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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춘천=홍인택 기자] 이제 벤치에 있는 감독도 '카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과 아이슬란드 여자축구대표팀이 맞붙은 9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1-1 무승부로 치열한 양상이 펼쳐지는 후반 41분 아이슬란드를 이끄는 욘 헉쏜 감독의 비신사적인 행위가 나왔다.

후반 41분 공이 터치라인 바깥으로 빠져나가며 한국 대표팀의 공격권이 선언된 상황이었다. 욘 헉쏜 감독이 있는 위치에 공이 흘러나와 헉쏜 감독이 공을 손에 잡으며 부심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나왔다. 마치 한국에 공격권이 주어진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 선수가 스로인을 하기 위해 공을 가진 헉쏜 감독에게 다가가자 헉쏜 감독은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는 듯 공을 손에서 놓고 발로 툭 차면서 공을 다른 방향으로 보냈다. 이를 지켜보던 카네마츠 하루나 주심은 헉쏜 감독에게 달려가 '옐로카드'를 하늘 위로 들었다. 감독에게 가시적으로 경고가 주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전까지는 감독, 코치를 비롯해 벤치에 앉은 팀의 인원이 불법행위를 한 경우 주심이 경고나 퇴장 조치를 할 때는 직접 구두로만 전달했다. K리그를 비롯한 해외리그에서도 주심이 감독에게 직접 손으로 라커룸 방향을 가리키며 '나가 달라'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제는 '옐로카드'를 비롯한 '레드카드'가 감독에게 직접 주어지면서 경기장 안에 있는 관중들 모두가 벤치 인원의 불법 행위를 알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지난 3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발표한 새 경기 규칙이 한몫을 했다. IFAB 측은 새로 발표한 규정을 오는 6월 1일부터 적용, 6월 8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여자월드컵에서도 발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대한축구협회 측에 공문을 보내 "여자월드컵에 참가하는 각국 여자대표팀의 적응을 돕기 위해 친선경기에 한해 새 규칙을 도입할 수 있다"라고 알려왔다.

윤덕여 감독은 이번 아이슬란드와의 2차전을 앞두고 변경된 규칙으로 경기를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변경된 규칙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이날 경기에서 나온 상황은 헉쏜 감독을 향한 '옐로카드'였다. IFAB 측은 규정을 변경한 이유로 "카드를 보여주면서 제재하는 것이 선수나 관중 등에게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바뀐 규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교체 아웃되는 선수는 주심의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자신이 있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터치라인 또는 골라인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규정이 생기면서 교체 속도가 좀 더 빨라졌다. 반면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던 다른 규칙들은 이날 뚜렷하게 나타난 장면이 없었다.

IFAB 측은 벤치 인원에게 카드를 보여주거나 교체 시간을 줄이는 노력 외에도 ▲공이 손에 우연히 맞고 득점될 시 반칙 ▲프리킥 상황 시 세 명 이상의 수비벽을 쌓을 경우 공격팀 선수들은 수비벽에서 1m 이상 떨어질 것 ▲골킥이나 페널티 지역 안에서 프리킥을 할 때 공이 이동되는 순간부터 인플레이 ▲공이 심판 몸에 맞고 소유팀이 바뀌거나 결정적인 공격 움직임으로 이어지거나 골로 연결될 시 드롭볼 시행 ▲빠른 프리킥 이후에도 다음 경기 중단 시에 반칙을 한 팀 선수에게 경고나 퇴장 조치 ▲경기 전 동전 토스에서 이기는 팀이 킥오프나 진영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새로운 규칙을 정해 발표한 바 있다.

IFAB의 발표에 따라 이제 벤치에 있는 감독은 물론 코치까지 경기장 안에 있는 관중 앞에서 카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헉쏜 감독은 한국 원정에서 새로 적용된 규칙으로 인해 공개적으로 '옐로카드'를 받은 감독이 됐다. 잠깐의 화를 참지 못한 모습으로 인해 불명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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