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스트가 사과했다. ⓒ인터넷 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인기 BJ 감스트와 방송에서 만났던 적이 있다. 사실 이전까지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가 하는 방송을 본 적도 없고 솔직히 겉모습만 보고는 호감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인터넷 방송 BJ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을 준비하면서 만난 그는 정말 예의바른 사람이었고 겸손했다. 내가 지금껏 인터넷 방송 BJ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반성했다.

이후 우리 매체에서는 감스트와 몇 차례 현장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는 구설과 논란, 그리고 언론의 호의적이지 않은 보도 등으로 언론 인터뷰를 반기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감스트는 현장에서 만난 우리 기자들과 최선을 다해 인터뷰에 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예의 바른 사람이고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걸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감스트가 일으킨 논란의 발언, 그리고 사과

그런 감스트가 사과했다. 지난 26일 MBC 김정근 아나운서, 서형욱 해설위원과 함께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평가전 중계를 진행한 감스트는 여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경기 해설 도중 콜롬비아 응원단을 향한 부적절한 유머를 시도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감스트는 이날 생중계 중 콜롬비아가 0-1로 뒤처지자 시끄러웠던 상대 해설진들이 조용해졌다며 장난스럽게 흉내 내 비판을 받았다.

교체 투입된 나상호에 대해서는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하며 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중계 직후 감스트는 “5일 전에 해설 연락을 받았다"라며 "처음에 안 하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사람인지라 욕심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는 “객원 해설이고 한 번만 중계하기로 했다. 나름대로 자료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안 됐다”라면서 “전반전 직후 온라인 반응을 보니 욕이 많더라. 후반전부터는 위축돼 경기도 잘 못 봤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콜롬비아 해설진을 언급한 부분은 재미있게 해보려고 한 건데 안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죄송하다”라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감스트는 또 후반전 나상호 투입 당시 발언에 대해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지만 제가 한 말이니 명백한 실수고 경솔했다. 지상파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아울러 나상호 선수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스트는 K리그 홍보대사로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아산 무궁화 제공

감스트는 분명히 잘못했다, 하지만…

감스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인터넷 방송에서만 해설할 것이고 해설 요청이 오더라도 안 하겠다”라며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에서 더 신경 써서 열심히 하겠다”라고 밝혔다. 감스트의 발언을 감싸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영표가 하면 독설이고 감스트가 하면 막말이 되는 분위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영표는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김민우를 향해 “소속팀에서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장현수를 향해서는 “태클의 기본이 안 됐다”고 했다.

그래도 다들 넘어갔다. 아마 나상호에 대해 한 말이 감스트가 아닌 이영표의 발언이었더라면 또 누군가는 ‘팩폭’이니 ‘사이다’니 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감스트를 두둔하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축알못’이 뭘 알고 떠드느냐는 분위기로 이어지는 건 불편하다. 이영표가 했던 발언들도 똑같이 문제의 소지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의 발언을 ‘축잘알’의 정답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나. 이런 논란의 발언들이 ‘팩폭’과 ‘사이다’로 포장되니 이제 지상파 스포츠 중계에서도 이런 독설 멘트에 욕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상대 해설진들이 조용해졌다며 장난스럽게 흉내 낸 건 변명의 여지 없이 감스트가 비판받을 행동이다. 이뿐 아니라 감스트는 인터넷 중계에서 보여준 거침 없는 모습이 지상파에서는 용인되지 않는다는 걸 간과한 잘못이 있다. 감스트의 이런 중계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감스트에게 잘못이 있다면 지상파의 분위기 파악을 잘못한 죄, 그리고 스스로 지상파에서 중계를 할 만큼의 통찰력과 자정 능력이 부족하면서도 섭외 제안을 받아들인 죄, 그리고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 널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 아 이건 아니고 앞에 죄 두 개 뿐이다.

감스트는 K리그 홍보대사로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아산 무궁화 제공

감스트가 사과할 동안 MBC는 무얼했나

감스트가 사과했으니 뭐 더 여기에 대해 할 말은 없다. 용기 있게 잘 사과했다. 그런데 정작 비판받아야 할 건 감스트보다는 MBC다. 사과를 하려면 담당 PD나 책임 있는 윗선에서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정제되지도 않은 이를 섭외해 놓고 그가 논란을 일으켰는데도 사과는 당사자만 했다. 왜 MBC는 이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나. 감스트 한 명 욕 먹는 걸로 이 사태를 끝내려는 것 같다. MBC는 인터넷 개인 방송국이 아니다. 맨 앞에 나와 있는 감스트 혼자 욕 먹고 끝낼 일이 아니다. 감스트가 자신의 방에서 사과 영상 찍고 있는 동안 이 사태를 키운 MBC는 무얼하고 있었나.

이건 MBC의 고질적인 문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MBC는 지금껏 축구 중계를 위해 제대로 된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한 적이 없다. 꼼수를 써가며 국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연명(?)했다. 나는 그 시작을 2014년 브라질월드컵으로 본다. 당시 MBC는 K리그 중계를 비롯해 이렇다 할 축구 중계가 없었다. SBS가 배성재 캐스터에게 K리그와 유럽 축구 중계를 맡기며 키워낼 때 MBC는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김성주와 안정환 조합이 대박을 쳤고 이 둘은 월드컵에서도 대중적인 인지도와 친근감을 앞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자사 캐스터들이 있는데도 MBC는 프리랜서인 김성주를 캐스터로 기용했다. SBS와 KBS가 그래도 인력을 키워내며 전문성에 집중할 때 MBC는 모래 위에 성을 지었다. MBC는 “때댕큐”를 연발하며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자로는 ‘아빠! 어디가?’에 송종국을 투입했다. 뻔히 보이는 꼼수였다. MBC는 지금도 축구 중계에 대한 투자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월드컵 같은 초대형 이벤트도 걱정하지 않는다. 예능화 된 인물을 대중성이라는 포장지에 싸 그걸로 승부를 보는 전략이 이미 통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스트는 K리그 홍보대사로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아산 무궁화 제공

MBC 스포츠 중계의 근본적인 문제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MBC는 죽어도 배성재 같은 캐스터를 키울 수 없다. 그리고 MBC는 그럴 생각도 없다. 프리랜서 캐스터를 돈 주고 영입하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SBS에는 베테랑 배기완 캐스터가 있고 축구 중계에는 독보적인 배성재 캐스터가 있다. KBS에는 주요 인기 종목 외에도 캐스터별로 핸드볼과 펜싱, 유도, 육상 등 종목에 십수 년 이상 전문성을 키운 캐스터들이 있다. 그런데 MBC는 그런 거 없다. 송재익, 임주완, 송인득, 고창근 등 왕년에는 그 어떤 방송사보다도 스포츠 전문 캐스터들이 넘쳤던 MBC는 이제 국제 이벤트가 닥치면 중계진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키우거나 돈을 주고 프리랜서를 영입할 뿐이다.

이게 본질적인 문제다. MBC는 이번에도 대중을 기만하며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사람을 앉혀 놓고 적당히 농담을 섞어가며 중계를 하면 사람들이 또 열광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게 지금까지 MBC의 전략이었고 이 전략이 꽤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아주 시청자를 ‘호갱’으로 본다. 이건 감스트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 MBC가 사과할 일이다. 인기만 있으면 전문성은 따지지 않고 누구라도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앉히겠다는 그런 발상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이다.

감스트는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MBC는 변하지 않았다. 감스트의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를 찾고 있을 뿐이다. 스포츠에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시청률에만 목숨을 거니 이런 사태가 터지는 것이다. 이게 과연 감스트만의 사과로 끝날 일일까. MBC가 사과하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일 아닐까. 언제까지 프리랜서 방송인을 캐스터로 내세우고 예능 프로그램 뺑뺑이 돌려가며 인지도 싸움만 할 텐가. MBC 스포츠 중계는 ‘근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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