한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점차 컨디션을 회복한 이유빈은 1,2차 대회 합계 86점으로 대표팀 막차에 탑승했다. 역시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기에 1차 대회 결과만을 가지고 예측하기엔 이른 감이 있었다. 1차 선발전과 2차 선발전 사이에 이유빈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지난 17일 <스포츠니어스>가 이유빈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드디어 18/19시즌이 끝났어요. 선발전 끝나고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아직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이어서 학교에 다니고 있고 이번 쇼트트랙 2차 선발전 1000m 결승전에서 부상을 당해서 병원을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 주에는 친구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번 19/20 쇼트트랙 선발전 1,2차에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어요. 2차에서 놀랍도록 발전한 모습을 보였는데, 1차에 비해서 2차 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었나요?

그렇다고 하기보단 다른 국내 시합보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제가 1년 동안 준비해온 게 있는데 이대로 끝내기에 아쉬웠어요. 또 제가 작년 선발전에서 넘어져서 부상으로 2차 선발전에 기권했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더 잘 타고 싶어서 많은 변화를 주고 단점을 보완했어요. 이번 1차 대회 때 스스로에게 큰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어요. 아직 경기 뛸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있는데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제 자신을 보니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더라고요. 그렇게 2차 대회 첫날까지 집중을 못하다가 마지막 날에는 이제 시즌 끝이니까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후회 없이 임하자는 마음으로 출전했어요.

ⓒ이유빈 SNS 제공

확실히 평창 동계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 출전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전에 비해 시야가 넓어지신 것 같아요. 21000m 결승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쟁쟁한 선배들과 대결했잖아요. 예상 하셨나요?

아니요. 예상 하지 못했어요. 결승 직전 빙상장에 들어가면서 ‘이전에 잘 풀리지 않았던 경기는 깔끔하게 잊자’고 되새겼어요. 계속 부진했던 경기에 얽매이면 스스로 위축될 것 같아서 1000m 만큼은 자신감 있게 타고 싶었어요. 쟁쟁한 선배 선수들과 함께 경기 출전했는데 제가 밀릴 이유가 없다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 하려고 노력했어요.

1000m 결승선 1위로 통과 후 주변에서 뭐라고 말씀 해주시던가요?

친오빠하고 코치님 그리고 같은 팀 선수들이 “애초에 처음부터 그렇게 타지, 왜 너의 본 모습을 마지막에 보여줬니”라는 말을 가장 많이했어요.

결과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인정받고 대회를 마무리해서 좋았을 것 같아요.

기분은 좋았는데 시합 나흘 중에 하루만 잘 타고 사흘을 잘 못 타서 그 점이 마음에 걸렸어요. 이번 선발전에서 부족한 점 보완해서 내년 선발전에선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요.

1년 만에 다시 대표팀 복귀하게 되었는데 소감은?

올림픽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서 많이 설레요. 올림픽 때는 제가 막내였는데 이번에는 저보다 어린선수도 같이 입촌하니까 의젓하게 훈련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새로 합류한 (서)휘민 선수는 저하고 친하기도 하고 같은 팀에 있었으니까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저도 배워야할 점이 많지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작년 올림픽 끝나고 선발전 출전했을 때 많이 지쳤을 것 같아요. 선발전에서 부상당하기 전까지는 컨디션 괜찮으셨나요?

제가 첫 대표팀 합류를 올림픽 시즌에 하다 보니 생각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했고 제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을 많이 했어요. 올림픽 시즌 당시 선수 일지를 다시 읽어보니까 이전 시즌에 비해서 다듬어졌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래서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이만큼 훈련을 열심히 했는데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18/19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는데 또 잘 안 풀리더라고요. 쇼트트랙은 정말 어려운 운동인 것 같아요.

벌써 평창 동계올림픽이 1년 지났어요. 시간이 정말 빠른데 올림픽 출전 전과 후 바뀐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올림픽 출전 전엔 스스로 운동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던 선수였어요. 반면, 지금은 스스로 보완점을 찾아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선수로 성장한 것 같아요. 전에는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는데 지금은 주도적인 선수로 바뀌었어요.

이유빈 선수 인터뷰 영상을 봤는데 올림픽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졌을 때 심석희 선수가 다독여주면서 정신차려야 한다. 이러한 점은 잘못됐고 다음엔 더 잘하면 돼라고 짧고 굵게 위로 해줬다고 들었어요. 그 당시에 긴장 많이 되었을 것 같은데 현장 분위기 어땠나요?

올림픽 선수촌에서 버스를 타고 링크장에 가는 길부터 정말 긴장 되더라고요. 평소 노래 듣는 걸 좋아해서 이어폰을 꽂았는데 계주 준결승 당일에는 긴장해서 노래가 귀에 하나도 안 들어왔어요. 현장 분위기를 느끼기 전부터 많이 얼어있었던 것 같아요.

올림픽 출전 전, 넘어지는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대처를 정말 잘하셨어요.

네, 대표팀이 아닐 땐 계주 훈련 비중이 적었는데 대표팀 들어와서 계주 종목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보니 세세하고 예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훈련 했어요. 훈련하면서 여자 대표팀 선수들과 여러 계주 동영상 돌려봤는데 언니들이 “이렇게 넘어졌을 때는 바로 일어나지 말고 손부터 뻗어라”라고 조언을 해줬어요. 그래서 그 점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어요.

평소에도 선배 선수들이 많이 조언을 해주는 편인가요? 훈련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다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아요.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언니들이 고칠 점을 많이 이야기 해주셔서 바뀌려고 노력했어요. 올림픽 계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필요한 부분은 눈치 보지 않고 바로 피드백을 해줬어요. 소속팀에서는 제가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해서 평창 동계올림픽 시즌 당시 제가 언니들한테 배운 걸 동생들에게 조언해줬어요.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은 올림픽 시즌 중에 어떻게 스트레스 풀었나요?

저희는 야식을 많이 시켜먹었어요. 평일에 운동 끝나고 많이 놀러 다니기도 했어요. 선수촌 방 안에서는 주로 선수들이랑 슬라임 가지고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야식을 먹어도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체중조절을 굉장히 잘하는 것 같아요. 쇼트트랙은 아무래도 스피드도 중요하다보니 체중조절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좋은 체격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사실 제가 먹는 재미를 잘 몰라요. 먹는 것보다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올림픽 시즌 전엔 저도 살이 좀 쪘었는데 올림픽 준비하고 월드컵 대회 출전하면서 살이 저절로 빠졌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강도 높은 운동했던 게 한 몫 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 들어보니까 이유빈 선수는 운동선수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계신 것 같아요.

반면에 저는 안 좋은 음식만 먹어서 걱정이에요. 시합 당일에는 식단 조절을 하고 몸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샐러드를 드시는 분도 계시는데 저는 한 끼 먹을 때 그냥 먹고 싶은 음식 먹어요.

아직 전하지 못한 평창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올림픽이 약 한 달 동안 열렸잖아요. 그 기간에 동갑내기 친구인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정재원선수와 각자 운동 끝나고 일정 없을 때 오락실에 가고 선수촌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저희에게 첫 올림픽이다보니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유빈 선수 쇼트트랙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에서 4학년 넘어갈 때 시작했어요. 6학년 때까진 오빠 따라 운동 다니고 시합 도중에 피아노 연주회 갔다가 다시 시합 뛰러오고 자유로운 영혼이었어요. 초등학교 4-5학년 때는 딱히 잠재력 있던 선수가 아니었는데 6학년 때 꿈나무 대회 종합 1등을 했어요. 제가 당연히 종합 1등을 못할 줄 알고 운동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에 4학년 때 “2년 뒤에 꿈나무 대회 종합 1등 하면 쇼트트랙 그만둘게”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렸거든요. 운동을 안 그만두려고 그런 말을 했었는데 정말 1등하니까 당황스러웠어요. 부모님 두 분 모두 육상 선수출신이셨어요. 그래서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시니까 다른 길을 선택하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운동 이제 그만하라고 하셨는데 그때마다 제가 “조금만 더 할래”라고 말하면서 졸랐어요.

ⓒ이유빈 SNS 제공

쇼트트랙 같은 경우는 새벽훈련도 강도가 높은 걸로 유명하잖아요. 그래도 운동이 계속 하고 싶었나요?

네, “아 오늘 운동하기 하기 싫다” 이 정도였지 아예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친오빠 이준서 선수(단국대,20)도 쇼트트랙을 같이 운동을 하고 있잖아요. 남매가 함께 운동해서 좋은 점도 있나요?

저와 오빠는 서로 고집이 쎈 편이어서 자주 싸웠어요. 항상 오빠가 저 타는 거 보고 잔소리를 해요. 그럴 때마다 저는 화나서 많이 짜증내기도 했어요. 오빠하고 오히려 운동 외적으로 많이 친한 편이에요.

국내 시합에서 오빠 만나면 응원과 격려도 해주나요?

주로 마음으로 응원을 해줘요. 부끄러워서 직접 말로 해주진 못했어요. 항상 오빠와 붙어있을 때는 장난도 치고 많이 싸웠는데 오빠가 대학 진학하고 나서 떨어져 지내는 날이 많다보니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정말 어린나이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는데 선발전 끝나고 부모님께서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요?

부모님께서 저한테 모든 걸 믿고 맡기시는 편이셔서 특별히 긴 말씀은 안하셨어요. 제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선발전 끝나고 여느 때처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소소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제가 평소에는 부모님께 이야기를 잘 안 해요. 그래서 시즌 끝나는 날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눠요.

선수촌에서 훈련 안 할 때는 따로 숙소생활을 하시나요?

원래 부모님께서 픽업을 해주셨는데 제가 오빠와 팀이 달라요. 저는 목동에서 훈련을 받는데 오빠는 성남에서 훈련을 해요. 집은 한국체대 쪽이고 학교는 성남에 있으니까 부모님께서 픽업을 해주시기가 벅차실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18/19시즌엔 목동에서 혼자 자취하고 훈련에 집중했어요.

비시즌인데 가장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저는 면허증을 따고 싶어요. 부모님께서 아직 허락 안 해주실 것 같은데, 기회가 닿을 때 하는 걸 좋아해서 도전하고 싶어요. 한번 타이밍 늦춰지면 계속 늦춰질 것 같아서 여유로울 때 공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방탄소년단의 굉장한 팬이라고 들었어요. 훈련 시간 외에 종종 공연 보러 다니시나요?

시즌이 10월이나 11월부터인데 만일 공연 시기가 시즌과 겹치면 눈물을 삼키면서 참았어요. 비시즌 때는 스트레스 풀려고 종종 다녔어요. 작년에는 발목 부상 치료 김에 공연을 보러 갔었어요.

현재 가장 가까운 목표는 무엇인가요?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안됐지만 내년 4월 선발전이 제겐 가장 가까운 목표에요. 내년 선발전에서 잘 타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 써서 준비하고 싶습니다.

19/20시즌 각오는?

1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 합류한 만큼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게도 언니들의 노련미가 생길 수 있도록 이번 시즌 열심히 운동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서 이전에 비해 동계 스포츠 열기가 식었지만 선수들은 항상 제자리에서 꾸준히 운동하고 있으니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적이 부진한 선수들도 성적이 좋은 선수들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같은 선상에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넌 어리니까 앞으로 기회가 많을 거야”라고 말할 때 이유빈은 “그렇기도 하지만 간절함과 나이는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나에게도 올림픽은 절실했던 무대였다”고 당차게 답했다. 그만큼 어린나이에 이유빈은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 이번 선발전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은 이유빈에게 많은 빙상 팬들은 찬사를 보냈다. 고등학생인 어린 나이에 올림픽 경험까지 더해져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가장 가까운 목표인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항상 실망시키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줬기에 2년 뒤 겨울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95thdbs@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9sglQ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