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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수원=이정원 인턴기자] 노동건의 목표는 수원의 레전드가 되는 것이었다.

수원삼성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2019 K리그1 6라운드 대구FC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수원은 최근 네 경기 무패 행진(2승 2무)을 달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실 수원은 전반과 후반 모두 초반 기세를 잡아가며 경기를 운영했다. 타가트와 데얀으로 이어지는 최전방 라인은 초반 상대 수비를 압박하며 슈팅 기회를 가져왔고 상대 골키퍼 조현우를 흔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중반부터 대구가 자랑하는 스리톱 라인인 세징야, 김대원, 에드가에게 연이어 슈팅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내줬다.

무려 27개의 슈팅, 14개의 유효 슈팅을 허용한 수원은 득점이 문제가 아니라 실점을 걱정하며 경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골대 근처로 날아오는 모든 슈팅을 골키퍼 노동건이 몸 날려 막아내며 '0'실점을 기록하는 데 성공한 수원이었다.

노동건은 완벽한 슈팅마저 한 박자 빠른 판단과 펀칭으로 막아내며 수원 홈 경기장을 찾은 7,400여명의 홈팬을 열광케했다. 개막 세 경기에서 이적생 김다솔에게 주전 골키퍼 장갑을 내주며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만 봐야 했던 노동건. 하지만 4라운드부터 다시 팀의 최후방 자리를 차지하며 팀의 무패 행진을 이끌었고 자신의 존재감도 다시 보여주고 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노동건은 "막아서 좋긴 하지만 홈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가져가지 못해 아쉽다"며 "팬분들도 많이 오셨는데 승리라는 선물을 안기지 못해 죄송하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한 번 고정되면 쉽게 바꾸지 않는 특수 포지션이다. 하지만 노동건은 조급함을 가지지 않고 착실히 몸을 만들었고, 지난 4라운드부터 시작해 이번 대구전까지 네 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주전 골키퍼 장갑을 다시 되찾았다.

"내가 초반에 듬직한 면이 부족했던 거 같다"는 노동건은 "사실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기회가 온다 생각하고 준비를 하니까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건은 "연습 효과가 이제 나오는 거 같다. 기록도 좋아지니까 나 역시도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노동건은 이날 경기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얘기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는 "사실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공격수가 받아야 더 좋은 것"이라며 "슈팅을 많이 허용한 부분도 아쉽고, 골을 못 넣은 것도 너무 아쉽다. 다음 경기가 포항스틸러스와 FA컵 경기인데 득점에도 성공하고 나도 잘 막아 승리를 챙기고 싶다"고 밝혔다.

경기 후 수원 이임생 감독도 "노동건의 활약은 올 시즌 베스트다. 수비수들도 노동건을 믿고 플레이했다"며 노동건의 경기력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노동건은 웃으며 "감독님이 비디오 분석을 많이 하신다. 그러면서 나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며 "선수들도 '한 쪽만 막아라. 나머지는 우리가 할테니'라고 말하더라. 감독님이나 선수들이 믿어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노동건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 주역 중 한 명이다. 고교 시절부터 'FIFA U-20 남자 월드컵', '제1회 AFC U-22 챔피언십' 등에도 출전하며 소위 말하는 엘리트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하지만 프로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2014년 수원에 입단했지만 이미 정성룡이라는 국가대표 골키퍼가 있었으며 정성룡이 일본으로 떠난 후에는 신화용이 정성룡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결국 노동건의 자리는 없었다. 간간히 경기에 출전해도 빛나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한 노동건이었다.

"예전에는 비판과 비난에 심리 상담도 받았다"라고 웃으며 말한 노동건은 "정말 인터넷 기사도 안 봤다. 무서웠다. 하지만 내 실력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니까 좋은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팬들도 칭찬을 해주시니까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팬분들의 응원이 항상 힘이 난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부탁드린다"라고 말한 노동건은 인터뷰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나도 (정)성룡이형, (이)운재형처럼 빅버드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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