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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수원=명재영 기자] 대구FC가 왜 대세인지 증명한 경기였다.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7라운드 수원삼성과 대구FC의 경기가 열렸다. 양 팀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공격에 무게를 두며 치열한 경기를 펼쳤지만 마무리에 실패하며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수원의 홈경기였지만 주도권은 경기 내내 대구가 가져갔다. 유효슈팅 14개를 포함해 무려 27개의 슈팅을 쏟아부으며 수원의 숨통을 조였다. 단순히 슈팅만 많았던 것이 아니라 경기력 자체가 수준급이었다. 수원 노동건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이 없었다면 큰 점수 차로 이길 만한 경기력이었다.

리그 내 최고 외국인 선수로 떠오른 에드가와 세징야는 이날 경기에서도 수원의 수비진을 손쉽게 요리하며 경기를 쥐락펴락했다.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단단한 조직력으로 뭉친 국내 선수들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반면 수원은 이날 경기까지 4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2% 부족한 경기력이었다. 얕은 선수단으로 AFC 챔피언스리그(ACL)까지 병행하며 체력 문제를 안고 있는 대구를 상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아직 이임생표 전술이 완전히 녹아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지만 개인 기량면에서도 대구를 앞서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못했다. 몸값 차이를 고려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대구는 2강으로 꼽히는 전북현대와 울산현대보다도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경기장(DGB대구은행파크)은 경기가 열렸다 하면 매진이 이어지고 있다. 창단 후 처음으로 나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승 1패로 다음 단계로의 진출이 희망적인 상황이다.

물론 대구의 도전은 이제 시작 단계다. 일정이 다소 여유로웠던 3월과는 달리 FA컵과 ACL 경기가 연달아 다가오면서 체력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선수단이 기업구단처럼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를 좁히는 것이 최대 과제다. 현재까지는 안드레 감독이 팀을 잘 만든 모양새다. 주중에 있었던 히로시마 원정에서 0-2 완패를 당했지만 이날 대구 선수들의 얼굴에서 패배의 후유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강등의 위기에서 FA컵 우승으로 반전의 드라마를 쓴 대구가 올해 진정한 완생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없지만 지금 분위기는 매우 좋다. 팬부터 선수단까지 연결된 끈끈함이 유지된다면 시민구단으로서의 새 역사가 충분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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