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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대구=곽힘찬 기자] 포레스트 아레나는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물론 광저우 에버그란데 팬들이 아닌 대구FC 팬들의 축제였다. 많은 대구 팬들은 휴대폰 불빛을 킨 채 팔을 흔들며 패배로 아쉬워하고 있는 광저우 팬들을 향해 잘 가라는 인사를 건넸다.

대구FC는 12일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F조 2차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3-1로 격파하며 ACL 2연승을 기록했다. 사상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거함’ 광저우를 상대로 결코 물러서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준 끝에 감격적인 승리를 따냈다.

이날 포레스트 아레나엔 11,064명의 관중들이 운집하며 축구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득점에 가까운 장면이 나올 때 마다 탄성을 질렀고 대구가 득점을 기록할 때면 환호했다. 대구 팬들은 장내 아나운서의 리드 없이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응원전을 펼쳤다. 발을 구르며 부르는 이들의 노래는 경기장을 가득 메워 귀를 멍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에 광저우 팬들이 중국어로 ‘힘내라’라는 뜻의 “짜요”를 외쳐댔지만 대구 팬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특히 승리를 확정짓는 김대원의 득점이 후반 82분에 터지자 광저우 팬들은 망연자실하며 멍하니 그라운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한 1만 여명의 대구 팬들은 원정석을 바라보면서 팔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대구 팬들은 ACL 우승 2회에 빛나는 광저우를 상대로 “잘 가세요”의 의미가 담긴 노래를 부르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 대구가 극심한 부진을 겪던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대구 팬들은 “잘 있어요” 또는 “잘 가세요”의 희생양이 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중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탄탄한 재정을 자랑하는 광저우가 시민구단 대구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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