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축구협회장 출마를 선언한 김병지 회장과 단독으로 대화를 나눴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김병지는 바쁘다. 팀2002 회장을 맡고 있고 스포츠문화진흥원 대표로도 일하는 중이다. 김병지축구클럽을 운영하면서 사단법인 한국축구 국가대표 이사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가 운영 중인 유튜브 ‘꽁병지TV’는 구독자수만 24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또 하나의 거대한 꿈에 도전한다. 바로 서울시축구협회장이다. 이미 이룰 건 다 이룬 그가 서울시축구협회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최종적인 꿈은 무엇일까. 김병지 회장을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김병지축구클럽에서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갑다.

나도 반갑다.

이곳은 처음 와 봤다. 여기가 어딘가.

새롭게 오픈한 김병지축구클럽 11호점이다.

그럼 이런 곳이 벌써 다른 곳에 열 군데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여기가 건물 11층이라 11호점이다. 처음 만든 지도 11년이 됐다.

아재 개그인가.

뭐 그런 셈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은퇴 이후 스포츠 재활센터를 만들어서 운동선수들 부상 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스포츠문화진흥원을 만들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고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들로 구성된 팀2002 회장으로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하고 있다. 축구계 선배들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 사단법인을 운영 중이셨는데 전임 이사장이었던 김성남 이사장님께서 부천FC 단장으로 가시면서 그 자리를 나에게 넘겨주셨다. “네가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 일도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김병지축구클럽도 11개나 운영 중이다.

대단히 바쁠 것 같다. 취업 문제가 사회 현상이 됐는데 당신은 직함만 몇 개인지 모르겠다.

바쁜 건 사실이다. 축구선수를 할 때에는 모든 생활을 운동에만 맞췄다. 쉬는 것도, 먹는 것도, 관리하는 것도 다 운동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받았던 사랑을 축구로 베풀어야 한다. 바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당신이 하는 일 중 가장 즐거운 일은 무엇인가. ‘꽁병지TV’를 통해 수익을 얻는 일인가.

김병지축구클럽이 가장 즐겁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눈으로 지켜보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 이 아이들이 여기에서 성장해 지역에 있는 선수반으로 진출한다.

김병지는 은퇴 이후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어렵게 육성한 아이들을 전문적인 선수로 키우는 사업도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잘 키운 선수들을 굳이 다른 곳으로 보내나.

우리도 엘리트 선수 육성 클럽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없애버렸다. 우리가 엘리트 선수 육성반까지 운영하면 같은 지역에 있는 엘리트 축구계에서는 선수 수급이 대단히 어려워진다. 지역에 있는 축구 클럽들이 선수 수급을 더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취미반으로만 운영 중이다. 우리가 그 분들과 경쟁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지역 내 분위기는 함께 만들어가는 거다. 우리 축구클럽에서 지금도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이 1000명에서 1500명 정도 된다. 우리 클럽에서 선수반으로 진학한 애들이 많아 남양주와 구리 지역 엘리트 축구 클럽들이 전국에서는 강호에 속한다.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은 잘 몰랐다.

내가 내 이름을 걸고 엘리트 축구반을 운영하면 학부모들이 다 이쪽으로 아이들을 보내려고 한다.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지역에 있는 학원 축구 팀들은 피해를 본다. 선수가 우리 쪽으로만 몰리게 되면 우리와 그들의 관계도 좋지 않아진다. 2~3년 정도 운영해 보니 굳이 우리가 엘리트 체육과 경쟁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그 분들도 그 분들 나름대로의 교육 노하우가 있어 잘 가르친다. 그럴 거면 경쟁과 반목을 하지 말고 우리가 선수를 잘 키워서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친구들은 이제 당신을 축구스타라기보다는 ‘유튜브스타’로 기억하기도 한다. ‘꽁병지TV’도 대박을 치고 있다.

차근차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운영했는데 많이 성장했다. 목표가 2019년 1월까지 구독자수 20만 명 돌파였는데 목표를 달성했고 현재는 구독자가 23만 명 정도 된다. 올 연말까지 50만 명의 구독자를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달에 2만 명씩은 구독자가 늘고 있어서 이렇게 가면 연말에 35만 명 정도는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목표는 큰 게 좋으니 구독자 50만 명을 향해 달리겠다.

업계 라이벌은 누구인가. 당신에게 욕을 퍼붓던 감스트인가.

감스트는 우리와 장르가 다르다.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친구다. ‘슛포러브’는 챌린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전문성에 조금 더 집중한다. 나를 비롯해 김형범과 현영민, 그리고 이천수와 김태영, 유상철 등등이 등장해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했던 사람들이 전해주니 현장감이 있다. 감스트는 업계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내가 살린 사람 정도 아닐까.

2002년 스타가 ‘유튜브’에 진출한 모습을 보며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다. 너무 권위를 내려놓고 망가지는 건 아닌지 당신의 팬으로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권위 같은 건 전혀 따지지 않는다. 그런 거 따졌으면 골키퍼하면서 드리블 한다고 공 몰고 앞으로 나가지도 않았을 거다. 권위 같은 건 애초에 버렸다. 원래도 별로 없었고 현역 은퇴하면서 남은 권위도 다 버렸다.

김병지는 은퇴 이후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상파 방송 출연도 아니고 인터넷에 등장한 모습을 보고는 조금 놀랐다.

인터넷 방송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상파는 안 그렇다. 예를 들어보자. 축구 해설을 하는데 공격수의 슈팅이 빗맞고 골대로 들어가면 우리는 저게 잘못 맞은 거라는 걸 안다. 그런데 그런 슈팅도 “좋은 슈팅이었네요”라고 할 수밖에 없다. 캐스터도 옆에서 “좋은 슈팅이었습니다”라고 하는데 내가 “그건 아닌데요”라고 하면 캐스터는 또 뭐가 되나. 그런데 인터넷 방송에서는 “저 슈팅은 사실 오른쪽으로 때리려고 했는데 약간 빨리 때려서 엇박자로 맞고 들어갔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다. 인터넷 방송의 그런 매력에 끌렸다.

그런 모습에서 당신의 인터넷 방송이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선수가 경기 막판 부상을 당했다면서 누워 있어도 사실 우리는 딱 보면 안다. “저건 엄살입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게 인터넷 방송이다. 그런데 지상파에서는 엄살인 걸 알면서도 “부상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다. 시청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방송은 그런 걸 다 할 수 있다. 권위가 뭐가 필요한가.

하긴, 당신은 선수 시절부터 남들이 아무도 하지 않는 꽁지머리에 염색까지 하고 나타났다. 권위를 따졌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전용구장에서 경기를 하다가 골 라인 아웃이 돼 볼보이에게 공을 달라고 쳐다보면 중학생 볼보이가 내 얼굴을 보고 “야 이 XX놈아”라고 한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할까. 권위적이라면 “이 XX이”라고 혼부터 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얼굴을 마주보고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열심히 해”라고 말했다. 그러면 오히려 그 중학생이 더 미안해한다. 권위는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

미안하다. 나도 당신이 현역일 때 골대 뒤에서 욕 좀 했다. 그런데 당신이 욕하는 날 보고 웃어준 뒤로는 당신에게 욕을 못 하겠더라.

처음에는 그런 일을 많이 겪었는데 슬기롭게 대처하니 원정팀 서포터스 회장이 “야, 김병지 쪽에 욕은 하지마”라고 한 적도 있다. 골대 뒤에 있으면 “병지야, 똥꼬가 바지 먹었다”라는 소리를 하는 팬부터 물병을 던지는 원정 팬들도 있다. 그러면 그 물을 주워서 마시고 고맙다고 한 적도 있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팬들은 자기 팀을 응원하면서 상대팀을 야유하는 게 당연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저 팬이 우리 팬이었으면 저렇게까지 상대팀에게 야유를 보내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어차피 국가대표에 가면 또 다 응원해주는 팬이지 않은가.

당신은 김병지인가. 부처인가. 간디인가. 대단한 멘탈이다. 그런데 팀 2002는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가. 약간 다단계 모임 느낌이 나기도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를 주축으로 하는 사회 공헌 활동 모임이다. 친목도모는 내부적으로 하고 기업이나 단체 등과 함께 손을 잡고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조성한다던가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재능기부도 자주 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은 누구인가.

(이)천수나 (유)상철이가 열심히 하고 (송)종국이도 근래 열심히 했다. (최)성용이, (홍)명보형, (최)진철이도 열심히 한다. 아, 그리고 (최)용수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걔가 원래 그렇게 착실한 친구였는지는 잘 몰랐다.

한 동안 백수여서 그랬던 거 같다. 반대로 참여가 저조한 회원은 누구인가.

(안)정환이는 바빠도 자주 나오려고 한다. 그런데 (박)지성이하고 (이)영표는 꼭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해외에 있더라. “중요한 행사가 있으니 이번에는 꼭 참석해”라고 하면 “형님, 저는 영국에 있습니다”, “저는 캐나다에 있습니다”라고 한다. 우리 회칙이 2회 연속 불참이면 아웃인데 한 가지 예외 조항이 있다. 해외에 체류하고 있으면 그건 봐준다. 아마도 이 친구들이 그걸 노리는 걸 수도 있다. 출입국관리소에 문의를 좀 해봐야겠다. 의심스러운 경우가 몇 번 있었다. 해외에 있다고 그래놓고 며칠 뒤에 국내에 있더라.

김병지는 은퇴 이후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렇게 열정적으로 행정 일을 하고 있는데 지도자로서의 계획은 없나. 축구 스타들은 대부분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

지도자로서의 계획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솔직히 감독을 하라고 했으면 했을 텐데 코치 제의만 와서 고사했다. 사실 그 단계는 건너뛰고 싶었다. 요 근래도 제의가 두 번 정도 있었고 지금껏 다 합치면 제안이 열 번은 넘게 온 것 같다. 나이가 있으니 수석코치 겸 골키퍼 코치 제안인데 감사한 제안이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얼마 전에는 행정 쪽으로도 좋은 자리 제안을 받았지만 서울시축구협회장 출마를 결심하면서 다음으로 미뤘다.

이제 그 이야기를 좀 해보자. 서울시축구협회장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뭔가.

서울시축구협회가 서울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축구를 통해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협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지금껏 재활센터를 만들어 스포츠인들괴 함께 하고 있고 유소년 클럽을 만들어서 함께 상생하는 것들도 경험했다. 여러 단체를 이끌며 사회 공헌 활동도 해오고 있다. 이런 로드맵으로 서울시축구협회를 이끈다면 훨씬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축구협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나.

자생력 있는 협회가 되어야 하고 그럴 가능성이 충분한 큰 조직이다. 전임 집행부도 열심히 하셨지만 더 신경 쓰면 잘 될 거라고 본다. 자금이 부족하다보니 취약 계층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했다. 자금을 여유롭게 만들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서울시 내에서도 구마다 축구 인프라에 빈부 격차가 있다. 강북 등의 지도자나 운동장의 환경 등도 해결해야 한다.

효창운동장의 활용 방안도 서울시축구협회가 해결해야 한다. 경기장이 존폐 위기에 있다.

그곳을 문화 복합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진 깊이 있게 들어가 보진 못했다. 운동장을 없애고 문화 공간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대문 운동장이 사라졌고 효창은 이제 우리들의 마지막 메카다. 효창운동장을 안 밟아본 축구인은 없다. 그런 상징적인 장소는 서울시축구협회와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모든 축구인들, 정부와 협의해서 잘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이랜드가 서울에서 경기할 곳이 없어 천안으로 내려가 경기를 해야 한다. 이 큰 도시에 프로축구를 열 경기장이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뿐이라는 건 아쉽다.

나도 동의한다. 일단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진 게 너무 아쉽다. 그곳이 살아 있었다면 접근성은 대단히 좋았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와도 되고 걸어와도 될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다. 일단 동대문을 지키지 못한 건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런던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에는 도시마다 10개 팀씩 있다. 그런데 인구 천 만의 서울시에 경기를 할 수 있는 구장이 두 개 뿐이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축구인들이 협력해 최소한 강서와 강남, 강북, 강동 등에 네 팀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축구산업의 중요한 숙제다.

김병지는 은퇴 이후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혹시 협회장이 되면 당장 하고 싶은 일은 뭐가 있나.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상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지만 서울시에 있는 두 개의 프로팀과도 면밀히 교류하고 싶다. FC서울과 서울이랜드 시즌권을 1천장씩을 구입할 것이다. 서울시에도 25개 구축구협회가 있고 지역 기업인들이 있다. 기부를 하면 좋은 일도 하고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 이들과 대화를 통해 이런 문화를 만들고 싶다. 어린 아이들에게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뜻 깊은 일이다. 두 구단의 시즌권 1천장씩을 사서 나눠주면 어린 친구들이 경기도 즐기고 얼마나 좋은가. 상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전략이 너무 많이 언론에 나가면 경쟁 후보가 따라할 수 있으니 말을 좀 아끼겠다.

서울이랜드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이 689명이었는데 서울이랜드 시즌권을 당신이 1천장이나 사면….

뭐라는 건가. 구시렁거리지 말고 크게 말해보라.

아, 아니다. 그런데 과연 실현 가능한 공약이 될 수 있을까.

지금껏 다 실천해 왔던 것들이다. 김병지축구클럽을 11년 동안 11호점까지 내며 복지 및 일자리 창출 등에도 기여했다. 정부 예산을 보니 1년에도 수천억 원을 사회 공헌 및 아이들의 복지에 쓴다고 하던데 우리는 정부로부터 단 10원도 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다. 나는 협회장이 되면 지금 효창운동장에 있는 서울시축구협회 사무실도 체육진흥공단 건물로 들어가도록 추진할 것이다. 매일 실무진들이 소통해야 하는데 효창운동장에 있으면 그게 잘 안 된다. 올림픽파크텔에 들어가 매일 체육진흥공단과 대화를 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부딪혀보고 싶다. 의지가 있고 대화를 거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

서울시축구협회장 자리는 무엇보다도 생활 체육으로서의 축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자리 아닐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상생이다. 선거를 치르는데 엘리트 체육 쪽에서 단합하면 그 후보가 당선이 된다. 그런데 경기장 권리 등은 대부분 생활 체육 쪽에서 쥐고 있다. 선거는 이기지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경우가 생긴다. 양 쪽이 편을 가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지난 집행부가 조화롭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하지 못한 것도 있다.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상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여기 김병지축구클럽에서 아주 작지만 그걸 잘 보여주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생활 체육 클럽팀을 운영하면서 주변 학원 축구팀과도 상생하며 잘 지내고 있다. 기득권들끼리 감정이 상해서 일이 안 풀리는 경우를 많이 봐 왔고 나는 작지만 이곳에서 상생을 경험하고 있어서 이 부분은 자신 있다.

당신이 협회장 후보로서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통 선거를 하면 과거는 없고 “당선되면 이걸 하겠습니다”라고 하는데 나는 “지금껏 이걸 해왔습니다”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유소년 전용구장을 만들고 소외계층에는 계속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조그마한 조직으로도 훌륭하게 운영해왔으니 큰 단체에 가면 더 잘 할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에게 김병지축구클럽은 큰 자부심인 것 같다.

유소년 클럽을 11개까지 열었다. 이렇게까지 해온 축구인이 있나. 내가 알기론 없다. 그것도 모든 시설과 인프라를 내 돈으로 했다. 시에서 만들어주면 운영하다가 시장이 바뀌면 전임 시장 업적이라고 없애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기업과 손을 잡고 운영했다가 예산이 끊기면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50억 원 예산 줘서 잘 쓰며 운영하다가 50억 원 예산 끊기면 그냥 문 닫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우리 손으로 밑바닥부터 해서 여기까지 왔다. 나에게는 김병지축구클럽이 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김병지는 은퇴 이후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 자부심이 느껴진다.

지금 밖에서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굴을 보라. 부모님들도 좋아한다. 시설도 훌륭하고 환경도 좋다. 그리고 여기에 오면 이런 친구한테 프리킥도 배울 수 있다.

(옆에서는 ‘프리킥의 마술사’라고 불렸던 김형범이 바나나킥을 까먹고 있다가 “나는 병지 형님한테 해트트릭도 해본 선수다”라고 한 마디 했다. 그러자 김병지가 답했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얘는 자꾸 나한테 해트트릭을 했다고 한다. 나한테 골을 넣은 선수들은 다 영광으로 생각하더라. 나는 기억에도 없는데….

(그러자 김형범이 다시 한 번 거들었다. 그는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경남 소속일 때 전남 소속이던 병지 형님한테 해트트릭을 했다. 그 골 말고도 프리킥으로 병지 형님 상대로 두 골을 더 넣었다”고 마치 기록지를 읊듯 자세하게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이 말을 들은 김병지가 웃었다.)

나한테 해트트릭한 선수가 몇 없는데 얘가 특이한 경우다. 아무튼 우리 축구클럽에 오면 이렇게 김병지한테 해트트릭을 한 선수한테 프리킥도 배울 수 있다.

당신 좌우명이 ‘내 뒤에 공은 없다’인데 좌우명이 좀 틀린 것 같다.

지금 돌아보니 내 뒤에 공이 꽤 많더라.

앞으로 더 많은 공약은 어떻게 세울 예정인가.

일단 전략이나 정책 등은 어느 정도 수립해 놓았고 도움을 주실 분들도 많다. 그런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엘리트 축구계와 생활 축구계 등이 이런 일들은 가장 정확한 목소리를 낸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리하겠다. 전임 집행부가 해놓은 일에 더해 정책을 수립하겠다.

만약 협회장이 되면 더 바빠질 텐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다 잘해낼 자신은 있나.

시간은 경영하는 거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다.

(옆에서 바나나킥을 까먹으며 이 말을 듣고 있던 김형범의 눈이 빛났다. 김형범은 “꽁병지TV는 이제 형컴TV로 넘겨달라”고 했다. 그러자 김병지가 말을 이었다.)

‘꽁병지TV’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스태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거다. 매일 혼자 매달리는 일이 아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서울시축구협회 일도 홍보할 수 있다. 우리 유튜브 채널은 누구한테 속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협회장이 되어서도 활용할 수 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지상파가 아니면 인정받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김병지는 은퇴 이후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당신은 다양한 일을 해왔고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최종적인 꿈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내 마지막 꿈은 구단주가 되는 거다. 지금은 다 그 꿈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구단주가 되려면 행정 일도 경험해 봐야 하고 스포츠산업마케팅과 홍보 등도 잘 알아야 한다. 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다. 스포츠 마케팅은 몇몇 사례를 실제 성공적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김병지축구클럽은 다 직영점이다. 내가 다 투자해서 하는 일이다. 재활센터를 만들어서 축구뿐 아니라 야구와 농구, 배구 등 모든 선수들에게 재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더 쌓아 구단주가 되고 싶다.

언제쯤 그 꿈에 다다를 수 있을까.

목표는 60세로 잡았다. 올해가 50세니까 이제 딱 10년 남았다.

어떤 팀의 구단주가 되고 싶나.

늘 그래왔듯이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K3리그 팀을 창단해서 성장하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축구는 예산을 받아서 구단을 운영하다보니 내실 있게 재정을 확보해서 운영하는 경험이 부족하다. 내가 성공 사례를 보여주면 다른 곳에서도 창단을 더 많이 추진할 것이다.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세금도 내고 지역 사회 발전을 이루는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

막연한 꿈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지하니 나도 더 구체적으로 묻겠다. 10년 후의 구상이지만 혹시 생각해 놓은 연고지도 있나.

물론이다. 있다. 서울 강북을 연고지로 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옛 소속팀인 FC서울과 경쟁하는 건가.

그 동네와는 완전히 다른 동네인 강북구를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가 있나.

강북구는 문화 콘텐츠가 열악하다. 축구를 들고 들어가 축구 메카로 만들고 싶다. 또한 많은 분들이 차량 없이도 걸어서 경기장에 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족 손을 잡고 지하철을 타고 경기장으로 오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강북구에 있는 경기장을 개보수해서 1만2천 명이 들어오는 경기장만 만들면 그곳은 아마 환상적인 분위기가 될 것이다. 주변에 노원구와 도봉구, 동작구 등도 있으니 가능성은 충분한 동네다.

김병지는 은퇴 이후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제는 골을 잘 막는 방법이 아닌 행정에 대해 고민하는 당신의 모습이 참 새롭다.

선수 시절부터 늘 고민했던 게 있다. 연말이 되면 프로축구팀의 마이너스 요인을 언론에서 늘 다룬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너무 많은 연봉을 받아간다고 지적하고 그게 프로축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선수들은 실력 만큼 돈을 받아가는 거다. 행정의 잘못된 문제를 왜 선수들이 안고 가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우리나라에서 1억 원을 받는 선수가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면 2억 원을 받는다. 따지고 보면 프로축구팀의 마이너스 요인에 선수들을 크게 잘못이 없다. 기업에서 프로축구팀에 예산을 줄 때 광고나 홍보 목적으로 주는 건데 그런 건 쏙 빼고 선수 연봉으로만 따지니 결국에는 마이너스라는 판단이 나오는 거다. 이런 문제를 행정을 통해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성공적인 구단 운영을 보여주면 아마 그게 하나의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알겠다. 꼭 그 꿈을 이루길 바란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서울시축구협회장 후보로서 어떤 말을 하고 싶나.

함께하는 서울, 즐거운 축구를 만들고 싶다.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 25개 구에서 학교별 생활 축구 대항전도 만들고 싶다. 정식 축구부가 아닌 동아리 팀들의 학원 축구 대결이다. 25개구 챔피언이 되면 이 챔피언들끼리 서울시장배를 열면 정말 좋을 것이다. 입상을 하면 교육감상을 줘 대학 진학에 가산점을 부여할 수도 있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내가 직접 대한축구협회에 가서, 문화체육부에 들어가서, 서울시에 가서 이야기를 잘 풀어보고 싶다.

김병지 회장은 인터뷰가 끝난 뒤 바로 옆 풋살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을 지켜봤다. 그리고는 이 아이들이 풋살장을 빠져 나오자 일일이 얼굴을 확인하며 “오늘은 땀 좀 뺐구나”라는 말과 함께 웃었다. 적어도 그가 하는 말과 행동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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