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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성남=홍인택 기자] 성남 풍생고 출신 김소웅이 성남종합운동장에서 특별한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김소웅은 13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7라운드에서 포항스틸러스를 상대로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소웅은 전방에서 쟁쟁한 형들과 몸을 부딪치면서도 밀리지 않았고 김민혁의 중거리 슛 바로 직전에 패스를 넘겨주면서 K리그에서 생애 첫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소웅은 성남종합운동장 바로 옆에 있는 풍생고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8년 바로 성남FC에 입단했다. 김소웅은 지난해 성남이 K리그2에 있었을 당시에도 출전이 네 차례에 그쳤다. 그것도 교체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출전 기회를 늘리고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성남이 K리그1으로 승격하면서 김소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K리그2에서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가 K리그1에서 확실한 카드로 쓰일지는 미지수였다. 김소웅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출전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몸을 만들고 준비하면서 출전 기회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런 김소웅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에델이 부상으로 빠지는 등 여러 가지 운도 따랐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묵묵히 준비한 게 컸다. 남기일 감독은 본인도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벼르던 포항전을 앞두고 김소웅을 선발 명단에 넣었다. 김소웅의 첫 선발경기가 성남으로서도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됐다. 남 감독은 "R리그와 동계훈련 때부터 충분히 몸을 만들고 준비한 선수다.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며 김소웅의 투입 이유를 전했다.

김소웅은 선발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것을 보고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웠다. 김소웅은 자신의 선발 데뷔전을 앞두고 "처음에 하루이틀 정도는 머릿속이 복잡했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김소웅은 그렇게 자신의 선발 데뷔전을 그토록 지켜보고, 또 많이 뛰어봤던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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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소웅은 최전방에서 마티아스와 함께 투 톱으로 나섰다. 남기일 감독과 성남의 색처럼 김소웅도 많이 뛰었다. 1999년에 태어난 이 선수는 성남종합운동장을 매우 익숙하게 뛰어다녔다. 쟁쟁한 포항의 미드필더나 수비수들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으면서 패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전반 23분. 박스 안쪽 돌파가 쉽지 않자 공간을 앞에 둔 김민혁에게 살짝 밀어줬다. 그리고 김민혁의 중거리 슛은 골로 이어졌다. 김소웅이 첫 선발 데뷔전에서 도움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김소웅은 이 장면에 대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어시스트는 제가 완벽하게 만들어준 것보다는 (김)민혁이 형이 워낙 잘 때렸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 김민혁은 군 입대를 앞두고 홈 고별전을 치렀기에 김소웅의 패스가 선물과도 같았다. 김소웅의 말을 옆에서 듣던 김민혁은 "솔직히 제가 잘 때렸다"라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김소웅의 프로 첫 공격포인트를 축하해주는 모습이었다.

첫 선발 경기를 마친 김소웅은 "K리그1, K리그2 통틀어서 선발로 나온 건 처음이었다. 결과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라며 "경기 전에는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막상 경기장에 나오고 보니까 긴장이 하나도 안 되더라"라고 덧붙였다. 특히 K리그1 선수들과 직접 몸을 부딪쳐본 소감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할 만하더라"라며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성남은 김소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황의조의 뒤를 이어 성남의 아들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풍생고는 황의조라는 대형스트라이커를 프로에 보낸 뒤 저조한 성적을 거두다가 2016년 혜성처럼 등장한 김소웅의 7골에 힘입어 K리그 주니어 첫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풍생고를 거쳐 성남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떨친 황의조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김소웅에게도 성남종합운동장이 낯설지 않았다. 김소웅은 "제가 고등학교 때 종합운동장에서 좋은 추억이 많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득점도 많이 했고 승리도 많이 했다"라면서 "친했던 초등학교 친구들도 오늘 경기를 보러 찾아왔다. 다 이 동네 사람들이다"라고 전했다. 어쩌면 김소웅에게는 기회를 잡기 어려웠던 탄천종합운동장보다 성남종합운동장이 더 알맞을지도 모른다.

김소웅은 경상남도 거제에서 태어났지만 4학년부터 성남에서 축구를 시작했으니 성남 사람이나 다름없다. 만약 김소웅의 황의조처럼 K리그1에서도 대형 스트라이커로 거듭난다면 성남의 아들이 또 한명 탄생하게 된다. 김소웅은 로컬 보이로서 "제가 공을 잡을 때면 항상 위협적인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팬들이 기대하실만 한 선수로 기억에 남고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K리그2 있을 때부터 경기에 많이 나오지 못했는데 연연하지 않고 나름 준비를 잘한 것 같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선발로 출전했다"라면서 "아직 기회를 다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작 한 경기했다"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팬들을 향한 감사는 잊지 않았다. 그는 "선발로 데뷔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팬분들이 항상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다음 경기에도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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