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김민재의 ‘중국화’에 관한 변명과 걱정

김민재 베이징
김민재가 전주성에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적으로 등장한다는 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요즘 김민재 만큼 욕을 먹는 선수도 없다. 사실 그가 거액을 받고 중국으로 이적하면서 “발전을 위한 도전을 택했다”고 한 말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선수 생활이 길지 않은 특성상 그가 더 좋은 조건의 팀으로 이적한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아마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도전’을 이야기한 점은 솔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국 축구를 책임질 수비의 희망이었던 김민재가 중국 진출 이후 비난 받는 건 그의 선택에 실망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민재의 ‘중국화’는 벌써 시작됐나?
어제(6일) 전북현대와 베이징궈안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경기가 열렸다. 너무나도 잔인한 경기였다. 김민재가 전주성에서 상대팀으로 등장해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그라운드에는 22명이 뛰어다녔지만 유독 김민재만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그가 베이징궈안 팬들에게 인사하고 혼자 고개를 숙이고 뚜벅뚜벅 걸어가 전북팬들에게 인사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은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김민재는 이날 실수를 연발했다. 특히나 두 번째 골을 내주는 장면에서는 무리한 드리블 돌파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세 번째 실점 상황에서도 김민재는 김신욱을 막지 못했다. 베이징궈안의 1-3 패배와 관련해 김민재에게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건 사실이다. 평소 그런 모습을 자주 본 적은 없는데 이날 김민재는 실점 상황 때마다 답답한 듯 동료(?)들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벌써부터 중국에 진출하며 실력이 확 줄어드는 ‘중국화’가 시작됐다는 평가, 아니 조롱도 시작됐다.

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이제 팀에 합류한지 갓 한 달밖에 안 된 선수가 ‘중국화’가 진행됐다면 얼마나 진행됐겠는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제 그는 팀을 옮겨 딱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나는 ‘중국화’라는 게 안타깝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건 수 개월이나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고 본다. 중국 프로팀 유니폼으로만 갈아입으면 멀쩡하던 사람도 껄렁껄렁하게 만든다는 예비군복을 입은 것처럼 사람이 한 순간에 변하지는 않는다.

김민재 전북
김민재는 녹색 유니폼이 아직까지도 더 잘 어울린다. ⓒ프로축구연맹

김민재에 관한 변명, 그리고 걱정
이날 하이라이트만 본다면 김민재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1차원적인 생각이다. 사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이날 베이징궈안에서 수비 다운 수비를 한 건 김민재 뿐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전혀 수비 가담을 하지 않았고 다른 수비수들도 커버 플레이가 전혀 되지 않았다. 김민재가 공을 끌다가 빼앗겼다고 치자. 그런데 이 순간 팀 동료 헤나투는 어슬렁거리며 커버 플레이도 하지 않았다. 어디 헤나투 뿐인가. 이날 수비진에서 그래도 수비수의 기본적인 커버 플레이를 해준 건 김민재 정도가 다였다.

실점 장면만을 놓고 김민재가 마치 하루 아침에 팀을 말아먹는 수비수라고 폄하하는 건 곤란하다. 조직적으로 싸우지 못한 베이징궈안에서 김민재 자리에 세계적인 수비수를 데려다 놓아도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물론 전적으로 김민재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수비수가 드리블 돌파를 하다가 공을 빼앗긴 뒤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과 헤딩 경합에서 져 골을 내줬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만 그 외의 장면에서 김민재가 팀을 위해 보여준 눈에 보이지 않는 커버플레이나 헌신도 반드시 생각해야 하고 팀 동료들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싸우지 않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걱정인 건 김민재가 이 팀에서 뛰며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것이다. 김민재는 원래 공격적인 수비수였다. 종종 수비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드리블 돌파를 하다 찔러 넣어주는 패스는 김민재의 장기였다. 그래도 부담이 없던 건 전북에서 이런 플레이를 하다 실수를 해도 후방에서 듬직하게 막아주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민재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그 뒤를 막아주는 교과서적인 전술이 전북에는 있었다. 홍정호나 최보경 등이 김민재가 사고를 쳐도 잘 보완해 주니 김민재에게는 실수에 대한 부담이 적었고 이는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나타났다.

김민재 베이징
김민재는 이제 답답해도 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프로축구연맹

그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하지만 베이징궈안은 다르다. 실점 장면에서 본 것처럼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가 끊기면 곧바로 실점 위기를 맞는다. 베이징에는 북경오리도 있고 천안문도 있고 미세먼지도 있지만 홍정호와 최보경은 없다. ‘중국화’라는 건 사실 이런 거다. 팀이 조직적으로 플레이하기 보다는 몇몇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다보니 혼자만 희생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멘탈이 흔들리고 경기 출전 시간도 들쑥날쑥해지고 그러다 대표팀에 왔을 때 적응하지 못하면서 부진하면 우리는 그걸 ‘중국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한 경기로 벌써부터 김민재를 ‘중국화’ 운운할 정도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나는 김민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가 진짜 도전을 하길 바랐다. 어차피 성공이 보장돼 있던 선수인데 돈이야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벌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김민재가 아니니 이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을 뿐 당사자였다면 중국행 제안에 많이 흔들렸을 것이다. 최근 온갖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된 그를 보며 그만큼 많은 이들이 기대를 했던 선수라는 걸 확 느낄 수 있었다. 기대를 했으니 그가 중국행을 선택했을 때 그만큼 많은 비난과 조롱이 따라오는 것 아닐까. 내가 우리 <스포츠니어스>를 이끌고 중국에 진출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관심도 가져주지 않는다. 김민재는 자신에게 기대하는 사람이 많고 당연히 이런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의 중국행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기량과 잠재력까지도 깎아내리는 건 곤란하다. 마치 이 한 경기로 그를 폐급 선수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어제 경기를 보며 김민재의 눈물이 참 안쓰러웠다. 어떤 생각이 스쳤을까. ‘아 중국 괜히 왔네’라고 생각했을까. 아닐 것이다. 실망스러운 중국행 때문에 전국적인 비난을 받던 이가 안방으로 돌아와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확인하고는 울컥했을 것이다. 돈을 벌겠다고 혈혈단신 서울로 떠나 고생하던 큰아들이 명절 때 고향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손수 차려주신 밥상을 받는다면 그게 아마도 김민재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김민재의 이번 경기가 실망스러웠던 건 사실이고 그의 중국행이 아쉬운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 선수가 중국에까지 가 외롭게 싸우고 멘탈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이왕 갔으니 잘 이겨내고 잘했으면 좋겠다. 그의 눈물을 보니 마음이 짠해진다. 그에게 ‘기모찌’한 날들이 펼쳐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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