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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용인=김현회 기자] 4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여자축구 A매치. 지소연은 이런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용인시민체육공원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아이슬란드의 A매치는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여자축구 대표팀 경기였다. 대표팀은 지난 2015년 11월 호주와 평가전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오랜 만에 경기를 치렀다. 4년 동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들은 모두 해외에서 치러졌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수비 불안을 나타내며 아이슬란드에 2-3로 패했다. 후반전에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전반전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경기 후 만난 지소연도 “전반전에는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전반 수비 실수로 두 골을 내준 뒤 후반 들어 여민지와 이금민이 골을 기록하며 동점에 성공했다. 이후 한 골을 내주며 패하긴 했지만 전반과 후반의 경기력은 전혀 달랐다.

지소연은 “홈에서 하는 경기인 만큼 ‘우리 여자축구도 이렇게 잘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0-2로 뒤진 후반전에도 골을 더 먹는 한이 있더라도 따라가 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욘 헉쏜 아이슬란드 감독은 “한국의 후반전은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한국의 플레이가 후반 들어 나왔다”고 평하기도 했다.

4년 만에 안방에서 A매치 경기를 치른 지소연의 심정은 어땠을까. 지소연은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울컥했다”면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 응원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할 수 있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슬란드전에는 한국 여자 축구 사상 최다관중인 1만 5,839명이 몰려들었다. 2015년 11월 호주와 평가전에서 3,222명이었던 종전 최다 관중 기록을 훌쩍 뛰어 넘는 관중수였다.

지소연은 “영국에서 자주 왔다 갔다 해 이제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오늘 경기를 앞두고는 긴장을 좀 했다”면서 “원래 긴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4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였기도 하고 동생들도 이렇게 관중이 많을 때 보여주자고 경기 전부터 이야기해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긴장했던 전반전과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후반전의 경기력이 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아닐까.

하지만 지소연은 분발을 촉구했다. 유럽 무대를 경험하고 있는 그는 이날 경기에서의 패배가 불만족스러운 듯했다. 그는 “오늘 상대한 아이슬란드는 유럽에서도 상위권 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가 이 팀을 넘어야 노르웨이를 넘을 수 있다. 노르웨이 선수들은 아이슬란드 선수들보다 크면 컸고 빠르면 빨랐지 절대 작거나 느리지 않다. 이렇게 유럽 선수들과 자주 붙어야 그 속에서 우리가 뭐가 부족한지 배울 수 있다. 유럽 팀들을 상대해 보면 너무 잘해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오는 6월 프랑스에서 여자 월드컵을 치른다. 개최국인 프랑스와 한 조에 속했다. 지소연은 지난 달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생제르맹과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치렀다. 지소연은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월드컵에서도 프랑스를 만나면 이때와 같은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요즘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이 많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러본 적 없는 후배들이 자칫하면 열정적인 상대팀의 응원에 기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소연은 4강 리옹과의 경기도 앞두고 있다.

지소연은 “파리에서 경기를 하는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남자 축구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관중이 1만 7천명이 왔는데 동료들끼리 이야기하는 게 하나도 들리지 않더라. 90분 내내 쉼없이 응원을 하고 홍염을 피운다. 측면에서 스로인을 하려고 하면 관중이 뭘 던지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기를 하면 우리 후배들이 당황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지소연은 그러면서도 “동료들한테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내가 말로 하는 건 한계가 있다. 동료들이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가장 큰 해답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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