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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명재영]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 수원삼성의 앞길이 험난하다.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2라운드 수원삼성과 전북현대 경기가 열렸다. 홈팀 수원은 경기 내내 전북에 끌려다니며 19,164명의 관중 앞에서 0-4 대패를 당했다. 라이벌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일방적인 경기 내용이었다.

불안감은 경기 시작 전 선발 라인업이 발표됐을 때부터 감지됐다. 4명의 수비수 중 왼쪽 풀백 홍철을 제외한 3명(김민호, 고명석, 김태환)이 이번 겨울 팀에 합류한 새 얼굴이었다. 세 선수의 K리그1 출전 경력은 다 합쳐 지난주 울산전에 출전한 김태환의 1경기가 전부였다. 상대 전북이 주전 자원을 대거 제외하고 로테이션을 가동했다지만 대신 나온 자원마저 국가대표급인 것을 고려하면 수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전북 로페즈의 선제골이 터지자 수원의 어린 수비진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더군다나 사령탑 이임생 감독이 높은 수비 라인을 기반으로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 경기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참사는 벌어졌다. 수원은 전북에 어떠한 위협도 주지 못했다. "상대 자체가 안 된다"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떠오르는 수준이었다.

감독 교체와 전력 약화 그리고 우승 후보들과의 2연전까지 수원의 시즌 초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건 누구나 떠올렸다. 그러나 홈 개막전에서 이 정도의 차이로 벌어질 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첫 경기였던 울산전에서는 그나마 희망을 볼 수 있었지만 이날 경기는 상위권 팀이 약체를 손쉽게 요리하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수원 팬들의 아픔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날 경기의 결과가 이임생 감독의 생각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신인 자원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고 팀의 상황을 고려할 때 틀린 판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수원은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팬을 떠나보냈다. 그런데도 이날 경기장에는 작년 평균관중(6,709명)의 3배에 가까운 2만여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겨우내 이 경기만을 기다린 수원 팬들은 악몽의 귀갓길이 됐다. 수원은 이들을 경기장에 다시 불러낼 수 있을까. 전통 명가의 부활과 같은 거창한 목표는 이제 현실에서 벗어난 영역이다. 지금 수원은 다음 주 일요일에 펼쳐질 성남전이 고비다. 다음 경기마저 잡지 못한다면 수원은 상상보다도 더 험난한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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