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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화천=이정원 인턴기자] "키 작은게 제일 문제에요"라는 선수. 하지만 그 선수의 활약은 키가 작든 크든 문제가 없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팀 공격수들을 향해 정확한 패스를 보내 줄 뿐 아니라 상대 패스를 일찌감치 차단하는 모습은 마치 첼시의 귀요미 캉테를 연상시켰다. 캉테의 플레이를 닮은 선수는 바로 전남 광양여고 3학년 미드필더 표지수다.

'3학년' 표지수, 광양여고에서는 '1학년'

위에서 말했듯 표지수의 학년은 3학년, 고등학교의 마지막을 보내는 시기다. 하지만 광양여고에서 보냈던 시기는 일 년이 채 되지 않는다. 표지수는 지난 2학년 2학기에 경북 포항여전고에서 전학을 왔다. "2학년 2학기 때 여기 왔다"고 조심스럽게 말한 그녀.

사실 표지수도 전학 가는 해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2018년도 2학기에 대회를 뛸 수 없기 때문. 대회 규정 제 17조 5항에 의거, '타 시도 이적의 경우 6개월을 경과해야 출전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6개월 동안 못 뛰어서 불안했다"고 말한 표지수의 다음 대답은 "그러면서도 편했다"였다. 사실 선수는 뛰어야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 인정 받는다면 대학, WK리그으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의외일 뿐 아니라 당혹스럽기까지 했던 표지수의 답변. 과연 "편했다"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예전에 키 작은 내가 수비를 보다 보니까 키 큰 선수들을 막을 때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6개월 동안 쉬면서 많은 생각도 하고 체력적으로 보강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첫 대회에서 팀에 도움이 많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표지수가 "편했다"라고 말한 이유는 경기를 안 뛰어서 편한 게 아니라 체력적인 여유와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을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표지수가 여기에 오게 된 계기는 광양여고 권영인 감독의 영향도 컸다. 평소 권영인 감독은 온화함 속에 카리스마를 갖춘 감독으로 유명하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자신감이 없었다"라는 표지수는 감독의 칭찬을 쭉 늘어놓았다. "자신감 없는 나한테 감독님께서 항상 자신감을 실어주신다. 그 기운을 받아서 잘하는 거 같다"며 "화를 내셔도 뒤에 와서 달래주신다"고 계속해서 감독의 칭찬을 이어갔다.

표지수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감독의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조금씩 찾고 있다. 그가 생각한 광양여고는 어떨까. 표지수는 "우리 팀은 자유로우면서도 잘하는 팀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내가 중학교 3학년까지는 중앙 수비, 고등학교 1학년에는 오른쪽 풀백을 봤다. 여기와서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번경했는데 수비를 볼 때보다 마음이 편해졌다. 수비일때는 내가 뚫리면 곧바로 골키퍼와 찬스를 맞기에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미드필더를 보다 보니 경기 들어 갈 때 여유가 더 생겼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표지수가 6개월 동안 쉬고 뛴 첫 경기는 어땠을까. 표지수의 첫 경기 상대는 인천 디자인고. 김동기 감독이 이끄는 디자인고는 3학년 선수는 없지만 1,2학년의 패기와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까다로운 팀이다. 광양여고는 초반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유망주 곽로영이 얻어낸 프리킥을 이진주가 성공시키며 앞서갔다. 그리고 표지수가 깔끔한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며 2-0으로 승리했다. "골문을 안 보고 때렸는데 들어갔다"라고 말한 표지수는 광양여고에서 뛴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첫 경기 승리가 표지수를 더 웃게 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는 단호하고 냉정했다. "첫 경기라는 부담감이 있었다. 50% 정도 밖에 못 한거 같다. 선수들에게 오히려 다음 경기 잘 하자고 말했다."

표지수가 데뷔전 승리에도 단호하고 냉정했던 이유는 대충 예감이 들었다. 바로 다음 상대가 친정팀, 포항여전고이기 때문. 그렇기에 그녀의 표정과 답변이 이해가 갔다. 과거 팀동료들에게 "내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는 표지수는 "떨리지만 다음 경기 꼭 이기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넘치는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광양여고는 지난 14일 포항여전고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이민아 언니가 좋아요"라는 표지수의 고민은 여전히 '신체적 한계'

광양여고 얘기가 이어지던 와중에 표지수에게 롤모델이 누구인지 물어봤다. 한참 고민하더니 "이민아 언니가 제일 좋다"라는 표지수는 이민아의 칭찬을 늘어놨다. "체격이 작은데 중원에서 자기 몫을 꾸준히 한다. 그래서 이민아 언니가 좋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고민인 작은 체격에 대해 얘기했다.

사실 여자 축구 뿐만 아니라 남자 축구에서도 키가 작은 선수는 굉장히 많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의 프로필상 키는 170cm이며 현재 강원FC에서 뛰고 있는 김현욱의 키는 160cm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키 작은 많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해 축구선수로서의 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키가 작은 선수보다는 키가 큰 선수가 활용가치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현재 키가 "155cm"라는 표지수는 키가 크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키가 크기 위해 한약도 먹어보고 공진당도 먹어봤다"는 표지수는 어린 시절 성장판 검사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검사에서 돌아온 결과는 그녀를 축 늘어지게 만들었다. "검사를 했는데 160cm까지 밖에 크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후로 한약을 끊었다"라는 표지수의 말에서 얼마나 큰 상실감과 실망감을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키가 클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 봤지만 돌아온 답은 표지수를 좌절시켰기에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한 동안 정말 많이 울었다"라는 표지수는 "한 번은 훈련 끝나고 이불을 뒤집어써서 울었다"고도 말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어깨가 축 늘어진 그녀를 다시 잡은 건 역시 부모님이다. 부모님 역시 상실감이 컸었지만 본인들마저 내색한다면 딸의 슬픔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거라 생각 했을 것이다. "신체적인 자신감에 대해 고민을 할 때 그럴 수록 부모님께서 표정에 신경쓰고 밝게 웃으라고 말씀하신다"는 표지수는 "나도 이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애써 웃으며 말했다.

표지수는 아직도 키 얘기만 나오면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주위에서 뭐라하더라도 본인이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키가 작아도 귀여운 광양여고 캉테 표지수 ⓒ 스포츠니어스

고민은 많지만 그녀는 아직 꿈 많은 '19세 소녀'

신체적인 부분을 벌써부터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표지수는 아직 너무 어리다. 그녀의 나이 이제 우리나이 19세, 한참 꿈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다. "축구 선수를 안 했다면 뭘 했을 거 같냐"고 묻자 의기소침했던 표지수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인터뷰 동안 가장 큰 웃음으로 "축구를 안 했다면 요리를 했을거다"라고 말하는 표지수는 꿈 많은 19세 소녀가 맞았다. "요리는 못하지만 하는 게 재밌다"라는 표지수는 '더 소꿉당', '양팡' 등 인기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서 디저트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티라미수나 마카롱 등을 좋아해서 제빵조리사 자격증을 꼭 따고 싶다"는 표지수의 연이은 답변은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 같았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요리사라는 꿈을 말한 표지수의 일상 생활은 어떨까. 이번에도 크게 웃으며 "SNS에 셀카를 올린다"라는 표지수는 "자는 것도 좋아하고 핸드폰도 많이 한다. 노래방도 많이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녀의 노래방 18번은 무엇일까. 요즘 10대 소녀들에게 인기 많은 방탄소년단일 수도 있고 트와이스와 같은 걸그룹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표지수의 입에서는 놀라운 곡명이 나왔다. "나의 애창곡은 허각의 '나를 사랑했던 사람아'이다"라는 표지수는 "평소 발라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래퍼3 노래도 많이 좋아한다"며 "이영지가 진짜 잘한다"라고 말하며 또다른 팬심을 드러냈다.

이렇게 꿈 많고 좋아하는 것이 많은 표지수의 10년후 모습은 과연 어떨까. W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아니면 해외에 진출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일지. 하지만 그녀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일단 서른 살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게 목표다"라는 표지수는 "이후에 가족들과 일본 오사카를 가고 싶다"고 말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오사카는 예쁜 곳이 정말 많다. 훈련 때 가보고 가족들과는 가보지 못했다. 은퇴하고 가 보고 싶다."

표지수는 때론 당돌하면서도 한편으론 19세 소녀의 귀여운 모습을 인터뷰에서 보여줬다. 표지수의 나이 이제 19세,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다. 하지만 축구라는 두 글자를 택한 그녀는 자신의 단점인 체격을 극복하기 위해 여전히 운동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축구에서 키는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표지수는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경기에 임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롤 모델은 누구일까. 보는 사람이 느낀 것처럼 첼시의 캉테였을까? 광양여고의 캉테 표지수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일단 이번 대회 우승이 목표다. 그리고 나는 제 2의 누구보다 제 1의 표지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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