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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 안산그리너스의 하나원큐 K리그2 2019 3라운드 경기. 전반 10분 만에 수원FC의 첫 골이 터졌다. 백성동의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은 혼전을 이뤘고 그 상황에서 한 선수가 재치 있게 힐킥으로 골을 만들었다. 골을 넣은 선수는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올 시즌 막 수원FC에 입단한 수비수 장준영이었다. 장준영은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 줄곧 수비를 지키더니 세 경기 만에 올 시즌 첫 골을 뽑아냈다.

그에게는 감격적인 골이었다. 이 골 덕분에 수원FC는 안산을 2-1로 제압하고 올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개막 이후 2연패를 당했던 수원FC의 귀한 승점 3점이었다. 그리고 이 골은 장준영에게도 특별했다. 한 시즌 동안 K리그를 떠나야 했던 그의 K리그 복귀를 알리는 골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장준영에게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가 득점 후 감격스러워 했던 표정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지난 1년은 K리그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은 서러운 시간이었다.

장준영은 대신고와 용인대 졸업 후 2016년 자유선발을 통해 대전 시티즌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두 시즌 동안 그가 보여준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데뷔 시즌인 2016년에는 20경기에 출장해 수비를 이끌었고 이듬 해에는 23경기에 나서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비록 K리그2 무대였지만 그에게는 가능성이 보였다. 장준영은 2018 시즌을 앞두고 성남FC로 옮겼다. 성남의 주전 미드필더 안상현과의 맞트레이드였다.

그는 대전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수비수였다. ⓒ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장준영이 성남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본 이는 아무도 없다. 2018년 1월 대전에서 동계 전지훈련 중에 트레이드 소식을 접하고 성남으로 옮긴 그는 2월 중순경 성남의 2차 동계 전지훈련 도중 다시 짐을 싸야했다. 성남에서 그를 내셔널리그 경주한수원으로 임대했기 때문이다. 그가 성남에 있었던 시기는 딱 두 달이었다. 제대로 보여줄 시간도 없이 그는 대전에서 성남을 거쳐 내셔널리그로 향해야 했다. 그는 “성남에는 살짝 발만 담그고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K리그2 주전 수비수가 자신의 내셔널리그행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말 그대로 절망적이었다”면서 “나는 내셔널리그에 갈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곳에 가게 돼 절망했다. 그래도 내셔널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면 다시 K리그로 올라올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K리그에 입성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준비했다”면서 “처음에는 절망했지만 내셔널리그는 K리그와 비교해 수준에서 크게 차이가 없었다. 내셔널리그에서 얻은 게 많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곳이고 내셔널리그에서 성공한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고 1년 전을 회상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K리그2 주전 수비수였던 그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한 내셔널리그에서 뛰게 됐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고 지난 해 내셔널리그 경주한수원에서 탁월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베스트11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경주한수원 유니폼을 입고 자신을 내셔널리그로 보낸 성남FC를 상대하기도 했다. 장준영은 지난 해 FA컵 32강 성남FC와의 경기에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날 그는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성남에 대한 시원한 복수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경주한수원 임대 기간이 종료됐고 그는 다시 성남FC로 복귀했다. 하지만 성남은 그를 수원FC로 보냈다. 이번에는 완전 이적이었다. 그가 성남에 속한 기간은 2018년 1월과 2월 딱 두 달 뿐이었다. K리그 기록에도 그는 성남에서 뛴 적이 없어 흔적도 없다. 2017년까지 대전에서 뛰었던 기록과 2019년 수원FC로 이적해 경기에 나선 기록만이 있을 뿐이다. 그가 성남 선수였다는 걸 아는 이들도 거의 없고 그가 성남FC에 속했다는 걸 입증할 만한 기록도 없다. 그렇게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대전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수비수였다. ⓒ프로축구연맹

그리고 장준영은 세 경기 만에 팀을 승리로 이끄는 귀중한 골을 뽑아냈다. 그는 “우리가 안산을 대비해서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다”며 “거기에 내가 골까지 넣어 팀에 보탬을 줬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 K리그2는 대단히 간절한 무대다. 그는 “개막전까지도 얼떨떨했는데 개막하고 관중과 경기장 분위기를 보니 내가 다시 K리그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면서 “수원FC가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만큼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 오늘 보여준 것 이상으로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 득점이 아니더라도 수비적으로도 인정받고 싶다”고 자신을 선택한 팀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장준영에게 지난 1년의 시련의 시기이기도 했지만 성숙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내셔널리그를 발판 삼아 여기까지 오게 됐다”면서 “경주한수원에서 뛰며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세트피스에서의 능력도 향상됐고 빌드업도 더 나아졌다. 여러 모로 얻어온 게 많다”고 웃었다. 1년 전 내셔널리그행에 대해 절망적이라는 단어를 썼던 그는 내셔널리그에서 한층 성숙해졌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이 간절했던 무대에 다시 돌아왔으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웃으면서 “일단 팀 순위를 꼭 승격할 수 있는 순위 안에 이끌고 싶다”고 했다.

장준영은 “장내 아나운서가 나를 소개할 때 골 넣는 수비수라며 ‘수트라이커’라고 한다. 이 별명에 걸맞게 골도 더 잘 넣고 수비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꼭 K리그1으로 올라가 성남을 상대로 그들이 후회할 만한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무도 그가 성남에 있었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에게 있어 이 짧았던 두 달간의 성남 생활은 많은 깨달음과 메시지를 줬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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