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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 중구=김현회 기자] 시상식장이 숙연해졌다. 故이민혜의 영상이 흘러 나오자 시상식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관계자들은 영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25일 서울 중구 소재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 2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에서 병마와 싸운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난 사이클 국가대표 故이민혜는 이날 특별상을 수상했다.

故이민혜의 가족들이 대신 무대에 올라 대리 수상했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상을 건네자 김학범 U-23 축구대표팀 감독과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가 등장해 꽃다발을 건넸다. 故이민혜의 어머니는 소감을 이어가지 못할 만큼 펑펑 울기 시작했다. 故이민혜의 언니 이혜진 씨가 대신 수상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혜진 씨는 “민혜는 초등학교 6학년 대 사이클을 스스로 선택했고 20년 동안 꼬박 사이클을 탔다”면서 “경쟁해야 하는 운동선수가 자기만의 싸움을 해왔다. 평소에도 얼마나 고되고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지 봐 왔다. 스스로 다독이고 다독였는지 처음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당당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야 몸이 힘든 이유를 알았다’면서 ‘이 병만 이겨내면 다시 달릴 수 있다’고 했다. 누구보다 사이클을 사랑했고 열정적이었다”며 “다시 한 번 신나게 달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버텼다”고 말했다. 이혜진 씨는 울먹이며 “민혜는 투병 중에 잘 몰랐지만 처음부터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너무나 멋지게 이겨내줬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국가대표의 몸과 마음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고 고인의 힘겨웠던 투병기를 전했다.

이혜진 씨는 “오늘 주신 이 상을 민혜 옆에 잘 놓아두겠다”면서 “민혜가 사이클을 탈 때도, 투병을 할 때도 그 모든 날을 함께 응원해주시고 아껴주셨던 점 감사드린다. 이제는 하늘로 레이스를 떠났지만 그 자리를 함께 해주시고 꽃길을 깔아주시고 애도해주시고 배웅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시상자로 나선 홍명보 전무에게도 특별한 시상이었다. 홍명보 전무는 “이민혜의 투병 소식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로 접하게 됐다”면서 “알고 보니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2014 런던올림픽까지 나와 같은 현장에 있었다. 비록 개인적으로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선수촌에서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라고 입을 뗐다. 홍명보 전무가 시상자로 나서 소감을 전하는 동안 고인의 가족들은 바로 옆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홍명보 전무는 “이민혜를 위해 축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직접 방문해서 쾌유를 빌었으면 좋겠다고 제의했다”며 “김학범 감독님도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선수들이 병문안을 갈 수 있었다. 그 후 한달여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혜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추발 금메달, 포인트레이스 은메달, 도로독주 동메달을 획득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도로독주 금메달과 개인추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추발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1년 사이클대상 최우수상, 2016년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상하며 국위선양의 공로를 인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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