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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천=홍인택 기자] 후반전 정규시간 종료를 1분 앞둔 부천종합운동장. 팬들의 함성이 커지더니 이윽고 "아…"하는 탄식 소리로 바뀌었다. 그래도 휘슬이 세 번 불리고 나서 팬들은 다시 환호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10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하나원큐 K리그2 2019 2라운드에서 부천FC1995와 FC안양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경기에서는 부천의 임동혁이 전반 40분 큰 키와 힘을 이용해 세트피스에서 헤딩골을 성공하면서 부천이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후반전 들어 안양은 동점골을 기록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부천 수비의 틈을 노렸지만 쉽지 않았다. 크로스는 임동혁과 이인규에게 모두 막혔고 그마저도 아니면 최철원이 공중볼을 처리하면서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허리에서 안양의 패스가 끊기면 곧바로 부천의 역습이 펼쳐졌다.

안양은 거구의 유종현을 투입하며 공중볼 다툼을 노렸다. 후반 44분 안양에 세트피스 기회가 왔다. 전반전 임동혁이 골을 넣었던 그 위치였다. 안양은 정규시간 종료 직전 거의 모든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했다. 휘슬이 울리며 코너킥이 올라온 순간, 부천은 수비에 성공하며 공을 걷어냈다.

하프라인을 넘지 않은 상황에서 안양 골키퍼 양동원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선수는 부천의 수비수 감한솔이었다. 감한솔은 공을 받자마자 전방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양옆에는 감한솔의 공격을 돕기 위해 다른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기회는 누가 봐도 감한솔의 추가골 기회였다. 감한솔이 박스 근처까지 오자 양동원은 빠르게 각도를 좁히며 나왔다. 감한솔은 양동원이 나오는 것을 보고 빈 골문을 향해 슈팅했다.

그러나 최종 득점 결과가 2-0이 되지 않은 것처럼, 그의 슈팅은 골문을 빗나갔다. 그전까지 감한솔의 추가골을 뜨겁게 응원하던 부천 팬들의 입에서 탄식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부천은 끝까지 점수를 지키며 안양에 1-0 승리를 거뒀다. 찰나의 탄식은 결국 기쁨의 환호로 바뀌어 홈 개막전 2연승을 즐겼다.

감한솔은 이번 시즌 서울이랜드에서 부천으로 이적했다. 서울이랜드에서 측면 수비와 중앙 수비를 오갔던 감한솔에게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는 이번이 '인생' 처음이었다. 감한솔은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장면이었다"라며 "수비수 출신이고 인생 처음으로 골키퍼와 1 대 3으로 마주했다. 뒤에서 쫓아오는 선수 두 명이 있었는데 골대밖에 안 보이더라. 오늘 일기장에 써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감한솔은 어떤 내용을 일기장에 쓰게 될까. 작은 힌트를 요청하니 그는 "우리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만 여유를 가졌다면, 패스해서 더 좋게 득점하면서 승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나도 도움을 기록하게 된다. 그런데 여유를 갖지 못했다. 제 실수였던 거 같다. 많이 씁쓸한 내용의 일기가 될 거 같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감한솔은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는 듯, 그리고 만약 자신이 패스했으면 득점과 함께 도움을 기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듯 '도움'이라는 말을 썼다. 그는 "골 욕심은 나지 않는다. 일단 수비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부천은 수비를 안정적으로 하고 빠른 공수전환을 노린다. 이런 게 제 색에 맞는 것 같다"라면서 "오늘 같은 기회가 오면 더 여유를 갖고 수비로서 도움을 주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팀은 원팀으로 하는 플레이를 한다. 나는 수비로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공격으로 나갈 수 있을 땐 공격 포인트도 생각 중이다. 수비에 집중하고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라며 이적생으로서의 각오를 함께 전했다.

감한솔은 믹스드존 인터뷰 이후 팬들의 사인 요청에도 성실하게 응하며 새로운 팀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수 감한솔이 일대일 기회를 놓쳤다고 그를 질책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개막 후 2연승을 즐기는 팬들과 팬들에게 더 살갑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감한솔이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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