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변 토한 서울이랜드 마스다, “축구선수라면 늘 우승 꿈꿔야”

ⓒ 서울이랜드 제공


[스포츠니어스|부산=조성룡 기자] 2019 시즌을 앞두고 서울이랜드는 ‘폭풍 영입’ 중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던 서울이랜드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영입 면면만 봐도 의지가 느껴진다. 비록 조재완과 최오백 등 지난 시즌에서 버팀목이 됐던 선수들이 떠났지만 그에 못지 않은 영입으로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는 더욱 확실한 자원들로 꾸렸다. K리그 경험이 있는 두아르테와 알렉스를 데려오더니 일본인 선수 마스다까지 영입했다.

마스다를 데려왔다는 것은 서울이랜드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마스다는 2004년 가시마앤틀러스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가시마의 J리그 3연패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이후 2013년에는 울산현대에 입단, K리그를 경험했다. 과거 국가대표에도 승선한 경험이 있다. 많은 한국 팬들이 “일본 선수는 K리그에 맞지 않다”라고 했지만 마스다는 이러한 편견을 말끔히 깨주기도 했다.

그런 마스다가 서울이랜드에 왔다. 비록 만 33세로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마스다가 K리그에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하필이면 지난 시즌 대한민국 프로축구 팀 중 제일 성적이 좋지 않은 서울이랜드에 왔다는 것은 어찌보면 놀랍기도 하다. 도대체 그는 왜 돌아왔을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서울이랜드였을까. <스포츠니어스>가 부산에서 마스다와 이야기를 나눴다.

추위 많이 타는 마스다가 서울이랜드를 택한 이유
마스다는 컨디션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이유를 묻자 중원을 호령하던 호랑이 축구단 출신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은 답이 날아왔다. “춥다. 진짜 춥다. 추운 것 빼고는 다 좋다.” 서울이랜드의 전지훈련장은 부산이었다. 서울보다 훨씬 남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다는 연신 춥다고 했다. 추운 것이 노쇠화로 인한 현상일까? 마스다는 답했다. “내가 미야자키 출신이다. 여기보다 훨씬 남쪽이다. 한국 추위는 쉽게 적응이 안된다. 젊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얘기를 듣자 더욱 더 마스다의 서울행이 이해가지 않았다. 부산에서도 추위에 떠는 마스다다. 그런데 서울에서 뛴다는 선택을 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지 않았다. 물론 서울이랜드가 올 시즌에는 천안에서 몇 경기를 한다지만 그래도 부산보다는 추울 것이다. 그에게는 과거 K리그 첫 구단인 울산 또한 춥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는 도대체 왜 서울이랜드를 택했을까?

조심스럽게 그에게 “당신이 서울이랜드로 이적하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마스다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내가 서울이랜드에 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에게 “과거 울산에서 활약한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에이, 내가 그렇게 잘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 참 이상하네. 그런데 그렇게 기억해주시니 참 기쁘다.”

마스다는 빠르게 팀에 적응 중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본격적으로 서울이랜드를 택한 이유를 물었다. “몇 개의 구단에서 제의가 왔다. 그 중에는 서울이랜드도 있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위험한 모험을 거는 것보다 알고 있는 곳에서 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K리그는 내가 뛰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을 잘 알고 적응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이적 제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약간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물었다. “당신이 뛰던 울산현대는 K리그1에서도 최상위권 팀이었지만 냉정하게 서울이랜드는 2부리그의 최하위 팀이었다. 전혀 다른 팀 아닌가?” 이 질문을 받자 마스다는 살짝 당황한 듯 웃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울산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FA컵에서 서울이랜드와 붙은 기억이 있었다. 그 때 서울이랜드에 대한 강한 인상이 남아있다. 2부리그 팀이지만 1부리그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경험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울이랜드가 그리 생소하지 않다는 점도 선택의 기준이 됐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도 견디기 힘든 기억 한 조각
앞서 소개한 것처럼 마스다는 가시마의 영광을 함께 했던 선수다. 2004년 가시마에 입단 이후 영광과 몰락을 모두 경험했다. 2000년대 중반 침체됐던 팀은 개혁을 단행하면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J리그 3연패를 차지하며 무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1 시즌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2012 시즌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마스다는 2012년 이후 울산으로 이적했다.

마스다에게 가시마의 이야기를 물었다. 그 때의 영광을 추억하는 순간을 엿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스다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가시마? 정말 잘했던 팀이다. 하지만 가시마가 잘했기 때문에 서울이랜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뜬금 없는 이야기였다. 가시마는 지난 2018 시즌 무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 아닌가. 그에게 무슨 뜻인지 물었다.

“나는 가시마의 역사를 꽤 오래 본 사람이다. 가시마가 항상 잘했다고 생각하는가? 전혀 아니다. 먼 과거 창단했을 당시에는 1부리그와 2부리그를 전전하는 약체였다. 물론 과거의 영광도 있었지만 2002년 이후 강팀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이 때 내가 가시마에 입단했다. 이후 가시마는 뼈를 깎는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니 팀 성적이 살아나고 나름대로 명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서울이랜드도 지금 많은 것을 노력하고 있다. 충분히 가시마처럼 할 수 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마스다의 눈빛은 진지했다. 일본인은 예의가 바르다고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는 마스다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는 재차 말했다. “나는 서울이랜드와 함께 우승을 하고 싶어서 왔다. 가시마에서 우승을 한 이후로 우승컵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서울이랜드는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고 그렇게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확실히 마스다의 눈빛은 신인과 달랐다. 진중했고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순간적으로 ‘정말 서울이랜드가 우승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굳은 심지는 약 1분 만에 흔들리고 말았다. FC서울과의 서울 더비,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 이야기가 나와버렸기 때문. 그는 갑자기 머리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했다. “이 얘기를 왜 하나. 내 축구 인생에서 2013년은 아직도 괴롭다. 잊을 수가 없다…”

“서울이랜드가 우승을 노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서울이랜드는 마스다에게 꽤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벌써부터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마스다의 투입 유무가 경기력의 차이를 확연히 만든다”라는 탄성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마스다에게 그라운드 안에서의 역할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마스다는 어느덧 서른 중반의 노장이다. 그리고 경험도 풍부하다. 그는 어찌보면 득점을 책임지는 알렉스, 두아르테보다 더욱 중요한 외국인 에이스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마스다는 계속해서 ‘우승’을 강조했다. 좋은 경기력도 승격 플레이오프도 아닌 우승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팀의 신입 선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이야. 하지만 마스다의 생각은 확고했다. “적어도 축구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우승을 노리고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도 우승을 노리지 않는다는 것은 프로의 자격이 없다.”

“우리는 축구만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축구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번다. 이는 수많은 팬들이 응원을 보내주고 있고 스폰서들이 우리에게 후원금을 주기 때문이다. 팬들이 응원하고 스폰서들이 돈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이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안겨주는 것은 우승이다. 축구선수라면 팬과 스폰서에게 가장 큰 기쁨을 안겨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승을 해야한다.”

마스다는 열변을 토했다. 자신의 축구 철학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우승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그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다. 공감한다”라고 한 마디를 건네자 마스다는 다시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사실 내가 말을 잘 못한다. 당신이 좀 잘 정리해달라.” 그는 질문을 받으면 깊이 생각한 다음 꽤 많은 말을 했다. 신중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말마저 아끼는 사람은 아니었다.

“은퇴? 서울이랜드 우승 시키고 다시 생각해보겠다”
이제 마스다는 다시 한 번 한국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 높은 곳에서 자신의 위치를 수성해야 하는 울산 시절과 달리 서울이랜드는 가장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것이 더 힘든지는 논하기 어렵지만 올 시즌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마스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힘들지만 힘든 만큼 이것을 이겨내면 달콤한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마스다는 오직 서울 이랜드의 우승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를 물어보니 “그런 거 없고 서울이랜드 우승”이란다. 이제 나이도 나이인 만큼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마스다다. 하지만 은퇴 후 계획 또한 “서울이랜드를 우승 시킨 다음에 생각해보겠다”라는 우문현답이 날아왔다. 마스다의 열정이 서울이랜드 선수단에 전염 된다면 올해 서울이랜드는 큰 사고를 쳐볼 수 있지 않을까. 정말로 우승도 하는.

ⓒ 서울이랜드 제공

화제를 돌리기 위해 마스다의 친정팀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마스다는 가시마에 대한 애정이 있는 선수일 것이다. “은퇴는 나중에 생각해도 가시마에서 마무리 하고 싶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마스다는 살짝 아련한 눈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던졌다. “글쎄… 가시마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한다면 영광이겠지. 하지만 내 나이와 실력을 생각한다면 가시마에서 마무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마지막으로 그에게 “서울이랜드와 가시마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붙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겠다”라는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미소를 짓더니 “그래서 서울이랜드가 빨리 올라가야 한다”라고 화답했다. 마스다는 계속해서 춥다고 했지만 서울이랜드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스포츠니어스>는 선수들을 인터뷰할 때 축구 뿐 아니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물어본다. 이날도 마스다에게 최근 한국에서 유튜버 활동을 하고 있는 시마켄 ‘형님’ 이야기를 비롯해 수많은 엉뚱한(?) 질문을 준비해 갔다. 하지만 마스다에게 오히려 프로축구의 본질을 깨우치고 왔다. 물론 서울이랜드 대신 열심히 ‘서울이란-도’라고 하는 모습이 낯설었지만 그는 서울이랜드의 에이스라는 자신의 책임감을 벌써 알고 있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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