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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경남FC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후보의 경기장 선거 유세로 인해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를 부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대구FC 경기에서 발생한 자유한국당의 경기장 내 선거 유세와 관련해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경남FC가 당한 제재금 2천만 원의 징계

4·3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 운동을 위해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를 찾은 황 대표와 강 후보는 경기장 안에서 선거 운동을 강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관중석에서 손을 흔들고 손가락으로 당 기호인 숫자 ‘2’를 흔들며 노골적으로 유세를 펼쳤다. 경남은 경기가 치러지기 전 연맹으로부터 사전 정보를 전달받아 대비했지만 경호 요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들어오는 자유한국당 당원들을 막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검표원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경기장 규정을 지키려 했다”고 해명해 더욱 논란이 됐다. 경남 구단은 지난 1일 경위서를 프로연맹에 제출했고 구단 대표가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소명했다. 프로연맹 정관 제5조(정치적 중립성 및 차별금지)에는 ‘연맹은 행정 및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른 상벌 규정 유형별 징계기준에는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무관중 홈경기, 연맹이 지정하는 제3지역 홈경기 개최,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경고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나마 경남 입장에서는 이 정도 징계면 선방(?)한 결과다. 우승과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K리그1 생존 등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승점 삭감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크나큰 피해이기 때문이다. 승점 삭감 징계를 피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생돈이 나가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경남이 받을 수 있는 징계 중에는 최소한의 징계였다. 연맹은 경남이 자유한국당의 무단 유세를 막으려는 노력에 대해 정상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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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회로를 돌려보자

굉장히 씁쓸한 일이었고 막무가내로 경기장에 난입해 선거 유세 활동을 벌인 이들의 모습에 화가 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긍정 회로를 돌려보자면 경남FC에도 손해만 막심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경남은 사흘 동안 지상파 뉴스와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등에서 줄곧 노출됐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해도 제대로 기사 한 줄 나가지 않는 현실에서 이 정도면 홍보 효과로 훌륭했다. 우리 엄마도 알 정도면 전국민이 다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여론과 대중은 경남FC 편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이기주의적인 유세 활동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경남FC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응원을 보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경남FC는 언론에 6개의 보도자료를 보냈는데 4월이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경남은 벌써 세 개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중 하나는 황교안 대표 선거 유세에 관한 공식 입장이었고 나머지 두 개는 전북전 홍보자료였다. 지금 가장 핫한 구단 경남FC는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있다. 경남FC를 향해 이 정도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는 일은 아마 향후에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씁쓸한 일이지만 그래도 K리그 위상이 이만큼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K리그가 암흑기일 때는 경기장에 황교안 대표가 들어와 유세를 하건 허경영 대표가 공중부양을 하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김무성 전 대표가 노룩패스로 배기종의 골을 도왔어도 아무도 관심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아마 그들이 관중 없는 K리그 경기장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K리그 경기장은 사람들이 모이는 핫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정치권이 이용해야 할 만큼 대중이 모이고 있다.

그래도 화가 나는 이유

살다살다 경남FC 징계 발표가 YTN 뉴스를 통해 생중계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늘 유쾌한 김진형 홍보팀장도 긴장한 것 같았다. 승점 삭감까지 갔으면 정말 타격이 컸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징계로 막았다면 경남 입장에서도 구단 운영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만한 징계는 아니었다. 다행이다. 물론 이건 제재금 2천만 원을 내야하는 씁쓸한 입장에서 정신승리를 했을 때 가능한 기적의 논리다. 경남은 그들이 막무가내로 경기장에 진입하는 걸 최대한 막았고 이후에도 소명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고생했다.

하지만 경남이 해야할 일은 여기에서 끝난 게 아니다. 이제 경남은 이 제재금을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에 청구해야 한다. 잘못은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했으니 그들을 향해 당당히 계좌번호를 보내자. 밤 늦게 편의점에서 제재금을 연맹으로 이체해야 할 수도 있으니 수수료까지 포함해 20,001,200원을 청구하자. 이건 꼭 받아내야 한다. 끝까지 피해금액을 청구해 막무가내 이기주의 유세를 펼친 이들에게 말컹이 골 폭격을 가하듯 승리해야 한다.

경남FC가 사건에 휘말린 이후 얻은 노출 효과와 전국적인 인지도 상승만 따지고 보면 그냥 웃으며 넘어갈 만한 정도의 징계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지금껏 이 문제를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남 탓으로만 돌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무조건 제재금을 그들의 주머니에서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어린 사과는 물론이고 경남FC가 당한 피해에 대한 금액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고 이 문제에도 프레임 싸움이나 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살다 살다 경남FC를 가지고도 정치적인 논리를 펼 줄 아는 이들이 있다는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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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직도 잘못을 모른다

자유한국당 한 당협위원장은 “언론이라든가 경남FC가 지나치게 오바한다. 오바 금지 해야한다”면서 “국가적 관계에서 대단한 결례를 한 것도 아니고 단순한 실수고 프로축구 에티켓 좀 아시라고 하면 될 것을 중징계니, 막무가내 선거운동이니 하는 것을 보면 황교안 대표가 어지간히 두려운가 보다”라고 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황교안 대표가 지지율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그 사람이 어디에서 어떻게 출마하는지도 관심 없다. 막무가내 선거운동에 중징계를 내리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황교안 대표 견제 세력이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하는 이야기다. 보수 성향의 연맹 허정무 부총재도 조만간 ‘빨갱이’라고 할 기세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민경욱 국회의원은 “(그팀) 구단주가 누군지는 아시죠?”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KBS 기자까지 지내고 자유한국당 대변인까지 하는 이가 이런 유치한 글이나 올리다니… 오오, 통재라. 이들은 “그러니 구단 측에서 더 논란을 불지피고 있다”면서 자기들끼리 열심히 이 문제를 정치화하려고 한다. 여기에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경남FC 경기장 선거운동은 경남 선관위가 잘못된 안내를 한 탓”이라고 핑계를 댔다.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고 남 탓에 정치적인 프레임에 아주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쿠니모토와 배기종의 호흡도 여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경기장을 무단으로 밀고 들어와 유세 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게 정말 상식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후 이딴 막가파식 이기주의적인 행동도 합리화를 하는 같은 편들을 보니 무단 유세 정도는 그들에게 뭐 늘 있는 정도의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유한국당에 속한 법조계 출신들의 말장난으로 또 이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가게 놔줘서는 곤란하다. 당연히 이번 제재금은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황교안 대표도 말 빙빙 돌리면서 몰랐다고 하지 말고 깔끔하게 사과하시라.

입금해주세요

경남FC는 이 일과 관련한 피해 금액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진심 어린 사과도 받아내야 한다. 그라운드 내에서 상대팀과 격돌해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그라운드밖 승부에서도 경남FC는 승리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경남FC를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 황교안 대표를 어지간히 두려워하지도 않고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나같은 많은 사람들이 경남FC를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양심이 있다면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이 글을 보고 경남FC에 알아서 입금해 주셨으면 한다.

(주)경남도민프로축구단 경남은행 : 634-07-0004459 입금액 : 20,00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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