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믹스, “내가 데얀처럼 되지 말라는 법 없다”


[스포츠니어스|울산=조성룡 기자] 울산현대 팬은 이별의 순간을 조금 뒤로 미뤄도 될까?

지난 2018 시즌 중반 K리그에 온 믹스 디스커루드는 입단 당시부터 꽤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강팀 맨체스터 시티에서 임대 온 선수다. 미국 국가대표로 2014 브라질 월드컵에도 출전한 이력이 있는 믹스가 울산에 오자 ‘역대급 이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명성만큼 믹스는 마음껏 활약하며 울산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믹스는 열심히 울산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 수록 믹스와 이별할 날이 다가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포츠니어스>는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믹스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 선수, 축구선수 아닌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눠볼 수록 한국에 워킹 홀리데이 온 외국인 같다. 그만큼 솔직한 매력이 있는 선수다. 지금부터 믹스와의 대화를 소개한다.

얼마 전에 친정팀을 만났더라?
보자마자 무슨 헛소리야?

한국의 맨체스터시티라 불리는 대구FC를 상대한 느낌은 어때?
난 또 무슨 소리인가 했네. 확실히 유니폼 색깔도 하늘색이고 거기 감독도 과르디올라 감독과 좀 비슷한 느낌이지. 대구가 정말 많이 달라지긴 했어. 작년보다 나아졌더라. 선수들도 좋아졌고 팀 전술도 위협적으로 바뀌었어. 하지만 우리가 올 시즌에는 대구보다 더 잘 할 거라고 생각해. 비록 지난 경기는 비겼지만.

벌써 한국 생활도 8개월 째야. 잘 지내고 있어?
I love it. 정말 좋아. 지금까지 한국에서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 아직도 두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나.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울산에 가려고 기차역에 갔어. 그 때 화장실에 갔는데 무심코 화장실 문을 열었다가 ‘화변기’라고 불리는 동양식 화장실 변기를 보고 어마어마하게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 물론 알고보니 그 칸만 그렇더라고.

이후 울산 클럽하우스에 있는데 약 25명 정도 되는 유소년 선수들이 내 옆을 지나가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거야. 우리나라에서는 일일이 악수를 하는데 그들은 허리를 숙여 내게 인사 하더라고. 그래서 그들에게 25번 목을 숙여 인사를 하느라 목이 아파 죽는 줄 알았어. 그리고 길거리를 걸어가는데 쓰레기통이 잘 보이지 않아서 어디다가 쓰레기를 버려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어.

울산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썬크림 문화도 신기했어. 나는 백인이어서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면 피부를 좀 태우고 싶어서 일부러 살갗을 드러내거든. 그런데 팀 동료들은 햇빛이 별로 없을 때도 훈련 전에 썬크림을 피부가 하얘질 정도로 열심히 바르더라고. 동료들은 피부를 숨기고 다니더라. 하하. 이제는 한국 문화에 많이 익숙해져서 정말 편하고 좋아.

여기 오기 전에 한국 공부 많이 했다더니 역시 인생은 현실이지?
그건 그래. 내가 한국에 오기 전에 주로 유튜브로 한국 공부를 많이 했어. 한국에 사는 미국 사람들이 유튜브나 여러 콘텐츠로 한국을 소개하거든. 그걸 보니까 여기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더라. 시계나 스마트폰을 식당에 두고 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집 문을 열어놓고 있어도 안전하다고 소개했어. 그래서 한국에 오는 것이 마음에 들었지.

막상 도착하니까 흥미로운 것이 많았어. 아파트가 많은 것도 신기했고 한국어에 존댓말과 반말이 있다는 것도 신기해. 주의해야 할 점도 많이 들었지. 젓가락을 밥에다가 꽂으면 안된다는 것도 배웠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소통의 어려움도 감안해야 한다고 해서 이런 부분에 대한 마음도 단단히 먹고 왔지.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리고 정말 한국에서 제일 충격적인 것은 바로 6~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었어. 길거리에서 그 분들이 쪼그려 앉아 있는데 와…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한 번 따라 해봤는데 절대 못하겠더라(믹스는 인터뷰 도중 갑자기 시범을 보이더니 금방 포기했다. 이 자세는 ‘아시안 스쿼트’라 불리는 쪼그려앉기 자세로 유럽 사람들은 하지 못한다고).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지.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좋아.

축구선수라서 인기가 많은 것이 아닐까?
딱히 그런 것은 아니야. 물론 작년보다 올해 울산 길거리를 지나가면 “믹스! 믹스!” 하면서 사진이나 사인 요청이 많이 들어와.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이지. 내가 축구선수여서 알아보는 것이 절반이고 내가 백인이라서 호기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절반인 것 같아.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정말 착해. 영어를 다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로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

한국 사람들의 패션 센스는 최고야. 다른 나라는 옷을 대충 입는 사람과 잘 입는 사람의 패션 센스과 극과 극인데 한국인들은 다들 나름대로의 패션 센스를 갖추고 있더라. 특히 나는 한국에 와서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 주로 K리그1 원정경기가 끝나고 그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나름대로 일을 하면서 여행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인 셈이지. 여행하면서 한국 사람들의 패션 센스를 알게 됐어.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는데 나는 서울보다 부산이 더 좋더라. 부산을 보면서 미국의 마이애미 같은 도시라고 느꼈어. 사실 더 좋았던 것은 부산에 노르웨이 카페가 있다는 거야. 거기 사장님이 노르웨이를 몇 번 가볼 정도로 노르웨이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노르웨이 음식을 많이 팔고 있어. 그 때 여자친구와 함께 부산에 가서 노르웨이 음식을 마음껏 즐기면서 고국의 기분을 느끼고 왔지.

여자친구도 작년에 같이 한국에 왔어. 잠깐 고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에 왔어. 여자친구는 아직 학생이야. 그래서 주로 집에서 공부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밖에 나와서 한국의 이곳저곳을 구경해. 여자친구도 한국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 뿐만 아니라 나와 여자친구를 보러 친구들이 울산에 올 예정이라 아마 조만간 울산에 더 많은 외국인들이 등장할 거야.

노르웨이 카페에서 힐링이라니, 여기저기 인터뷰에서 삼겹살 좋아한다더니 거짓말이구나?
아냐. 정말 갈비와 삼겹살은 진짜 좋아해. 사랑할 정도야. 만약에 내가 한국을 떠나게 되더라도 이건 그리울 것 같아. 한국 사람들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TV를 보면서 채널을 돌리면 어디에서나 ‘먹방’을 보여주고 있더라. 사실 이 ‘먹방’을 보면서 충격받은 게 하나 있어. 바로 후루룩거리는 ASMR이야. 우리나라나 다른 곳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유독 소리를 내면서 먹더라. 그런데 그게 또 맛있게 느껴지니 이해가 가더라고.

심지어 나는 몇 개의 식당을 도와주기도 했어. 훈련이 없을 때 아침을 먹으러 가는 단골 카페가 두 곳 정도 있거든. 그런데 거기가 미국 음식을 하는 카페야. 그곳에 갔더니 사장님이 미국 사람인지 물어보더라고. 그렇다고 하니 굉장히 반가워 하면서 미국 음식 몇 가지를 서비스로 주시더라. 맛보고 평가 해달라고. 그래서 맛있는 것은 맛있다고 해주고 맛없는 것은 맛없다고 솔직히 이야기했지. 그것을 바라고 사장님이 내게 서비스를 준 것이니까. 나중에 그 카페들은 더 잘 될 거야.

잠깐, 너는 왜 미국 카페 가면 미국 사람이라고 하고 노르웨이 카페 가면 노르웨이 사람이라고 하니?
푸하하하. 예리하네. 맞아. 나는 절반은 미국인 절반은 노르웨이인이니까. 상관 없어. 부끄럽지는 않아.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거야. 하하. 다 이렇게 사는 거지.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한국 사람들은 정말 커피에 ‘미친’ 것 같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카페가 이렇게 많은 곳은 처음 봤어.

너는 미국 사람이면서 노르웨이 사람이지만 유독 노르웨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
음… 만일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미국 사람보다 노르웨이 사람이 더 반가울 것 같아. 사실 미국인들은 많아. 이태원에 가도 많고 울산에서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어. 반면에 노르웨이 사람은 전 세계에 4~5백만명이 살고 있거든. 정말 찾아보기 쉽지 않아. 그래서 노르웨이 사람을 만나면 더욱 반가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놓고 대표팀은 노르웨이에서 미국으로 옮겼잖아?
그건 그래 하하. 그래도 나 한국에서 노르웨이 사람 한 번 만난 적 있어. 그것도 울산에서.

진짜로?
작년에 팀 동료 리차드가 자신의 크로아티아 친구를 한 명 소개해줬어. 그래서 같이 카페도 가고 밥도 먹었지. 그런데 그 크로아티아 친구가 울산에 노르웨이 사람이 한 명 살고 있다는 거야. 정말 깜짝 놀랐지. 나중에 소개 시켜준다고 해서 그 친구에게 부탁했어. 알고보니 울산에 있는 조선소에서 노르웨이 배를 만들고 있는데 그 배 때문에 울산에서 일하고 있는 노르웨이 사람이었어.

그 분이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당시에 마흔 살인가 그랬어. 그런데 같은 노르웨이 사람이라니까 나도 그 분도 서로 반갑더라고. 그래서 같이 친구가 되고 자주 만났어. 물론 지금은 그 분이 노르웨이로 다시 돌아가는 바람에 더 이상 만나기는 어렵더라. 그래도 가끔씩 페이스북으로 서로 안부는 묻고 있어.

너무 노르웨이 이야기만 한 것 같아. 노르웨이 소개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하고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
혹시 노르웨이 사진 본 적 있어? 정말,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나는 수도인 오슬로에서 태어나고 자랐어. 요즘은 한국 사람들도 노르웨이에 제법 휴가를 온다고 하더라. 물론 노르웨이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어. 특히 노르웨이는 백야가 역시 최고지. 겨울에는 해가 2~3시간 정도 밖에 떠있지 않지만 여름에는 하루종일 해가 지지 않아서 밤새 골프를 치거나 관광을 다닐 수 있어. 아참,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 중 하나야. 꼭 참고해.

한국에서 이중국적임을 기가 막히게 활용하는 믹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 내 연봉이 서너 배는 올라야 가보겠구나. 울산에서의 생활은 어때?
진짜 우리 동료들 너무 좋아. 선수들이 내가 외국인이라고 거리 두지 않고 먼저 다가와서 적응을 도와줘.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노력하는 그 모습이 감사해. 특히 박용우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야. 박주호도 고마운 것이 많아. 특히 울산 삼산동에 있는 갈비집을 알려줬는데 거기는 진짜 맛있어. 틈만 나면 갈비집에 가. 이렇게 맛있는 곳을 알려준 사람이 박주호야.

얼마 전에는 박용우, 이명재와 함께 저녁을 먹었어. 주로 같이 초밥이나 삼겹살, 갈비를 먹는데 이번에는 내가 미국식 요리를 하는 식당에 데려갔어. 사실 이번에는 내가 낼 차례였거든. 그런데 갑자기 밥을 다 먹고 나 대신 박용우가 계산을 하는 거야! 정말 깜짝 놀랐지. 박용우는 진짜 좋은 사람이야. 벌써 내가 박용우에게 밥을 두 번이나 신세 졌어.

최근에는 박용우가 이사를 왔는데 우리 집과 정말 가까워서 더욱 반가워. 내가 아파트 20층에 사는데 박용우가 바로 옆 동의 19층으로 이사를 왔어.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면 박용우의 집이 바로 보여. 나는 집 베란다에서 박용우가 집에서 뭐하고 지내는지 훤히 알 수 있지. 박용우가 다 벗고 있는 모습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같아. 하하.

혹시 박용우가 집에서 수상한 일을 한다면 꼭 알려줘. 사진기 들고 네 집으로 갈게.
물론. 우리 집에서 잘 감시하고 있을테니 스마트폰 꺼두면 안돼.

미국에서 온 배은망덕의 아이콘이구나. 김도훈 감독은 어때?
내가 여러 팀을 다니면서 많은 감독들을 만났는데 김도훈 감독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한국에 오기 전에 김도훈 감독이 K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전설적인 공격수였다는 것을 미리 공부했어. ‘전설’답게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시를 내린다고 생각해. 게다가 선수들이 김도훈 감독에 대한 존경심이 굉장히 커. 우러러 보고 있어. 게다가 패션의 아이콘이야. 평소에도 멋있는데 경기가 있는 날에 쫙 빼입고 오면 외국인인 내가 봐도 너무 멋있더라.

접대성 발언을 굉장히 잘하는구나?
아니야. 나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어. 내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야. 그런데 만일 김도훈 감독이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는 이렇게 얘기했을 것 같아. (그 때 지나가던 불투이스가 믹스의 뒤통수를 치며 “Don’t tell lie my friend(거짓말 하지 마, 내 친구)”라고 말한 뒤 유유히 자리를 떴다)

생각해보니 비슷한 경우가 한 번 더 있었어. 지난해 말에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골프를 쳤어. 지도자 선생님들이 골프를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 사실 내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감독님이 져서 기분이 좋지 않으면 나도 별로잖아? 감독님이 이기면 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그래서 내가 한 번 져드렸어.

접대 골프까지 터득하다니 한국 사람 다 됐구나. 사실 진 경기를 애써 포장한 것 아니야?
에이, 내가 김도훈 감독님은 이긴다니까. 나 미국에서 피를로랑 골프 친 사람이야.

피를로? 인터밀란과 AC밀란, 유벤투스에서 뛴 그 안드레아 피를로?
맞아. 잘 아네. 예전에 내가 미국 메이저리그싸커(MLS) 뉴욕시티에서 뛸 때 피를로가 나와 같은 팀이었어. 그래서 같이 골프를 좀 쳤지. 내가 한국에 있을 때 피를로에게 연락이 와서 같이 골프 한 번 더 치자고 했는데 내가 일정이 안맞아서 정중하게 거절했지.

피를로 거르고 김도훈이라니.
믿겨지지 않겠지만 사실이야.

한국 생활이 정말 즐거워보여. 이 정도면 친구들에게 K리그 오라고 추천했을 것 같은데?
아, 이거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실 나와 예전에 뛰었던 동료들 중에 내가 울산에 있다는 것을 알고 K리그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아. 한 10명 정도? 선수 이적은 민감하니까 이름은 말하지 않을게. 어쨌든 제법 실력 있는 선수들이 K리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 하지만 K리그는 외국인 선수 규정이 3+1이니까 이 좁은 문을 뚫어내기는 쉽지 않겠지. 내년에 규정이 바뀔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조금 기대하는 중이야.

물어보는 선수들에게는 K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어.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빠른 곳이라고. 특히 다들 열심히 뛰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어떤 팀도 쉬운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 그리고 특히 우리가 살던 유럽이나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기 때문에 적응하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는 조언도 해줘. 그들이 한국에 올 수 있으면 좋겠어. 나야 내 친구들이 함께 한국에 있다면 더욱 좋으니까.

친구들에게는 겁을 줬지만 너는 제법 잘 적응한 것 같은데?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처음 그 나라를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 나도 처음에는 여기에 와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지. 사소한 부분도 내게는 불쾌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작은 것이고 당연한 것일 수도 있거든. 그 문화를 존중하면 적응은 더욱 빨라지더라.

그래도 추운 노르웨이 같은 서양 출신이면 더위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어우. 말도 하지마. 지난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더워 죽는 줄 알았어. 충격적으로 더웠어. 울산이 이렇게 더운 곳일 줄 몰랐어. 일단 시간이 좀 지나니까 괜찮아졌는데 경기 한 번 뛰고 나니까 헉헉댈 정도로 힘들더라. 이제는 적응해서 괜찮아.

믹스 더워 죽을 뻔했던 날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AFC챔피언스리그는 어때? 이것도 처음일텐데.
나에게는 호기심이 많은 무대지. 그래서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고 조별리그에 진출했을 때 정말 기뻤어. 물론 매 경기가 쉽지는 않아. 같은 조에 있는 팀들이 하나같이 강하거든. 시드니FC는 호주 A-리그 챔피언이고 중국 슈퍼리그(CSL)의 상하이 상강은 오스카나 헐크, 엘케손 같은 슈퍼스타들이 버티고 있지. 그리고 일본 J리그의 가와사키 프론탈레도 정말 까다로운 상대야. 최대한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해서 ACL을 더욱 경험하고 싶어.

사실 이동 거리는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야. 물론 1~2시간 비행기 타는 것보다 호주 원정처럼 10시간 비행이 더욱 피곤하기는 하지. 하지만 우리가 날아간 만큼 상대도 날아와야 하니까 공평하다고 생각해. 게다가 노르웨이에서는 거리가 짧아서 비행 시간이 길어야 한두 시간이지만 MLS에서 뛸 때는 항상 비행기 타고 다녔어. 그것도 꽤 오래 탔거든. 괜찮은 것 같아.

하지만 한국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약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어.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일단 경기에 많이 이겨야지. 내가 골을 넣어도 상관 없고 주니오가 골을 넣어도 상관 없어. 어쨌든 누구라도 골을 많이 넣어서 경기에 최대한 이기고 싶어. 울산의 팬들이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고 한국 사람들이 나를 환영해줬으니 경기에서 이기는 것으로 보답하고 싶어.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어. 항상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다양한 곳을 여행하면서 한국의 문화 등 한국 그 자체를 즐기고 싶어. 사실 나 진짜 여기에 있으면서 북한 가보고 싶었거든. 북한이야말로 폐쇄적인 나라고 미지의 세계니까. 그런데 내가 팀 동료들에게 북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다들 뜯어 말리더라. 그래서 아직 북한에 갈 계획은 세우지 않았어.

북한에 가게 된다면 꼭 미국 사람이라 하지 말고 노르웨이 사람이라고 해. 마지막 질문이자 조금 민감한 질문인데… 차라리 임대 연장이나 완전 이적을 하면 더 여유있게 한국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하. 나도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 당연한 이야기지. 나도 여기에 머무르는 것이 좋고 울산도 나를 괜찮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감사해. 나와 울산의 임대 계약은 7월까지야. 하지만 조만간 울산과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어. 인생은 모르잖아. 나도 수원삼성의 데얀처럼 K리그에서 오래오래 뛸 수 있는 선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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