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경남FC, ‘황교안 대표 논란 징계’ 억울해도 받아야 한다

ⓒ 유튜브 방송 화면 캡쳐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경남FC 홈 경기장에서 물의를 일으켰다. 많은 언론에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처음이 아니다. 나는 지난 2010년 인천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을 찾았다가 이번보다 더 황당한 경우를 겪었다. 당시 안산수 인천시장은 재선에 도전하고 있을 때였다. 구단주 자격으로 경기장을 찾았지만 그는 선거 홍보용 띠를 두르고 선거 운동을 했다.

심지어 그는 여러 명의 선거 운동원과 함께 경기 직전 선수들이 경기 준비를 마친 그라운드로 나가더니 큰절을 올렸다. 영문을 모르는 인천의 외국인 선수들도 그를 따라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해야 했다. 이렇게 킥오프 시간을 무려 7분이나 잡아먹은 그는 이후 관중석으로 올라와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건네고 악수하기 시작했다. 기자석에까지 침범(?)한 그는 나에게도 “안상수입니다. 고생 많으십니다”라며 손을 내밀었다. 예의가 아닌 건 알지만 너무나도 불쾌해 “난 인천시민 아니다”라고 했다.

어디 이뿐일까. 2014년 성남일화를 성남FC로 재출범시킨 이재명 시장은 당시 홈 첫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감독 기자회견을 하는 곳으로 불쑥 찾아왔다. 그러더니 기자들을 상대로 의자에 앉아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재명 시장은 자신이 성남FC를 출범시켰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기자회견장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이재명 시장을 따라 들어온 10여 명의 수행원들은 그가 말을 마칠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이재명 시장과 안상수 시장은 시장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훨씬 더 깊숙이 정치 활동에 파고 들었다.

황교안 대표와 앞서 언급한 둘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황교안 대표는 구단주가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제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관중석으로 밀고 들어왔던 점은 차이가 있다. 그때는 연맹의 규정이 없었고 이번에는 연맹이 규정을 신설했다는 것도 차이다. 하지만 축구장을 그저 정치적인 유세의 현장으로 만만하게 여기는 자세는 과거 언급한 사례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앞서 언급한 두 명의 정치인이 구단주라는 타이틀을 달고 축구장 안에까지 깊숙이 들어와 선거 운동을 할 때 경기장 밖에서 들어오지 못하는 상대 후보들은 이 모습을 대단히 부러워했다.

경남FC는 1일 “한국당이 검표원과 경호원들의 말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들어가서 선거 유세를 했다”며 징계를 받을 경우 한국당에 법적·도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경남FC는 지난달 30일 경남FC와 대구FC의 K리그 경기가 펼쳐진 창원축구센터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측이 선거운동을 한 것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상황에 대해 공식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구단은 “입장표를 검표하는 과정에서 정당명, 기호명, 후보자명이 표기된 상의는 입장 불가로 공지했다”며 “검표원이 ‘입장권 없이는 못 들어간다’고 얘기했지만 일부 유세원이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들어가면서 상의를 벗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경남FC는 “경기장에서 유세하는 도중에도 강 후보 측을 만류했지만 강 후보 측에선 직원에게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하면서 계속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축구단과 시민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 정도인 이들이 무슨 한 표를 호소할 자격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구단은 “황교안 대표가 강 후보 유세 지원을 위해 경기 시작 30분 전에 장외이벤트 행사장에서 관람객들과 인사를 하고 중앙매표소에 입장권을 구매하고자 줄을 서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창원축구센터를 찾았지만 이들은 경기장 밖에서만 유세활동을 하고 경기장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황 대표는 창원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입장권은 다 샀고 들어갈 때는 검표원이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단 측은 일부 수행원들은 티켓도 구입하지 않고 밀고 들어왔다고 해 황교안 대표측의 주장과 대비됐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일부 당원이 연맹 지침을 잘 모르고 실수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며 경남FC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일부 당원의 일탈’ 정도로 꼬리를 자르려는 모양새다. 아주 작은 단체에서도 일부의 잘못을 수장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당 대표가 앞장서 움직인 자리에서의 큰 잘못을 일부 당원의 잘못으로 여기고 있다. 뭐 다시 축구장으로 와 한 표를 호소할 일이 더 이상은 없을 테니 그들의 꼬리 자르기는 성공이라면 성공일 것이다.

연맹 규정에 따라 경남FC는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2천만 원 이상의 제재금이나 승점 10점 삭감, 무관중 경기 등의 징계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경남FC가 고의적으로 정치인들의 경기장 내 유세 활동을 묵인했거나 동조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을 경우에 가능한 징계다. 유세 활동을 막으려 했지만 막지 못한 책임을 묻는 정도의 징계가 경남FC에 내려질 것이다. 경남FC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연맹이 징계를 내려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제재금 징계 가능성이 적지 않을 텐데 경남FC 측에서는 이 피해에 대해 반드시 자유한국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축구장을 비롯한 경기장에서 이렇게 이기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이들을 쫓아낼 수 있다. 남의 잘못으로 우리 식구인 경남FC를 징계하는 건 연맹 입장에서도 가슴이 아플 테고 당하는 경남 입장에서도 억울하겠지만 이 문제 만큼은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일으키면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는 걸 해당 정치인도 알았으면 한다. 대구에 거주하는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였던 우리 곽힘찬 기자가 이 사건 이후 나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저, 오늘부터 황교안 대표는 손절합니다.” 축구장에서 민폐를 끼치며 몇 표나 더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확실한 한 표를 잃었다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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