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5분 더 캠페인’ 말고 ‘오심 NO 캠페인’ 필요한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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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VAR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2010년 K리그에서 ‘5분 더 캠페인’이 벌어졌다. ‘5분 더 캠페인’은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거나 항의를 하거나 고의적으로 밖으로 공을 차내는 등의 행위로 경기 시간이 줄어드는 걸 막자는 캠페인이었다. 선수가 꾀병을 부리거나 심판에게 항의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해야 실제 플레이 타임이 늘어날 수 있다. 취지는 좋았다. 쓸 데 없는 행동을 줄이고 페어플레이를 통해 관중에게 더 질 좋은 축구를 보여주자는 캠페인인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적당히 보여주기 좋은 딱 그 정도 캠페인
연맹은 2010년 이 캠페인 이후 실적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당시 평균 득점이 전 시즌(2.6골) 대비 0.3골 늘어난 2.9골을 기록했고 평균 실제경기시간(APT, Actual Playing Time)도 늘어났다고 했다. 캠페인 당시 관중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목격한 몇몇 사례를 보면 퇴장 명령을 받은 선수가 항의 없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등 모범적인 사례도 있었다. 판정에 승복할 줄 알고 경기에만 집중하는 선수들이 더 늘어날수록 경기는 재미있어 진다.

하지만 나는 이게 큰 효과가 없는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캠페인 이후 득점과 APT가 늘어난 건 아주 단순한 원인이 있다. 추가시간이 사정없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1~2분이 보통인 전반전 추가시간이 4~5분씩 늘어났고 후반전에는 보통 5분 이상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당연히 경기 시간이 길어지니 골이 더 터졌고 APT도 늘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추가시간을 더 강력하게 적용했기 때문이지 90분 동안의 APT가 늘어났다고 볼 수도 없고, 늘어났다고 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다. 그리고 2010년에는 실관중 집계도 없었다. 구단에서 대충 부풀려 발표하는 게 관중수였다. 당시 이 캠페인 이후 늘어났다는 관중수를 그대로 믿어서도 안 된다.

적당히 보여주기 좋은 캠페인 정도다. ‘우리는 이런 캠페인도 한다’ 정도의 의미 이상을 찾기는 어렵다. 속으로는 ‘어차피 추가시간이 길어지면서 늘어난 APT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건강한 축구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캠페인이었으니 딱히 반대할 것도 없었다. 노래방에서 원래 두 시간 노는데 3만 원인데 사장님이 3만 원을 받고 처음에 한 시간 반만 넣어주더니 이 시간이 다 끝날 때쯤 30분을 더 넣어주고 “우리 가게는 인심이 좋다”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뭐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니 여기에 굳이 “원래 처음부터 두 시간에 3만 원이었잖아요”라고 따질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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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도 VAR ⓒ프로축구연맹

느닷없이 2019년에 등장한 ‘5분 더 캠페인’
그렇게 K리그의 ‘5분 더 캠페인’은 끝이 났다. 그런데 프로축구연맹에서 9년이 지난 최근 ‘2019 K리그 5분 더 캠페인’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맹은 “지난 시즌에 비해 41.8%(8708명)의 관중증대를 기록했고 인터넷 중계 동시접속자도 57.4%(20956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흐름을 유지하려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5분 더 캠페인’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적당히 보여주기 좋은 캠페인으로는 무리가 없지만 현 상황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뭐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기에는 나쁘지 않은 캠페인이지만 사실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5분 더 캠페인’을 통해 꾀병을 부리며 시간을 지연하는 선수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진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K리그에서 개선이 필요할 만큼 꾀병을 부리며 시간을 지연하는 선수를 본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중동 팀과의 경기에서 늘 ‘침대 축구’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K리그와 한국 선수들은 참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의적인 시간 지연 행위는 K리그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지난 부천과의 경기에서 퇴장 당한 뒤 시간을 노골적으로 지연한 안산 빈치씽코 정도를 제외하면 K리그는 ‘부지런하게’ 뛴다. 이 점만큼은 자부할 수 있다.

‘5분 더 캠페인’을 통해 하나 더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이게 핵심이 될 것이다. 바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다. ‘5분 더 캠페인’을 진행하면 경기 도중 심판 판정에 항의를 하는 건 캠페인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억울한 판정을 당해도 항의를 하면 “어허, ‘5분 더 캠페인’ 몰라?”라는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선수들은 이 건강한 캠페인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선수로 비판 받는다. 페어플레이를 하고 APT를 늘려 관중에게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는 명분에 반기를 들 선수들은 없다.

APT 줄어든 게 선수탓?
연맹은 ‘5분 더 캠페인’ 재개를 발표하면서 한 가지 기록을 전했다. 2019시즌 7라운드 현재 APT는 57분 45초로 지난 2018시즌 58분 45초보다 1분이 줄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반칙과 항의 등으로 경기가 중단된 시간이 그만큼 많았다고 이 캠페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하고 있다. 실제로 APT가 줄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선수들의 반칙과 항의에 의한 것이라고 누명을 씌워서는 곤란하다. APT가 줄어든 이유는 심판들이 한 경기에서 몇 번씩 VAR에 의존한 판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툭하면 주심이 경기 도중에도 경기를 멈추고 무선 장비를 통해 VAR심판과 대화를 주고 받고 이것도 안 되면 경기장 밖으로 뛰어가 느린 화면을 다시 보고 있는데 APT가 줄어들지 않는 게 이상한 일 아닌가.

생각해 보시라. 요새 K리그에서 페널티킥 선언은 10번 중 8~9번은 VAR을 통해 다시 돌려본다. 관중과 시청자는 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긴장되는 마음으로 VAR을 돌려보는 주심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이제는 오히려 VAR에 의존하지 않고 과감히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모습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필드골은 어떤가. 골이 들어가도 주심은 귀를 만지작거리다가 쪼르르 경기장 밖으로 뛰어가 영상을 다시 확인한다. VAR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 정도면 의존도가 너무 심하다. 과감하게 자신의 판정을 자신 있게 밀고 나가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이 정도면 기계가 판독하는데 인간이 보조하고 있는 수준이다. VAR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심판의 수준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이래도 APT가 1분 줄어든 게 선수 탓인가. 그라운드에서 꾀병 부리고 시간 지연하고 항의하는 선수들의 인식이 달라지길 바라는 캠페인이 먼저일까. 내가 봤을 때 선수들은 별로 개선할 게 없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숨을 헐떡이며 그라운드에 주저 앉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감동적이다. ‘5분 더 캠페인’을 굳이 이 시점에서 시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 뭐 적당히 보여주기 좋은 캠페인이니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시기에 갑자기 선수들의 인식 개선 캠페인을 들고 나오는 걸 보면 연맹이 제대로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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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APT를 갉아 먹는 건 누구인가. ⓒ프로축구연맹

선수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현 시점에서 ‘5분 더 캠페인’보다 더 필요한 건 ‘오심 노(NO) 캠페인’이다. 지난 14일 치러진 강원FC와 FC서울의 K리그1 7라운드 경기에서 나온 페시치의 득점 상황은 오심이었다. 이틀 뒤 연맹 역시 “심판위원회가 15~16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심판평가위원회를 통해 14일 강원-서울전에서 전반 23분 나온 페시치의 득점 상황을 오프사이드로 판단했다”라며 “VAR 심판은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조영욱의 위치만 확인하느라 페시치의 오프사이드 상황을 놓쳤다”고 오심을 인정하기도 했다. 물론 강원은 이날 서울에 패하면서 승점을 따내지 못했고 강원 팬들이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날 심판들은 징계를 받았다. 배정 정지 등이 예상되지만 연맹은 심판 보호를 위해 징계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전국심판협의회는 한 술 더 떠 이날 축구회관 정문에서 집회를 가졌다. 박치환 회장, 조영수 부회장 등 심판협의회 임원은 “K리그 심판의 징계와 경기 배정을 결정하는 조영증 프로연맹 심판위원장은 심판 자격증도 없는 인물”이라면서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선거 공약인 심판행정 일원화를 이행하라”고 외쳤다. 오심 심판에 징계가 내려지자 이를 항의하는 자리였다. VAR까지 동원하고도 오심을 범한 심판은 물론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지연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심을 줄여야 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연맹, 그리고 심판이 징계를 받았다고 항의하는 전국심판협의회의 ‘환장 콜라보’다.

이래도 ‘5분 더 캠페인’이 필요할까. 아니다. ‘오심 노(NO) 캠페인’이 먼저다. VAR까지 갖춰놓고도 오심을 저지르고 이 오심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5분 더 캠페인’까지 시작해 항의까지 막아버리면 심판의 권위만 더 커진다. 경기 중단과 지연의 주된 원인이 바로 심판인데 심판들을 상대로 이 지연 행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게 먼저다. 페널티킥 때마다 VAR을 돌려보고 VAR 심판과 무전하면서 경기 맥을 심판이 다 끊어버리는데 선수들에게 APT를 더 늘리라고 하는 건 자신들의 잘못을 전가하는 행위다. 연맹이 심판의 오심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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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 노*NO) 캠페인’이 먼저다. (이 사진은 본 칼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프로축구연맹

‘5분 더 캠페인’ 말고 ‘오심 노(NO) 캠페인’하자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K리그가 흥행했을 당시 이에 찬물을 끼얹은 건 선수들의 잘못이 컸다. 툭하면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상대 선수들과 멱살을 잡고 싸우는 모습이 그대로 팬들에게 전해졌다. 이기고 있으면 노골적으로 시간을 끄는 행위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프로 의식 없이 공만 차는 선수들이 흥행 분위기를 망쳤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적어도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식빵’을 찾으며 과하게 충돌하거나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를 하며 시간을 끄는 선수들은 없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도 여전히 심판 자질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K리그가 모처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혹시라도 망할 위기가 다시 온다면 그건 선수들의 경기력 때문이 아니라 심판 판정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제 연맹이 ‘5분 더 캠페인’을 시작했으니 몇 달 뒤에는 긍정적인 통계를 집계한 발표가 나올 것이다. 아마도 ‘5분 더 캠페인’ 이후 APT가 증가했고 골도 늘어나 화끈한 공격 축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APT가 늘어나긴 할 것이다. 앞으로 추가시간을 5~6분씩 줄 텐데 APT가 안 늘어나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추가시간이 이렇게 엿가락처럼 늘어나면 극적인 골도 당연히 많이 터진다. 오심에 항의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생긴다. APT만 늘어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지금 과연 ‘5분 더 캠페인’이 필요할까. VAR 판독을 한다면서 맥을 툭툭 끊으며 경기를 멈추는 심판들이 APT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더 든다.

뜬금 없이 등장한 ‘5분 더 캠페인’에 별로 공감이 가질 않는다. 요새 선수들이 거친 플레이를 하고 시간을 지연하고 항의를 하는 등 프로답지 못한 행동으로 K리그 이미지를 깎아먹는 여론이 형성된 적이 있나. 이런 사례는 못 봤지만 매번 심판을 향해 터져 나오는 원성은 끝이 없다. 추가시간을 더 줘서 APT가 늘어나는 게 아닌 실질적인 플레이 시간을 더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고 관중이 더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게 과연 ‘5분 더 캠페인’으로 해결될까. 선수들은 잘하고 있다. ‘5분 더 캠페인’ 말고 차라리 ‘오심 노(NO) 캠페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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