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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데뷔전을 마친 허용준은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에서 뭘 했을까.

허용준은 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인천유나이티드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개막전에 선발 출장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남드래곤즈에서 인천으로 이적한 그는 아직은 어색한 인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허용준은 후반 26분 김보섭과 교체되기 전까지 왼쪽 측면을 부지런히 공략했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첫 경기 치고는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인천은 제주 이창민에게 전반 35분 한 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들어 무고사의 페널티킥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유소년 시절부터 무려 10년 간 전남에 속했던 그는 지난 시즌 전남의 뼈아픈 강등을 막지 못했고 결국 K리그1에서 또 다른 기회를 잡기 위해 인천으로 이적해야 했다. 경기 후 라커로 돌아온 허용준은 휴대전화를 켰다. 애타게 기다리는 연락이 있었을까. 아니다. 그는 같은 시간 열린 전남의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K리그2로 강등된 전남은 오후 한 시 아산무궁화를 상대로 홈 개막전을 치렀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인천-제주전이 끝났을 때는 이미 경기 결과가 나온 뒤였다. 이제 인천 선수가 됐지만 허용준에게 전남은 여전한 마음의 고향이다. 그런데 그는 전남-아산전 결과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전남이 아산에 0-3 대패를 당한 것이었다. 그래도 K리그2에서는 상위권으로 평가받던 전남은 개막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경기 후 만난 허용준은 전남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우리 경기에만 집중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전남의 결과가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곧바로 전남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면서 “대패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타깝다. 이제 첫 경기가 끝났기 때문에 남은 경기는 잘해서 승격하길 응원하겠다”고 친정팀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인천 선수다. 인천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변했다. 그는 “인천에는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다”면서 “공격에서도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는 말이 없어도 들어갈 때부터 발이 잘 맞았다.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첫 경기를 치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무고사하고 잘 맞았다”며 “(박)세직이 형하고는 훈련할 때 발을 많이 맞춰보지는 못했지만 워낙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해 호흡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전남 시절과 현재를 비교했다. 허용준은 “전남에서는 내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욕심을 부리면서 슈팅을 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인천은 무고사를 비롯해, 하마드와 (남)준재 형 등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 나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기력이라면 다음 주 경남과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마무리 능력을 키워 다음 경기는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허용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시즌 맹활약하며 국가대표로 월드컵까지 밟았던 문선민이 전북으로 떠나면서 본의 아니게 대체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허용준은 “부담은 전혀 없다”면서 “나는 내 역할이 있다. 내 역할을 충실히 하다보면 그 선수보다도 높은 위치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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