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현장] ‘놀랄만한 데뷔전’ 수원 한석희, 강원이 포기했던 선수?

수원삼성 한석희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춘천=명재영 기자] “인생..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7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6라운드 강원FC와 수원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지루한 공방전으로 진행되던 경기는 후반 21분 수원의 데얀이 시즌 첫 골을 터트리고 후반 46분 염기훈이 70-70 클럽을 달성하는 멋진 프리킥 골을 넣으며 수원의 승리로 끝났다. 대기록을 달성한 염기훈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향했지만 염기훈만큼이나 이날 경기에 사연 깊은 이가 있다. 수원의 신인 공격수 한석희다.

작년까지 호남대에서 대학 무대를 평정한 한석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 합류했다. U리그를 비롯해 모든 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한석희는 2018년 추계대학연맹전 득점왕까지 차지하며 거물 기대주로 여러 프로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다. 하지만 이면에는 누구보다도 아프고 힘들었던 과거가 있다.

한석희는 강원도 태백에 있는 황지중과 강릉제일고에서 학창 생활을 보냈다. 강릉제일고는 강원의 U-18 유스 팀이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유망주로 평가됐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축구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쓰러진 것이다.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한끝에 겨우 털고 일어났지만 프로 직행에는 실패했다. 호남대로 진학하며 무대를 대학으로 옮긴 한석희는 준수한 활약으로 다시 한번 꿈을 키워나갔다.

그런 한석희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여름 강원이 우선지명권을 철회한 것이다. 고학년에 접어든 그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더군다나 한석희는 1996년생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다고 해도 U-22 쿼터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여느 또래 같았으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시련이었지만 한석희는 곧장 털어냈다. 우선지명 철회 통보를 받은 뒤 나선 추계 대학연맹전에서 8경기 출전 13골 1도움이라는 괴물 같은 기록으로 호남대에 19년 만의 대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173cm 67kg로 공격수로는 불리한 신체조건이지만 뛰어난 기술과 판단력이 빛났다. 대회가 끝나자 국내외 여러 구단이 한석희를 품에 안기위해 달라붙었다.

심사숙고 끝에 한석희는 수원을 선택했다. 때마침 이임생 감독이 부임하면서 타이밍이 맞아 들어갔다. 이임생 감독은 신인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이임생 감독은 “오늘 데뷔한 한석희는 예전부터 꼭 기회를 주고 싶은 선수”였다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돕겠다”고 말했다.

후반 34분 타가트와 교체 투입된 한석희는 20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결정적인 슈팅을 선보이는 등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플레이를 펼쳤다. 자신을 포기한 친정팀 강원의 홈에서 프로 무대 데뷔전을 가진 한석희는 “조금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내가 수행해야 할 임무에만 집중했다”며 의외로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나는 그에게 강원을 싫어하느냐고 살며시 물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그의 표정에서 정말 그런 것만 같은 진심이 느껴졌다. “그런 마음은 전혀 없다. 비록 강원과의 인연이 프로 무대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여전히 강원을 응원한다.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나는 수원에서 성공하고 싶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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