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없을 때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난 시즌 수원의 바그닝요가 그랬다.

수원에서 데뷔 시즌을 맞았던 바그닝요는 매 경기 완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할 때마다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쌓았고 시간이 지나 새로운 팀에 적응하면서 경기력도 점점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바그닝요는 어느 경기에서건 늘 최선을 다했다. 부지런히 상대 선수를 압박했고 골을 넣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매 경기 이기겠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드러냈던 선수였다. 그래서 여름에 있었던 강원전에서의 큰 부상 이후 수원도 덩달아 극심한 부진에 빠지는 동안 바그닝요의 빈 자리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너무 이르게 수원에서의 데뷔 시즌을 마친 바그닝요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큰 부상으로 인해 아쉬움이나 상처가 남아있을 법도 한데 오랜만에 만난 바그닝요의 모습은 유쾌함 그 자체였다. 수원은 2019 시즌을 위해 1차 전지훈련 일정을 남해에서 잡았다. 잠시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이어갈 채비를 하던 바그닝요는 차분하게 자신의 상황과 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새 시즌을 위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자 노력 중이다. 현재 몸 상태는 8~90% 정도라고 얘기하고 싶다. 다행히 힘든 시기는 지났다. 수술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는데 이제 부상 부위에 통증은 없다. 경기 감각만 올라오면 충분히 100%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큰 부상이었기 때문에 복귀까지 어려움도 있었을 거 같다.

큰 부상이었던 건 사실이다. 영상으로 내 부상 장면을 다시 봤을 때도 ‘굉장히 오래 걸리겠다’는 직감이 왔다. 하지만 부상에 불안해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복귀 시기를 앞당겨보자는 목표를 가졌다. 이후 자기관리와 훈련에 최선을 다했더니 회복 속도도 빨라져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그동안 팬분들도 많이 걱정해주셨다.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부상 이후에도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간 적이 있는데 어떤 날에는 화면에 내 얼굴이 잡히더라. 그때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주는 걸 보고 많이 감동했다. 부상 직후 있었던 상주 원정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팬들이 내 쾌유를 바라는 응원 문구를 들어주시더라. 부상 기간 내내 수원 팬들의 함성과 응원, 기도를 생각하며 어떻게든 버텨냈다. 팬들이 감동을 줬기에 나 역시 그들을 위해 운동장에 복귀했다.

ⓒ SPOTV 중계화면 캡처

이번 시즌은 새로운 코치진과 출발하게 되는데 어떤 느낌을 받나?

나는 매우 좋다고 느낀다. 이임생 감독을 비롯해 새로워진 코치진까지 훈련에 편하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줘서 좋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코치진 간의 소통이 많아졌다. 분위기가 좋아 나도 더 빨리 100%의 몸 상태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한다.

이번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많은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무엇보다 데얀과 빨리 골 뒤풀이를 맞춰보고 싶다.

바그닝요 선수를 보면 이색적인 골 뒤풀이가 먼저 떠오르는데 데얀 선수는 잘 동참해주는 편인가?

사실 내가 주문한 대로 대부분의 동료 선수들이 골 뒤풀이에 참여해준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따라 해주는 속도가 제일 빠르다. 눈치를 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데얀도 마찬가지다. 나는 데얀을 수원의 아이돌이라 여기는데 데얀은 내 골 뒤풀이를 정말 잘 따라해 준다. 새 시즌 목표를 데얀과의 골 뒤풀이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쑥스러워하거나 머뭇거리는 선수도 있을 거 같다.

간혹 있다. 염기훈이 그렇다. 그래도 최대한 내 몸에 맞춰 골 뒤풀이에 동참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이는데 자주 그러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 염기훈은 아마 주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익살스러운 골 뒤풀이를 부끄러워하는 거 같다.

근데 수원 경기를 보면 염기훈 선수도 동작을 상당히 자주 취한다. 코너킥 차러 갈 때 홈 팬들의 응원을 돋구는 날갯짓은 이미 빅버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듣고 보니 그렇다. 주장으로서 자신만의 골 뒤풀이나 동작을 취하는 방법이 있나 보다. 내가 제안하는 골 뒤풀이는 쑥스러워하지만 주장으로서 동작을 보여줘야 할 때는 자신만의 생각이나 방법대로 나서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다.

‘골 뒤풀이의 도서관’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거 같은데 평소에 골 뒤풀이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평소에 골 뒤풀이에 신경을 많이 쓰긴 한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골을 넣는 순간이다. 난 골이 중요한 만큼 뒤풀이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인다. 경기 전에 호텔 방에서 ‘쌈바’나 ‘빠고지’ 같은 음악을 많이 듣는데 그럴 때마다 영감을 얻게 되는 거 같다

ⓒ SPOTV 중계화면 캡처

골 뒤풀이도 동료들끼리 영향을 주고받는데 언어 사용도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거 같다.

그렇다. 동료들 덕분에 일부 한글 표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위에 있는 선수들이 많이 가르쳐준다.

과거 장호익 선수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구수한(?) 한국식 욕을 한국 사람보다 더 잘 쓰는 게 화제가 됐다. 혹시 기억하나?

모르겠…ㄷ. 미, 미안하다. 사실 다 기억하고 있다.

어디서 배운 건가?

사실 수원에서 배운 건 아니다. 한국말은 보통 부천 시절 선수들과 팀 닥터에게 배웠는데 그 말은 팀 닥터들이 알려줬다.

팀 닥터가 욕을 가르쳐준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보통 한 나라에 직접 가서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땐 누구나 욕부터 먼저 배우지 않나. 어느 날 내가 마사지를 받으러 가니 그때 있던 팀 닥터들이 단어를 알려주고 나에게 따라 해보라고 시켰다. 나는 뭔지도 모르고 말하는 대로 정직하게 따라 외쳤다. 그 후로 이 표현이 입에 잘 붙어 여기저기 쓰고 다녔는데 나중이 되어서야 그 뜻을 알았다. 처음 배울 땐 정말 뭔지도 모르고 배웠다. 나는 결백하다.

믿어드리겠다. 바그닝요 선수에게 이번 시즌은 특히 감회가 새로울 거 같다.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 목표는 우승이다. 수원에 우승컵을 가져오고 싶다. 내가 속해있고 나에게 감동을 준 수원을 K리그1의 윗자리에 올려놓고 싶다. 그리고 득점왕도 하고 싶다. 골을 많이 넣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려면 꿈도 크게 가져야 하지 않겠나. 많은 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르고 팀에 더 도움이 되고 싶다.

큰 부상에서 돌아온 바그닝요에게 복귀 시즌에 대한 부담이나 조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새 시즌을 긍정적으로 내다봤고 과거의 상처가 아닌 미래의 목표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췄다. 이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끼도 여전했다.

부상 기간 바그닝요는 자신을 끝까지 응원하고 생각해준 수원 팬들에게 많이 감동했다고 한다. 그는 팬들에게 마음의 빚을 진 것처럼 받은 응원과 사랑에 연이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바그닝요의 이른 이탈은 지난 시즌 수원에게 많은 아쉬움을 안겼다. 아쉬웠던 만큼 새 시즌에 이를 만회할 만한 환상적인 활약을 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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