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화천=전영민 인턴기자] 축구에서 주장 완장의 무게는 무겁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야 함은 물론 팀을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 팀원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대전 한빛고 주장 유기명은 어린 나이에도 이미 무거운 주장 완장의 무게를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11일 강원화천생활체육공원 보조구장에서 열린 '2019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대전 한빛고는 시종일관 제주여고를 밀어붙인 끝에 2-0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한빛고 강성민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에게 강한 질책을 쏟아냈다. 선수들로서는 완승에도 꾸중을 듣는 상황이 서운할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유기명은 불만 대신 성숙한 대답을 전했다.

유기명은 "감독님께서 칭찬을 해주시면 선수들이 안일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감독님도 보통 안 되는 점을 많이 지적해주신다. 사실 오늘 경기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승리했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이기고 있으니) 친구들이 쉽게 생각한 것 같다"며 냉정한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날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왼발잡이' 유기명은 한 템포 빠른 패스와 판단력, 세련된 기술로 한빛고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비록 유기명은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반대발 윙어로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하지만 유기명은 이날 경기 자신의 활약에 대한 공을 강성민 감독에게 돌렸다. 유기명은 "원래 왼쪽 공격수 였다. 하지만 감독님이 내 장점을 살리기 위해 오른쪽에 배치하셨다. 오른쪽에 서면 안으로도 드리블을 할 수 있고, 밖으로도 할 수 있다. 감독님이 '더 많은 플레이를 자유롭게 하라'며 오른쪽에 세워주셨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왼발잡이' 유기명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유기명은 권창훈, 장슬기를 닮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유기명은 "남자 축구선수 중에는 권창훈이 롤모델이다. 권창훈 선수의 드리블과 강력한 왼발, 결정력을 닮고 싶다. 여자 축구선수 중에는 장슬기 선수처럼 되고 싶다.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가 가능하고 공격, 수비를 다 잘한다. 두 선수처럼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유기명의 대답은 항상 주장다웠다. 유기명은 인터뷰 내내 본인보다는 '팀', '동료'라는 단어를 먼저 꺼냈고 감독의 강한 질책 뒤에 숨긴 의미를 이해했다. 다음 경기에 대한 질문을 하자 유기명은 역시 주장다운 대답을 전했다. 유기명은 "다음 경기가 동부고와 예선 마지막 경기다. 열심히 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집중하고 열심히 하면 못해볼 팀은 없다. 다 같이 뭉친다면 해낼 수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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