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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천=김현회 기자] 최전방 공격수의 퇴장으로 10명이 뛰게 된 안산그리너스가 후반 종료 직전 마지막 역습 기회를 맞았다. 미드필드에 포진해 있던 방찬준이 전력질주하며 골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날린 회심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골문 안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2-1. 적지에서 안산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부천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방찬준은 이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이다. 13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K리그2 2019 부천과 안산의 경기에서 방찬준은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2016년 강원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무려 3년 만의 K리그 골이라는 큰 의미가 있었다. 돌고 돌아 다시 K리그에 온 방찬준의 신고식과도 같은 경기였다.

방찬준은 중동중학교 시절, 전국대회 두 차례 득점왕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매탄고 시절에는 15경기 연속골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괴물폭격기'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각종 대회에서 득점왕과 각종 상을 휩쓸어 나간 그는 2012년 고교챌린지리그 한 시즌 23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2015년 드래프트를 통해 수원삼성 우선지명 선수로 입단한 그는 바로 다음 시즌 강원에 임대됐고 시즌 초반 세 경기 연속 골로 잠시 주목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군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그는 2017년 K3리그 포천시민프로축구단으로 옮겨야 했다. ‘빅클럽’ 수원삼성에서 뛰며 주목받았던 그는 어느덧 잊혀진 존재가 됐다.

지난 해 그는 K3리그 여주세종축구단으로 이적해 놀라운 활약을 이어나갔다. 19경기에 출장해 무려 25득점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K3리그에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를 주목하는 이들은 없었다. 철저하게 외면 받는 K3리그에서 뛰는 선수의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방찬준은 바닥을 친 뒤 올 시즌 K리그2 안산그리너스의 선택을 받아 마지막이랄 수 있는 도전에 나섰다.

그는 안산 유니폼을 입고 이날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팀이 0-1로 뒤지고 있는 후반 15분 파우벨과 교체되면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후 후반 39분 이인재의 골로 동점에 성공한 안산은 후반 추가 시간 방찬준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방찬준은 역습 상황에서 장혁진의 패스를 이어 받아 통렬한 슈팅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만난 방찬준은 “우리가 한 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부천이 공격적인 숫자를 많이 두고 있었다”면서 “공을 빼앗은 뒤 우리가 역습으로 나왔다. 내가 미드필드인데 우리 공격 숫자가 별로 없어 전방으로 나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뛰어 나갔다. 기회라는 생각해 끝까지 뛰어보기로 했는데 (장)혁진이 형이 나를 보고 침착한 패스를 찔러 넣어줬다”고 득점 상황을 회상했다.

방찬준은 “우리가 비록 한 명이 퇴장 당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동점골을 넣고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흘렀다”고 평했다. 이날 후반 44분 안산 빈치씽코가 거친 플레이로 퇴장 당했음에도 안산은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그는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개막 후 첫 네 경기는 해볼 만한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까다롭다고 여긴 아산과 부천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웃었다.

그는 “순위표 위에 위치해야 할 이 두 팀을 이겨 자신감을 찾았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잘 무장돼 있고 지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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