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E 김현수 “FC서울, 내려오지 말고 있어. 우리가 올라갈게”

서울이랜드 김현수
부산에서 직접 만난 김현수 감독은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울이랜드



[스포츠니어스 | 부산=김현회 기자] 지난 시즌 K리그2 꼴찌 구단의 전지훈련 현장을 찾았다. 훈련장 도착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초상집 같은 분위기에서 훈련이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였다. 서울이랜드의 2차 전지훈련지인 부산에 도착하니 이들은 밝은 얼굴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K리그2 꼴찌 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활발한 분위기였다.

올 시즌 서울이랜드는 변화가 많다. 신임 박공원 단장이 취임했고 마스다를 비롯해 알렉스, 두아르테 등 이미 K리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외국인 선수까지 영입했다. 김동섭과 김민균, 이경렬 등 수준급 국내 선수들도 서울이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에 K리그1에서도 탐내던 천안제일고 졸업생 고준영과 그의 학창시절 라이벌이었던 부평고 출신 김민서도 데려왔다.

그리고 수장 또한 바뀌었다. 서울이랜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2017년 팀 수석코치를 지낸 뒤 지난 해에는 스카우트로 일한 김현수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들이 지난 시즌 꼴찌 트라우마를 벗어나고 활발한 분위기에서 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변화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변화된 이 팀을 이끌어야 하는 김현수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를 직접 서울이랜드 전지훈련지인 부산에서 만났다.

서울이랜드 김현수
김현수 감독은 태국 전지훈련에서 체력을 강조했다. ⓒ프로축구연맹

반갑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태국으로 1차 전지훈련을 갔다가 귀국해 짧은 휴가 기간 동안 구정을 가족들과 보냈다. 이후 지난 6일 부산으로 와 2차 전지훈련 중이다. 선수들과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있나.
태국에서는 체력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소득을 얻었다. 사실 내가 체력적인 부분을 크게 중요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기존 팀에 있을 때도 체력 훈련을 많이 시키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K리그2를 2년 동안 코치와 스카우트로 경험해 보면서 체력적인 부분 확립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기본적인 체력이 갖춰져야만 상위팀과 붙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서울이랜드를 비롯한 하위권 팀들은 지난 시즌에도 후반부에 가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고 태국에서 체력 훈련을 많이 했다.

당신이 이전까지 체력적인 걸 강조하지 않았던 감독이었다는 건 의외다. 선수 시절을 생각하면 체력 좋은 파이터형 수비수 아니었나.
무슨 소린가. 나는 체력을 앞세운 파이터형 수비수가 아니라 영리한 수비수였다.

금시초문이다.
싸우거나 거친 스타일은 아니었다. 발이 느린 편인데 이걸 보완하기 위해 기술적인 수비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런가. 알았다. 그런데 선수 시절 당신을 모르는 어린 축구팬들도 있다. 본인 스스로 자기자랑을 할 시간을 주겠다. 선수 시절 ‘내가 이 정도였다’고 말한다면.
부끄럽지만 내가 K리그 역대 수비수 중에는 가장 많은 골을 넣었을 거다. 은퇴할 때까지 총 24골을 뽑아냈다. 한 시즌에 기본으로 한 골은 넣었고 많이 넣을 때는 4~5골도 넣어봤다.

대단하다. 지금껏 박희성(7골), 김현성(15골), 손정탁(11골), 에반드로(14골), 김현(19골), 배천석(8골), 고기구(20골) 등 역대 공격수보다도 골이 많다.
2002년 성남일화 시절에는 네 경기에서 세 골을 넣은 적도 있다. 그때 골 감각이 좋았는데 포항 원정에서 한 골 더 넣을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같은 팀 박충균이 내 슈팅을 자기가 막아버렸다. 연속골을 넣고 분위기가 좋았는데 박충균한테 막히고 나서 한 소리 했던 기억이 있다. 아니 들어가는 걸 왜 우리편 수비수가 막냐고.

그 시절 성남일화는 참 강했다.
2002년에 내가 네 골을 넣었는데 그 해에 우리가 우승을 했다. 스쿼드가 대단히 좋았다. 최근의 전북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은데 솔직히 말하면 당시 우리가 더 강했던 것 같다. 당시 성남일화는 한 시즌에 딱 두 번 지는 팀이었다. 물론 연봉으로 따지면 지금 전북이 더 낫고 전체적인 스쿼드도 전북이 더 좋다. 당시 성남일화는 지금 전북처럼 더블 스쿼드를 구축할 수준은 아니었고 한 16~17명 정도를 활용하는 팀이었다. 베스트11으로 격돌한다면 당시 우리 성남일화가 더 강했을 것이다.

서울이랜드 김현수
서울이랜드는 올 시즌 도약할 수 있을까. ⓒ프로축구연맹

서울이랜드 스카우트 자리를 거쳐 감독이 된 것도 이채롭다.
내가 2017년 한 시즌을 코치로 현장에서 있었고 그 이후 1년은 이 팀의 스카우트로 일했다. 2017년에 신인을 뽑을 때부터 김병수 감독과 선수 구성에 대해 고민했었다. ‘이 선수들이 2~3년쯤 지났을 때는 서울이랜드가 이런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준비도 했었다. 아마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구단에서는 외부 인사가 와 팀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는 그래도 팀을 내부적으로 잘 아는 지도자를 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으로 프로팀 감독을 맡았다. 가장 어려운 건 무엇인가.
쉬운 게 없다. 다 어렵다. 이제 성인팀에서 처음으로 감독을 맡았다. 무엇보다도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아파하는 선수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 그 선수들을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게끔 하는지가 프로팀에서는 가장 어려운 일이다.

당신은 현역 시절 줄곧 주전으로 활약해 후보 선수들의 마음을 잘 모를 것 같다.
내가 경기에 쭉 선발로만 나섰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에게도 사실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심정에 공감한다. 오늘 연습경기에서는 지금껏 태국 전지훈련 기간 동안 연습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이 선수들이 방황하지 않고 빨리 올라와줘야 팀이 건강해진다. 이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 쓸 계획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현역 시절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자신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내가 운동장에서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지도자가 선수들의 이 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거다. 만약 지도자에게 어필이 부족했다면 왜 그랬는지에 대해 늘 생각했다. 훈련을 더 강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남 탓보다는 내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늘 잊지 않아야 한다.

현역 시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K리그에는 요새 당신 또래 감독들이 많아졌다.
그렇다. 후배지만 나와 친한 고종수 감독, 김대의 감독도 K리그2에서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은 일본에 가 있는 윤정환 감독은 내 동갑내기 친구다. 광주FC 박진섭 감독도 비슷한 또래다. K리그에 있는 감독들은 다 같이 축구했던 세대들이다. 서울이랜드에서도 같이 있었던 김병수 감독은 지금도 응원의 전화를 자주 해준다. 고종수 감독하고도 통화를 종종 한다. 서로 응원을 보내는 사이다.

고종수 감독이 지난 해 11월 늦은 장가를 갔다. 결혼식까지 참석할 만큼 친한 사이인가.
물론이다.

축의금은 얼마나 했나.
기본만 했다. 많이 한다고 해서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서로 중요한 것 아닌가. 결혼 전에 고종수 감독에게서 전화가 몇 번 왔다. 힘들지만 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후배니까 참석은 해서 응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대 시절부터 인기가 많던 고종수 감독이 늦은 나이에 결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종수 감독은 젊을 때부터 주변에 늘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외로움을 덜 탔던 것 같다. 선수들이 대부분 일찍 결혼하지만 그 친구는 ‘빨리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본인도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알겠다. 이제 서울이랜드의 올 시즌 준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 선수 보강이 꽤 충실하게 이뤄졌다.
주위에서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 나도 구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영입됐는데 이제는 이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선수가 좋다고 해도 팀과 하나가 되지 못하면 팀이 개인에게 맞춰줄 수는 없다. 개인이 팀에 들어와줘야 강한 팀이 된다. 우리 선수들 중에는 절실한 선수들도 많고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도 많다. 나에게는 다 고마운 선수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흡족한 영입을 꼽는다면.
한 선수를 꼽을 수는 없다. 다 좋은 선수들이다. 내가 작년에 스카우트로 일하면서 조사하고 분석했던 선수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영입한 선수들은 다 지난 해 만든 리스트에 올랐던 이들이다. 쉽게 말해 내가 전부터 함께하면 좋겠다고 머리 속에 그려놓았던 선수들을 영입했다는 의미다. 내가 생각했던 선수들을 거의 다 확보했다. ‘이 선수는 어떻게든 서울이랜드에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속 영입을 준비해온 선수들이다. 다 나를 믿고 온 선수들인데 누구 한 명 특정 선수만 꼽을 수는 없다. 나는 거짓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진심이다.

이제 갓 프로팀을 맡게 된 신임 감독이지만 그래도 2년 동안 이 팀과 함께해 온 지도자라는 연속성은 있다.
남들보다 선임이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빨리 준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점 때문이다. 내가 대구에서 코치를 할 때부터 ‘이 선수하고는 언젠가 같이 해보고 싶다’고 떠올린 이도 있었고 그러면서 자료를 축적해 왔는데 그런 선수들을 여기에서 만났다. 현장에서 코치로만 있었으면 우리 팀 경기만 지켜보고 다른 팀 선수들을 살필 기회가 적었을 텐데 지난 시즌 스카우트로 일하면서 다른 팀 경기도 많이 봐 왔다. ‘이런 유형의 선수가 나한테 오면 어떤 축구를 할까’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이 많았다.

현재 일본인 미드필더 한 명이 입단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태국에서 1차 전지훈련을 하고 연습경기를 하면서 취약점을 찾아나갔다. 그런데 공격에 포진한 선수 중에 팀에 늦게 합류한 이들이 많다. 이 선수들은 아직 경기에 투입할 상황이 아니라 평가하기가 좀 그렇다. 그러다보니 지금 우리 축구의 색깔을 입히기 위해서는 어떤 새로운 판단이 있어야 한다. 공격적인 부분에 보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여기 부산에서 진행 중인 2차 전지훈련을 통해 결정하려고 한다. 지금 현재로 가야할지, 좀 더 보강이 필요할지는 2차 전지훈련을 하며 결정할 생각이다.

그 일본인 미드필더는 어떤 유형의 선수인가.
이 친구가 기술은 좋지만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성공하면 제2의 쿠니모토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받는 선수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K리그1에서 뛰었던 외국인 공격수 영입에 대한 고민도 있다. 외국인 선수가 현재 팀에 세 명이 계약돼 있어 둘 다 데려올 수는 없다. 조금 더 우리팀 전력을 지켜보겠다.

올 시즌 기존 베스트11에서 한두 자리를 제외하고는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너무 변화 폭이 큰 것에 대한 걱정은 없나.
걱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몫이다. 시간이 조금은 필요할 것 같다. 조직적인 플레이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줄여야 한다. 변화가 많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전지훈련 기간 동안 선수들의 적응력을 보면 꽤 괜찮다고 판단하고 있다.

알렉스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10년 동안 K리그2를 비롯한 국내 하부리그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벌써 한국에서만 8번째 이적을 경험했다.
내가 영어도 조금 쓰고 포르투갈어도 조금 쓰는데 그러면서 알렉스와는 어느 정도 소통은 한다. 거기에다가 알렉스가 웬만한 한국어는 다 알아듣는다. 한국 생활을 오래해서 이런 저런 분위기도 다 맞출 줄 아는 선수다. 오자마자 그냥 바로 선수들하고 적응해 버리더라. 2017년에도 함께 서울이랜드에서 생활해 봤는데 적응 문제로 걱정할 게 전혀 없는 선수다.

다시 만나니 반가울 것 같다.
물론이다. 사실 우리도 알렉스를 선택하기에 앞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리스트도 있었다. 하지만 알렉스는 한국에 최적화된 선수다. 1년에 기본 10골씩은 넣어준다. 우리 고민은 더 폭발력을 선보일 수 있지만 위험부담도 있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뽑을 것인지 아니면 안정적인 알렉스로 갈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안정적인 알렉스를 택했다. 그래도 실패할 확률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안전빵’이라고 보면 되나.
맞다. ‘안전빵’이다.

알렉스는 ‘K리그2의 공무원’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K리그2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고 있다.
인사도 고개 숙여서 한국 식으로 한다. 한국 생활은 완벽히 적응했다. 선수들하고 장난도 잘 치고 그런 부분까지도 감안해 영입을 결정했다. 같이 생활해 보면서 어떻게 하면 얘가 극대화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알렉스는 당근과 채찍을 같이 줘야한다. 너무 당근만 주면 안 되는 선수다. 훈련도 열심히 하는데 부상도 꽤 있는 선수다. 이 부분을 조심하기 위해 훈련 시간도 조정해줘야 하고 관리도 필요하다. 또한 젊은 선수들하고 경쟁하는 구도로 긴장감을 줄 필요도 있다. 안 그러면 살이 찌는 스타일이다. 우리 팀에 좀 늦게 합류했는데 글쎄 잠깐 쉬었다고 또 5kg이나 쪄서 돌아왔더라. 지금 열심히 다이어트 중이다.

서울이랜드 김현수
올 시즌 서울이랜드의 전지훈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까지 서울이랜드 축구를 본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해도 되나.
이야기해보라.

안 될 것 같다. 그 팀 감독을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그렇다.
뭔데 그러나.

사실 서울이랜드 축구가 지난 시즌까지는 너무 재미없었다. 이건 솔직한 내 심정이다.
나도 공감한다. 작년에도 스카우트 팀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팬들이 왜 경기를 보러 왔는지, 돌아갈 때는 어떤 마음으로 돌아가는지 그런 걸 고민해야 한다. “경기 보러 오라”고만 하지 말고 우리도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오늘도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질 좋은 축구를 해야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팬들이 우리를 보러 온다. 그런 팀을 만들어야지 그냥 와 달라고 구걸하면 안 된다. 이런 축구를 하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합숙까지 하고 있는 것 아니냐. 같이 고민하자”고 했다.

이걸 단순히 서울이랜드 축구의 문제가 아닌 구단 시스템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서울이랜드는 창단 이후 지금껏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줬다.
내가 전체적인 걸 이야기할 자리는 아니다. 또한 구단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축구든 행정이든 형식상 보여주기 위한 것만 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팬들과 소통하고 ‘아 정말 서울이랜드가 변화하려고 하는구나, 변해가고 있구나’ 이걸 우리 입이 아니라 팬들이 마음 속으로 먼저 느껴야 한다. 이전까지는 그저 기본에만 충실했던 것 같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모기업도 그렇고 구설수만 피하자는 식으로 일종의 ‘공무원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말아달라.

서울이랜드 감독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새롭긴 하다.
나도 구단 밖에 있을 땐 전혀 몰랐는데 2년을 있어보면서 서울이랜드의 스타일을 파악하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부임한 박공원 단장도 공격적인 마인드로 팀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K리그2 최하위팀 감독이라 성적에 대한 부담은 덜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감독 부임을 축하하며 좋은 이야기해주시는 분들도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니 부담 갖지 말고 하라”고 하신다. 그런데 사실 그 말도 나에게는 부담이긴 하다. 편하게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발전할 수가 없다. 긴장감은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큰 목표를 두기 전에 한 단계씩 준비하다 보면 우리가 꿈꾸는 단계에 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이랜드는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팀이 다 완성되기 전 제대로 된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감독도 꽤 있는데 이제 당신이 이 팀의 감독이 됐다.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에게는 그래도 기본적인 시간을 줘야한다고 코치 때는 아주 편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막상 감독이 되니 그런 말을 쉽게 입 밖에 내지 못하겠더라. 지금은 내 일이니까 말하기가 참 부담스럽다.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하고 효과를 얻으려고 하니 안타까운 건 있다. 하지만 나는 막 떼쓰고 싶지도 않고 구단이 원하는 시간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한다고도 생각한다. 우리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이기 때문이다. 부담은 되지만 현실에 맞춰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나 자신과 팀이 도약하는 거다. 안주하는 것보다는 긴장감을 갖는 게 훨씬 더 낫다고 본다.

서울이랜드가 올 시즌에는 천안에서도 경기를 하는 등 여러 지역을 떠돌아야 한다.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게 따지면 광주FC는 목포에서 생활하고 경기만 광주에서 한다. 그래도 누가 불평하지는 않는다. 이 부분은 나 혼자 감수하는 게 아니라 구단 전체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다. 이 문제로 컨디션 관리나 홈 이점 등에 대한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우리 숙소는 경기도 청평이다. 거기에서 홈 경기를 위해 잠실로 이동하나 천안으로 이동하나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팬들이 좀 불편하시기는 할 것 같다.

서울이랜드 김현수
서울이랜드는 김현수 감독과 함께 도약할 수 있을까. ⓒ서울이랜드

알겠다. 그렇다면 올 시즌 K리그2에서 꼭 이기고 싶은 팀이 있나.
아무래도 부산을 꼭 이겨보고 싶다. 부산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조덕제 선배가 이끄는 팀이다. 아주대학교와 부산대우 시절 선배님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K리그2에서 부산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좋은 경기를 하고도 비기고 역전패를 당했다. 부산을 이겨야 서울이랜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힘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부산 선수 구성이 굉장히 좋지만 경기는 선수 구성만으로 하는 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K리그2에서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부산을 이기겠다는 건 플레이오프 이상을 바라본다는 뜻인가.
목표는 그렇다. 남들은 목표를 4강이나 6강으로 잡는데 어차피 감독이 됐다면 당연히 가장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아마 K리그2 꼴찌 팀 감독이 이런 말을 하면 웃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팀으로 뭉칠 수 있다면 사실 승격도 하고 싶다. 꼴찌의 반란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욕심 없이 목표를 막연하게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고 싶지는 않다. 4위나 6위를 목표로 잡으면 항상 또 그 밑을 바라봐야 한다. 이왕이면 목표를 높게 잡고 싶다. 아마 이 이야기가 나가면 남들이 나를 많이 욕할 것 같다.

그럴 것 같긴 하다. 그래도 K리그1에서의 서울더비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자칫하면 K리그2에서 서울더비가 열릴 뻔했다.
K리그2에서 서울더비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FC서울이 내려온다는 건 K리그를 위해서도 안 된다. 그건 리그의 후퇴를 의미한다.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올라가서 K리그1에서 서울더비를 해야한다. FC서울 최용수 감독하고도 친한데 아마 그쪽에서는 우리하고 한 리그에서 더비를 한다는 걸 별로 꿈꿔본 적이 없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런 꿈을 꾼다. FC서울이 K리그2로 내려와서 서울더비를 하지 말고 우리가 K리그1으로 올라가 서울더비를 하고 싶다.

김현수 감독은 지난 시즌 K리그2 꼴찌를 차지했던 팀의 감독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년 실망스러운 모습에 그치며 추락했던 서울이랜드는 김현수 감독과 함께 달라질 수 있을까. ‘창단 전이 전성기’라는 비아냥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들은 이제 성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김현수 감독과 서울이랜드 선수들은 올 시즌 도약하기 위해 지금도 부산에서 땀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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