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747일 만에 그라운드에 선 김대경의 특별했던 복귀전

김대경 인천
2017년 이전 김대경은 웃는 일이 더 많았던 선수였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어제(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18 인천유나이트와 대구FC의 경기에서는 주목받는 선수들이 있었다. 두 골을 기록한 대구 김진혁과 역사적인 K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른 베트남 스타 콩푸엉이 이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모든 관심은 이 선수들에게만 쏠렸다. 하지만 이 둘 외에도 이 경기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선수가 있다. 바로 인천의 김대경이다.

석 달 사이 두 번이나 수술대에 오른 김대경
2017년 3월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유나이티드와 전북현대의 경기가 열린 이날 인천 김대경은 컨디션이 대단히 좋았다. 하지만 그는 전반 8분 만에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결국 곧바로 교체 아웃됐다. 어느 정도 회복 기간을 거치면 곧 바로 경기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는데는 상상도 못할 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의 시계는 2017년 3월로 멈춰있었다. 그날 같이 그라운드에 있던 송시우와 김대중은 군대에 갔고 문선민은 국가대표가 된 이후 전북으로 갔지만 김대경은 그 시간 동안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김대경의 부상은 대단히 컸다. 그는 오른쪽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 판정을 받은 뒤 수술대에 올랐다. 그래도 수술 이후 재활에 집중하면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 뒤 석 달 만에 또 한 번 충격적인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다시 한 번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이 재발한 것이다. 김대경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씻으려고 화장실에 갔다가 넘어지면서 수술했던 부위를 또 다쳤다. 곧바로 두 번째 수술을 해야 했다. 석 달 동안 아킬레스건에 두 번이나 칼을 댄 것이다.” 김대경은 그렇게 큰 수술을 두 번이나 경험해야 했다.

김대경에게 2017년 시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 그는 2017년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대구전에서 혼자 두 골을 뽑아내며 팀의 무승부를 이끌어 냈다. 본인 스스로도 “2013년 수원삼성에서 데뷔했을 때 이후 최고의 몸 상태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두 번째 경기에서 큰 부상을 당한 뒤 2017년을 통째로 날렸다. 그는 수술대에만 두 번 누운 뒤 재활로 그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워낙 몸 상태에 자신 있는 상황에서 다쳤다. 재활하면서는 복귀하면 얼마든지 다시 부상 이전 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김대경을 잊고 있었다.

김대경 인천
이 경기 이후 김대경은 무려 2년 동안이나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프로축구연맹

그가 2년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2018년이 된 뒤에도 김대경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아킬레스건도 아직 완벽하지 않았고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려고 하면 아픈 곳이 생겼다. 어깨가 탈구되기도 했고 근육이 찢어진 적도 있다. 아킬레스건 재활에만 매달려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늘어났다. 그 사이 인천은 감독 경질로 시끄러워졌고 김대경을 떠올리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2017년 3월 이후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게 된 그는 걱정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마음이 힘들어졌다. 큰 부상을 당한 이후 이전과 같은 활약이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이 커졌다. 1부리그에서 살아남을 만한 수준의 축구를 하지 못할까봐 그게 걱정이었다.”

2018년 김대경은 단 한 번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7년 3월 이후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다. 그 사이 인천과의 계약 기간도 만료됐다. 하지만 인천에서는 그가 몸 상태만 회복하면 팀에 보탬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아킬레스건 파열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아 군 입대 시기를 미룰 수 있었고 구단에서는 1년 재계약을 제시했다. 김대경으로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인천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렇게 2년 동안 병상에만 누워있던 선수를 인천은 1년 더 함께 가기로 했다.

그 사이 김대경의 자리에는 김진야라는 신성이 등장해 주전으로 도약했다. 김진야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으로 인기는 물론 실력 면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선수가 됐다. 김대경이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고 해도 어느덧 독보적인 주전이 된 김진야를 밀어내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김대경은 그렇게 하루하루 준비하는 자세로 새로운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대구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2일 저녁 김대경에게 임중용 코치로부터 연락이 왔다. “진야가 다쳐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니 내일 경기를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김대경이 그라운드에 2년 만에 서게 된 기회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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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경이 치른 2년 만의 복귀전 모습. ⓒ프로축구연맹

2년 사이의 변화,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
김대경은 얼떨떨한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기쁜 마음도 잠시, 연패에 빠진 팀이 혹시 자기 때문에 더 추락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의 당시 심정은 어땠을까.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내가 들어가서 진야 만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팀에 피해가 되지 않는 활약으로 팀의 연패를 끊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구전은 김대경에게는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특별한 날이었지만 사람들은 베트남 스타 콩푸엉의 첫 K리그 선발 경기라는 사실에만 더 집중했다. 모두의 눈은 콩푸엉으로 향했다. 김대경은 2017년 두 골을 기록한 대구를 상대로 조용히 이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가 열리기 전 김진야 부상 소식을 알지 못했던 대구 안드레 감독은 “왜 김진야는 선발에도 없고 백업 명단에도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만큼 김진야의 자리는 독보적이었고 김대경은 생소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대단히 특별한 날이었다. 김대경은 이날 그라운드를 밟는 감격을 누렸다. 2년 16일, 무려 747일만의 경기 투입이었다. 2년 넘는 시간 동안 이 한 순간만을 바라본 김대경의 역사적인 복귀전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인천 팬들은 김대경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복귀를 반겼다. 김대경은 이날 선발 출장해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0-3 완패를 막지는 못했다.

경기에 출장했다는 기쁨보다는 팀이 패했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경기 후 이 아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크게 다쳤던 아킬레스건에 이제 더 통증은 없는데 다치지 않은 왼발과 비교했을 때 85~90%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충분히 경기에는 나갈 만한 수준이다. 오늘 기회가 온 건 감사하지만 경기력이 많이 미흡했다. 팀이 연패 중이다. 이걸 우리가 빨리 끊어내야 하는데 내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김대경은 이날 선발 출장해 후반 37분까지 활약한 뒤 김근환과 교체됐다. 팬들은 크게 지고 있어 화가 난 상황에서도 김대경이 2년 만의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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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경에게 2019년 4월 3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스포츠니어스

“나에겐 꿈만 같은 날”
그가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 2년 사이 많은 게 변했다. 그의 자리에는 김진야라는 신성이 자리를 잡게 됐고 어렸던 김대경은 어느덧 29세가 됐다. 2015년 인천에 입단해 벌써 인천에서만 5년째 몸 담고 있는 선수지만 그는 최근 2년 동안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다. 거기에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아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다지 밝지만은 않은 미래다. 김대경도 올 시즌을 이야기하며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재계약 기간도 1년이었고 이제는 나이도 있어 군 문제도 걸려있다. 언제까지 인천에서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남아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다치기 전에 좋았던 몸 상태를 한 번은 더 느껴보고 싶다.”

콩푸엉의 K리그 선발 데뷔전으로 역사에 남을 이 경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2년 만의 간절했던 무대였다. 자신감 넘치던 이 젊은 선수는 2년 동안 좌절을 경험한 뒤 어깨가 많이 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를 2년 동안 기다리며 그의 이름을 연호한 팬들이 있는 한 김대경은 반드시 다시 일어나야 한다. 김대경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2년 동안 기다려주시고 이름을 외쳐준 팬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오늘은 정말 나에게는 꿈만 같은 날이었다.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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