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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성남=명재영 기자] 진부하지만 이 말만큼 요즘 프로축구를 잘 나타내는 표현도 없다. “날씨는 추웠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16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3라운드 성남FC와 수원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9,336명의 유료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경기는 성남의 조성준이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역전 골을 터트리면서 성남의 2-1 승리로 끝났다.

이날 경기는 경기력과 관중 그리고 중계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란히 2패를 기록해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던 양 팀이지만 수비축구는 그라운드에 없었다. 강한 압박과 끊임없는 공격을 이어가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매력적인 축구를 펼치는 남기일 감독과 2경기 만에 ‘노 빠꾸 축구’라는 별명을 얻은 이임생 감독의 색채가 선수들의 플레이에 그대로 묻어났다.

9,336명의 관중 수 또한 인상적이다. 지난주 FC서울을 상대로 한 홈 개막전에는 11,238명이 자리를 채웠다. 이 경기에서 0대1로 무득점 패배를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팬들은 또다시 성남의 축구를 선택했다. 혹자는 ‘개막 버프’로 치부할 수 있지만 분위기는 예전과 너무나도 달랐다.

많은 가족 팬들이 장내 아나운서의 응원 유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열기가 뜨거워졌다. 성남의 득점 기회마다 전 관중이 일어서는 모습은 유럽 축구를 연상케 했다. 아쉽게 득점이 무산되면 아이와 성인 할 것 없이 내뱉은 탄식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 종료 직전 조성준의 극적인 역전 결승 골이 터지자 전 관중이 함께하는 ‘짝짝짝짝 성남’ 구호가 크게 울려 퍼졌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유럽 축구 못지 않은 순간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프로축구연맹이 유독 힘을 쓰고 있는 중계 또한 시청자를 만족시켰다. 방송사는 적지 않은 카메라를 현장에 투입해 그라운드를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양 뿐만 아니라 질(퀄리티)도 인상적이다. 경기장을 개인적으로 방문한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를 하프타임에 깜짝 인터뷰하면서 신선한 볼 거리를 제공했고 카메라의 시선 또한 관중이 밀집한 구역 위주로 향하면서 그럴싸한 장면들이 만들어졌다.

누구 할 것 없이 K리그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는 요즘, 이 분위기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장하게 확실히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신장개업 효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필요한 건 축구계의 자만 없는 노력뿐이다. 오늘만 같아라,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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