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괴물 신인’의 등장, 이수빈은 포항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곽힘찬 기자] 포항 스틸러스와 경남FC의 하나 원큐 2019 K리그1 3라운드 경기가 열렸던 지난 1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는 갑자기 팬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후반 21분 포항 유준수 대신 교체 투입된 이수빈을 향한 응원이었다. 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은 이수빈은 약 25분가량 그라운드를 내달리며 포항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사실 이수빈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 U-18(포항제철고)에서 곧바로 프로로 직행한 신인이기에 포항에 관심이 많은 K리그 팬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선수에 속했다. 하지만 지난 경남전 당시 이수빈은 경기에 투입되자마자 정교한 패스를 전방에 공급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넓은 시야가 돋보였다. 2000년생 고졸 신인 선수의 프로 첫 경기라고 생각할 수 없었을 만큼 완벽한 데뷔전이었다.

이수빈의 첫 프로 생활 “적응 문제없어”
이제 막 프로 데뷔전을 치르고 난 이수빈에게 프로 무대란 어떤 곳일까. <스포츠니어스>는 이수빈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소감을 들어볼 수 있었다. “형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는 이수빈은 첫 프로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 1군에 직행한 2000년생 이수빈은 막내가 됐다. 과거 포철고에서 뛰던 시절 맏형 역할을 도맡아왔기에 다시 막내가 된 것은 그에게 있어 어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수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맏형이긴 했지만 나도 포철고에서 막내 생활을 해봤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적응하는 것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웃었다.

이수빈은 포철고를 졸업하자마자 기존 선수들과 함께 터키 안탈리아로 동계훈련을 떠났다. 한국을 떠나 갑자기 먼 곳으로 훈련을 가게 된 이수빈은 걱정이 앞설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걱정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그는 “유럽을 인생 처음으로 가는 거라 오히려 설렜다”면서 “그곳에서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에 올 시즌을 준비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수빈은 지난해 포철고를 이끌고 고등부 왕중왕전 우승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의 첫 데뷔전, ‘긴장 보다는 설렘’
안탈리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훈련한 덕분이었을까. 이수빈은 프로 직행 후 리그 3라운드 만에 자신의 첫 프로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그는 지난 경남전 후반 21분에 유준수와 교체로 투입돼 약 25분가량 그라운드를 누비며 팬들의 머릿속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포항은 간만에 4-1 대승을 거두며 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이수빈 역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사실 이수빈은 그날 뛸 수 있을 거라 확신하지 않았다. 포항이 큰 점수 차로 경남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를 섣불리 투입시킬 순 없었다. 하지만 최순호 감독의 선택은 이수빈이었다. 그의 교체를 알리는 번호 57번이 나타나자 포항 스틸야드의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수빈은 “경기 전에 들어가게 되면 열심히 뛰어야겠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날 (유)준수 형이 전반전이 끝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 모르니까 준비하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고 후반 중반에 투입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수빈의 첫 데뷔전은 ‘긴장’보다는 ‘설렘과 재미’였다. 그는 “그동안 밖에서 준비하다가 홈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돼서 더 기뻤다”면서 “물론 긴장은 됐지만 팬들의 응원이 있었고 형들이 격려를 해줘 재밌게 경기를 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인 선수답지 않은 답변이었다. 그렇게 연습 때처럼 즐기면서 경기를 뛴 이수빈은 25분만 소화하고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후 많은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이수빈을 향한 팬들의 극찬이 줄을 이었다. 팬들은 탄탄한 기본기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뛰어난 볼 컨트롤 능력과 정확한 패스를 보여준 이수빈을 두고 포항의 미래를 책임질 중앙 미드필더로 평가하며 이미 고교생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이수빈은 웃으며 “내가 여기에서 딱히 말할 것은 없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을 뿐인데 팬들이 그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겸손하게 답변했다.

이수빈은 경합을 마다하지 않고 전투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신의 장점을 살렸다. 그는 “남들보다 스피드가 빠르거나 신장이 높진 않지만 정확한 킥력과 패스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경남전 후반 39분에 보여줬던 롱 패스가 압권이었다. 거리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빈 공간과 선수가 위치해있는 것을 확인한 이후 곧바로 패스를 연결해 기회를 창출시켰다.

이수빈의 워너비 룸메는 송승민이었다. ⓒ 포항 스틸러스 공식 유튜브 영상 캡쳐

“포항 레전드 황지수 코치님을 닮고 싶다”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할 이수빈에겐 한 명의 롤 모델이 있었다. 바로 ‘포항 원클럽맨’ 황지수 코치다. 황지수는 2004년 호남대 졸업 이후 군 복무를 위해 잠시 팀을 떠났던 때를 제외하고 현역 생활을 모두 포항에서 보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던 황지수는 비슷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이수빈에게 가장 적당한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포항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2012년부터 6시즌 연속 포항의 주장을 맡았던 황지수는 까마득한 대선배면서도 이수빈을 성장시켜 줄 선생님이었다. 이수빈은 “황지수 코치님 가까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정말 도움이 되고 있다. 코치님처럼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이수빈을 두고 “포항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딛은 신인 선수일 뿐만 아니라 겨우 25분을 소화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멀리 바라보고 그를 평가해야 한다. 이수빈 역시 “일단 데뷔전을 치렀으니까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면서 선발 출전하는 것을 가장 가까운 목표로 잡고 싶다”고 각오를 밝히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경남전이 끝난 후 포항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응원을 하며 대승을 거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포항은 지난 리그 1, 2라운드를 패배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경남전 대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얼굴’ 이수빈이 포항의 일원으로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이수빈은 어쩌면 포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 않을까.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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