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천안이 서울이랜드를 맞이하는 자세


[스포츠니어스|천안=조성룡 기자] “오늘은 서울이랜드가 이길 겁니다.”

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서울이랜드와 수원FC의 경기 전 천안시 관계자는 미소를 띠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분 K리그 안봤나’ 싶어 다시 한 번 물어보니 그는 좀 더 명확하게 설명했다. “천안이 알고보면 무패의 땅입니다. 원래는 전승의 땅이었어요. A매치를 천안에서 개최하면 다 이겼거든요. 하지만 지난해 파나마전에서 비기는 바람에 전승의 땅이 아니라 무패의 땅이 됐습니다.”

서울이랜드는 올 시즌 일정의 대부분을 천안에서 소화하고 있다. 원하지 않은 타향살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타향살이는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서울이랜드 관계자들은 천안 홈 경기에 대해 대부분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구단 직원들도 천안에서 합숙 중이다”라는 고충은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딱히 불만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고맙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이랜드는 천안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홈 경기를 개최하고 있다. 천안종합운동장과 천안축구센터 등 서울이랜드는 천안의 축구 인프라를 사용할 때 ‘1순위’일 정도다. 게다가 서울이랜드가 경기하거나 훈련하는 곳의 잔디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멀리서 봐도 잠실종합운동장보다 낫다. 적장인 수원FC 김대의 감독도 잔디가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비결을 묻자 천안시 관계자는 말했다. “천안은 축구도시니까요. 각종 행사가 있어도 잔디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합니다. 시설관리공단이 정말 노력 많이 해요.” 지역 정치인들도 총 출동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구본영 천안시장 등 유력 인사들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안종합운동장에 K리그 깃발이 내걸린 것은 오랜만이다 ⓒ 스포츠니어스

천안은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제2 NFC) 유치 붐을 좀 더 일으키기 위해 서울이랜드 홈 경기를 유치했다. 경기장에 등장한 천안시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제2 NFC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천안에 유치되어야 합니다. 현재 충청권 후보가 천안 밖에 없어요. 충청 지역 단체장들이 천안에 유치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훈련 기후나 교통 접근성도 좋습니다. 제2 NFC는 대표팀 훈련 뿐 아니라 각종 강습회와 훈련도 있잖아요. 전국에서 모이는 장소입니다. 지방에 있는 축구인들도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이 천안입니다.”

“예산도 걱정 없습니다. 올해 천안시의 예산은 2조 원이 넘습니다. 2017년부터 ‘채무 제로’입니다. 다른 도시처럼 무리하게 예산을 끌어다 쓰지 않고도 충분히 좋은 축구센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천안은 축구 열기가 뜨거운 곳입니다. 유소년 단계부터 내셔널리그 천안시청까지 연령별 팀이 갖춰져 있습니다. A매치를 통해 축구에 대한 관심도 입증했습니다. 답은 ‘천안’입니다.”

순간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천안이 축구 열기가 높다면 프로축구단 하나는 있어야 했다. 옆 동네 아산도 가지고 있는 것이 프로구단이었다. 천안은 이제 서울이랜드 홈 경기를 유치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 열기가 높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천안시 체육진흥과 박승복 과장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천안시는 제2 NFC를 유치할 경우 프로축구단 창단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립서비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현재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의 1년 예산이 25억원 가량 소요됩니다. 이 예산을 좀 더 끌어 올리고 충청남도의 지원도 받을 겁니다. 도와 논의도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 제2 NFC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유치 시 3년 내 프로구단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천안시청 선수단을 모태로 좀 더 실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등 구단을 프로화 시킬 준비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이 내용에 흥미를 보이면서도 ‘시일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최대한 빠른 시일로 앞당기겠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천안의 서울이랜드 홈 경기 유치도 제2 NFC의 연장선상에 있다. 천안은 제2 NFC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박 과장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여기에 제 명운을 걸었습니다.” 그렇다면 제2 NFC 유치 시 지켜야 할 공약들도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천안에 축구 붐을 끌어올려야 했다. 돈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이랜드는 최적의 환경에서 홈 경기를 치를 장소가 필요했고 천안은 사전 작업과 축구 붐을 끌어 올릴 존재가 필요했다. 양 측의 이해 관계가 딱 맞아 떨어진 셈이다.

물론 이해 관계가 맞다고 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천안이 서울이랜드에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청과 시의회, 시설관리공단 등 유관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서울이랜드는 이 지자체와 공기관의 협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서울시에서 겪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은 서울이랜드의 생각보다 훨씬 더 호의적으로 나섰다. 그만큼 천안은 제2 NFC 유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서울이랜드의 천안 홈 경기 역시 무게감 있게 대하고 있었다.

이번 천안 홈 개막전에서 천안시 관계자들은 딱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관중이었다. 서울이랜드는 ‘만 명 데이’를 외쳤지만 정작 들어온 관중 수는 3,079명(유료 2,887명)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봤다. “계속 경기를 하다보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관중이 들어올 겁니다”라는 것이 천안시와 서울이랜드 관계자의 기대감이었다. 이날 서울이랜드는 수원FC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어쨌든 ‘무패의 땅’이라는 천안의 명성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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