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포항=곽힘찬 기자] 우리에게 김재성은 어떤 축구선수였을까. 아마 많은 K리그 팬들은 김재성을 두고 ‘K리그에서 손꼽히던 미드필더’로 기억할 것이다. ‘영일만 지단’으로 불리며 K리그를 주름잡았던 김재성이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서 다시 돌아왔다.

10일 포항 스틸러스와 상주 상무의 하나 원큐 2019 K리그1 2라운드 경기가 열렸던 포항 스틸야드에 팬들에게 익숙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재성 해설위원이었다. 그는 축구 유니폼이 아닌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채 경기장에 나타났다. 이날은 김재성에게 매우 의미 있는 날이었다. 자신이 몸 담았던 포항에서 해설위원으로 데뷔를 하게 된 것이다.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익숙했던 팬들에겐 매우 어색했다.

경기 후 그가 남긴 첫 마디 “해설 정말 어렵네요”

경기가 끝난 후 김재성 해설위원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의 인생 첫 해설은 어땠을까. 김재성은 “해설 정말 어렵다. 예전에는 그냥 나의 플레이에만 집중적으로 생각을 했을 뿐이지 전체적으로 축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실 모르고 있었던 적이 많았다”면서 “그래도 현장에서 축구를 많이 보다 보니까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재성은 해설을 두고 “축구를 말로 표현해 보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언급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왔기에 축구에 대해서는 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전문적인 것을 말로 풀어서 설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이 해설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재성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축구를 같이 한 사람과 얘기했을 때는 편하다. 그런데 이것을 시청자들에게 들었을 때 이해가 가게끔 설명을 해야 하는데 단어를 선택하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 끝맺음을 해야 하는 것 등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는 김재성은 “정말 어렵긴 하다”고 웃었다.

팬들을 위한 해설을 하고 싶다는 김재성은 “깊은 해설을 하고 싶다. 시청자들을 웃기고 하는 것보다 진지하게 때로는 무겁게 해설을 하고 싶다. 왜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 축구가 어려운 건지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축구선수로 뛰면서 쌓아온 지식들을 가지고 팬들로 하여금 축구에 대해 좀 더 깊이를 알고 볼 수 있게끔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포항 팬들은 김재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실 해설하기 전에 눈물을 흘렸다”

포항은 김재성에게 정말 각별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곳에서 포항과 함께 2008 FA컵 우승, 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극적인 2013 K리그 우승 등을 일궈냈다. 이러한 활약을 발판삼아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돼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행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해설위원으로 포항에 다시 돌아온 김재성은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사실 해설하기 전에 눈물을 흘렸다”는 김재성은 “무슨 감정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갑자기 은퇴한 것이 아니라 은퇴를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안 생길 줄 알았다. 그런데 구단에서 내가 선수생활 했을 때 영상을 편집해 내보냈는데 그 영상을 보니 울컥하면서 감정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김재성은 포항을 떠나 서울 이랜드, 제주 유나이티드, 전남 드래곤즈 등을 거쳐 해외의 호주와 태국 무대에 뛰면서도 포항을 잊지 못했다. 그는 “포항은 내가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끔 기회를 준 팀이다. 포항이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사실 축구선수 김재성은 또 다른 사람이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은퇴를 한 뒤에도 그의 가슴 속에 포항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팀을 떠나고 나서도 계속 이 팀을 주시하고 응원하고 있는 이유가 그런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포항 팬들은 김재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제는 지단보다 과르디올라

‘영일만 지단’은 김재성이 선수 시절을 하면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워낙 지네딘 지단을 좋아했던 그는 그 누구보다도 지단의 플레이를 많이 보면서 노력했다. 김재성은 “지역 특성상 영일만이 포항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 팬 분들이 그렇게 불러주신 것에 대해 굉장히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별명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젠 은퇴를 했기에 롤 모델이 약간 바뀌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좋아한다”는 김재성은 “이제 지도자를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나는 지략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과르디올라의 축구는 많은 팬들에게 익숙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김재성 역시 그러한 과르디올라의 모습을 닮고 싶었다. 그는 “원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그 선수들을 믿으면서 그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게끔 만들어주고 싶다. 다만 큰 틀을 내가 가지고 가면서 축구를 해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선수시절 김재성은 클럽이든 대표팀이든 자신이 뛰는 그 어떤 곳에서 ‘언성 히어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에 보탬이 됐다. 이제는 해설위원으로 자신의 축구 인생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목표는 지도자였다. 김재성의 눈은 인터뷰 하는 내내 반짝였다. 마치 선수시절 그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자신 앞에 놓인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훗날 그를 좋은 해설위원과 좋은 지도자로 성장시키지 않을까.

emrechan1@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