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엄천호 “쇼트트랙 경험이 매스스타트에 큰 도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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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l 안소윤 인턴기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스피드스케이팅 선발전이 점점 치열해질 무렵 지난 10월 대표팀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엄천호(스포츠토토·29)가 선발전 5000m 1위로 통과하며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엄천호는 쇼트트랙 선수로서 각광을 한 몸에 받았다. 2010/11시즌 알마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엄천호는 1500m 은메달과 남자 계주 5000m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성공적으로 시니어 데뷔를 했다. 이 계기로 상승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잠시 주춤했다. 연이은 부상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섰지만 2014년 소치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그에게 또 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한동안 대중들은 엄천호를 중계 화면 속에서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엄천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대표를 목표로 꾸준히 달려오고 있었다.

<스포츠니어스>는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시리즈 매스스타트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한 엄천호를 만났다.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화제의 중심에 섰던 엄천호에게 2018/19시즌은 과연 어떤 시즌이었을까

반갑습니다. 엄천호 선수 작년에 만났을 때보다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아요.

작년 여름엔 몸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지금은 시즌 중이라 평소보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습니다.

올해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첫 선발되셨는데 18/19 시즌 마치신 소감 부탁드릴게요.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제가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자신감이 없었어요.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하면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는데 선발된 후 국제대회 출전만으로도 큰 자산이 될 거란 생각을 했어요. 근데 예상치 못한 좋은 성적을 내고 메달 획득을 하면서 꿈같은 시즌을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엄천호 선수는 쇼트트랙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라고 생각해요. 스피드로 종목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0/11 알마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하면서 ‘아 나도 이제 쇼트트랙에서 자리를 잡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연이은 부상 끝에 극복하고 2014 소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목표가 좌절되니까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 와중에 서울시청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스포츠 토토 전 이규혁 감독님께서 좋은 제안해주셔서 시작 하게 되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제대회 첫 경험 해봤는데 생각했던 점과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매스스타트에서는 제가 좋은 성적을 냈지만 다른 장거리 개인종목에서 또 다른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개선할 점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만약 ‘18/19시즌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중 어떤 선수가 가장 활약 했냐라고 묻는다면 고민 없이 엄천호 선수라고 대답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월드컵 경기가 끝나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엄천호라는 세 글자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알고 계셨나요?

그랬나요?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주변 동료선수들은 제가 스피드스케이팅 첫 국가대표 선발 되었다고 했을 때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보단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크게 기대를 안했었죠.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제가 월드컵 메달을 획득했을 때 준비 과정을 모두 지켜본 가족들은 당연히 좋아했고 대표팀 동료들도 제 힘들었던 시절을 모두 알기에 본인 일처럼 기뻐해줬어요. 이렇게 모두에게 축하받은 시즌은 처음인 것 같아요.

작년 10월 선발전에서 정말 좋은 성적을 냈어요. 점수를 보고 희열감을 느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당시 선발전에서 정재원 선수와 같이 스케이트를 탔는데 거의 경기 막판까지 제가 지고 있었어요. 경기 도중에 제가 역전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냥 국가대표 선발만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았어요. 경기 끝나고 전광판을 보니 다행히 제가 1등으로 들어왔더라고요. 위기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첫 시즌에 월드컵 매스스타트 종합 1위 예상하셨나요?

당연히 예상 못했죠. 월드컵 시리즈 출전해서 점수를 차곡차곡 쌓고 메달을 획득하면서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좋은 결과가 이어지니까 저에게 언제 기회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시즌이 막바지에 가까워졌을 때 세계랭킹 1위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최대한 경기에 몰입했습니다.

이번 월드컵 시리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매스스타트에 함께 출전했던 정재원 선수와 엄천호 선수가 함께 메달 포디움에 섰던 점이었어요. 같이 훈련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유독 국가대표 소집이 늦어졌잖아요. 공식적인 주장은 아니었지만 제가 나이가 많아서 주장 역할을 했어요. 후배들이 주장이라고 불러줬는데 최대한 격 없이 지내도록 노력을 하다 보니 제게 빨리 다가오더라고요. 그러한 대표팀의 좋은 분위기가 좋은 성적까지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어요. 이번 시즌 어느 한 선수 빠짐없이 모두 뭉칠 수 있었던 시즌이었고 경기 출전을 위해 외국에 나가더라도 여행가는 기분처럼 설레었어요. 올해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유독 분위기가 좋다보니 국가대표를 꿈꾸는 꿈나무 선수들도 “형 저도 대표팀에 발탁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어린 친구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팀 추월 종목이 장거리 종목 선수들에게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이번 월드컵 시리즈 통해서 해결책을 찾으셨나요?

18/19시즌 팀 추월의 경우 출전 선수가 종종 바뀌었어요. 특히 2019 세계선수권은 김민석 선수, 정재원 선수와 함께 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하지만 호흡 맞춘 시간이 짧다보니 좋지 못한 성적을 얻게 되었는데 만일 다음 시즌에도 팀 추월 멤버로 함께 선발 된다면 이번 시즌 부족한 점을 풀어나가고 싶어요. 팀 추월 멤버들 중 제가 맏형이다 보니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면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연습 때는 괜찮다가 시합에만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마음처럼 진행되지 않았어요. 어쩔 때 연습해보면 제가 가장 구멍인 것 같아서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요. 다음 시즌부터는 달라진 모습 보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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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추월 출전하기 전, 후배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면?

월드컵을 출전했지만 팀 추월 메달 권 진입은 불가능했어요. 그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자. 우리 경기를 위해 중계도 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당당하지 못한 레이스는 하지 말자. 멋있게 타자“ 라고 말을 했어요. 당장 메달을 획득할 수 없지만 저희가 목표로 정했던 기록이 나오면 한 단계씩 발전해나가는 기분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와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모두 경험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달랐나요? 장단점이 각각 있나요?

스피드 스케이팅 전향 후 제가 열심히 하면 한만큼 결과가 나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쇼트트랙은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운과 동시에 경기 당일 조 편성도 중요해요. 그 외에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었어요. 쇼트트랙 선수 시절엔 부상 걱정도 끊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전에 비해 부상 걱정을 내려놓게 되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다 보니 매스스타트 경기 중에 다른 선수보다 인코스로 나가야할지 아웃코스로 나가야할지 인지 능력이 빠른 것 같아요. 주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나 인라인 스케이트 선수들은 추월할 타이밍을 정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쌓은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어요.

2010년부터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 일이 잦아졌지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쇼트트랙에서 같이 훈련 했던 선수들이 종목 전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털어놓을 것 같아요.

제가 두 종목 모두 경험을 해봤으니 쇼트트랙 선수들 중 그러한 고민을 털어놓는 선수가 있긴 해요. 그럴 때마다 “쉽지 않을 거야” 라고 이야기를 해줘요. 저도 쇼트트랙 타다가 스피드로 전향할 때 ‘당연히 난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으로 막연히 시작했다가 큰 코 다쳤어요. 2년 동안 스피드 스케이팅 선발전 준비를 위해 전지훈련 끝나고 공인 기록회 출전했어요. 대회 기록상으론 당연히 국가대표에 선발 되겠다고 확신했어요. 근데 막상 10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보니 국제무대 경험 많은 선수를 이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전향하고서 2년간 혼자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고 3년차에 국가대표로 선발 되었어요.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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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준비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네요.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데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차근차근 준비한 만큼 앞으로의 4년 후 본인의 모습이 더욱 기대 될 것 같아요

이제는 올림픽을 바라보고 운동을 하기 보단 매 시즌 상황에 맞는 목표를 정한 후 훈련에 임하고 있어요. 국제대회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국내대회는 한 경기만 남겨뒀는데요. 당장 다음 시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과 설렘이 커요. 올림픽 출전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고 그 해 선발전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눈앞에 가까운 목표부터 이루고 싶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항상 시합 나가기 전에 “고지에서 만나자”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잘하자, 열심히 하자’라는 뻔한 말보다 제 자신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스케이팅 선수로서 지금이 정말 행복해보여요. 쇼트트랙 선수로서도 큰 성과를 냈었잖아요. 쇼트트랙에 대한 미련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쇼트트랙 국제대회 중계를 다 챙겨봤어요. 근데 제가 활동할 때랑 지금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림픽 출전했던 (임)효준이나 (황)대헌이 그리고 (이)준서 같이 어린 친구들도 많이 발전했더라고요. 쇼트트랙에 대한 미련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지금은 스피드스케이팅이 저한테 잘 맞고 배울 점이 많아서 더 집중하고 싶어요.

이번 시즌 보내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그동안 선수생활 하면서 허리가 아팠던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올해부터 비행기도 오래 동안 타고 장거리 종목 선수다보니 경기 출전하면서 허리 통증이 심해졌어요. 원래 복근이랑 허리가 코어 근육이 약했는데 다음 시즌 준비할 때는 그 점을 집중 보완해야할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제 단점을 빨리 찾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시즌 끝나면 10월 선발전 전까지 특별한 계획 있나요?

아마 (스포츠토토)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4월 쇼트트랙 선발전이 끝나야 휴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힘든 시즌이었는데 여행을 가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요. 이후 새 시즌이 시작되면 여름 국가대표로 합류해서 이전에 부족했던 점을 채워 넣고 싶습니다.

이번 시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시즌을 보내면서 감사한 분들이 많았어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묵묵히 기다려준 분들에게 감사하단 말씀 전하고 싶어요. 특히 스피드로 전향하면서 제가 태릉가면 어릴 때 뵀던 선생님들께서 반겨주시더라고요. 제가 먼저 인사해야하는데 저에게 먼저 인사 해주신 선생님들도 계셨어요. 덕분에 스피드로 넘어오면서 ‘선수생활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구나, 잘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존감이 올라갔어요. 저를 응원해주신 선생님들 그 외에 모든 분들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엄천호는 많은 이들의 축하 속 시즌을 마무리 했음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태극마크에 갈증이 컸던 만큼 오히려 부족한 점을 되새겼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시절 수많은 좌절했던 경험들이 오늘의 엄천호를 만들었다. 아무리 스피드스케이팅이 개인 종목일지라도 “팀 분위기가 밝아야 좋은 성적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 그의 답변에서 동료들의 애정이 묻어났다.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엄천호 모습에 시즌을 기다리는 팬들이 더욱 늘었다. 이와 같은 엄천호가 전한 선한 영향력이 대한민국 빙상에 한 줄기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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