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에 있는 김희태, 임영주 쓰앵님을 만나 교육 비결을 물었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포천=홍인택 기자]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JTBC드라마 'SKY캐슬'은 자녀의 교육, 출세에 혈안이 된 부모들의 천태만상을 그렸다. 허구적 요소와 풍자를 곁들여 고학력의 '스펙'을 안겨주기 위해 '성'을 짓는 이들을 보며 우리는 공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리고 꾹꾹 눌러 담았던 욕망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SKY캐슬'에 나오는 부모들처럼 강압적이지 않아도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정답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박지성, 안정환 등을 가르친 김희태 감독 부부다. 김희태 감독 부부에게는 아들 둘이 있다. 첫째는 연세대 치과대학을 졸업해 현재 잠실에서 치과의사를 하고 있고 둘째는 서울대를 졸업 후 성균관대 법학과로 진학해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당장 자녀 걱정이 앞서는데 'SKY캐슬'에 들어갈 수 없다면 전적으로 이들을 믿으셔야 한다.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거다. 이들이야말로 무한 경쟁 시대에 학부모들의 영혼을 사로잡을 우상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차기준의 아버지처럼 사육하지 말고 교육을 하자. 김희태 부부 쓰앵님을 모시고 얘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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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잘 되니까 나도 유명해졌어"

김희태 감독은 선수 시절 차범근을 막을 수 있는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아주대학교 축구부, 프로팀 대우 로얄즈, 명지대학교 축구부 감독을 맡았다. 지도자 생활을 거치면서 수많은 제자들을 국가대표로 보냈다. 당신의 말을 빌리면 약 60명 정도의 국가대표급 선수가 김희태 감독의 손을 거쳤다. 김 감독은 '기본'을 강조했다. 그 이후 선수의 특징을 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박지성과 안정환을 어떻게 교육했는지 물었다.

유명한 일화다. 박지성이 수원공고에서 축구를 할 당시엔 왜소한 체격 때문에 대학 감독들 중 아무도 그를 뽑으려 하지 않았다. 명지대를 지휘하고 있던 김 감독이 갈 곳 없는 박지성에게 명지대 입학을 제안했다. 김 감독은 박지성을 두고 "협동 플레이를 잘하는 애야. 전술 능력이 좋은 애거든. 남의 걸 도와줄 수 있는 선수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니스 선수 한 명이 학교에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건국대에 선수를 뺏겼어. 그래서 정원이 하나 남았어. 그다음에 갚아주기로 하고 뽑은 거지"라며 박지성을 뽑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때 관동대 최진한 감독하고 수원공고 이학종 감독하고 둘이 친구야. 박지성이 얘기를 이학종이 하는데 최진한이가 4년 후보 생활하려면 관동대로 오라고 했대. 그래서 아예 관동대는 생각 안 한 거지. 박항서 감독이 수원삼성에서 코치할 때도 보름 동안 수원공고 애들 연습을 시켰어. 그런데 체격이 안 되니까 지명도 안 된 거야. 삼성에서 지명했으면 일본도 못 갔겠지."

김 감독은 박지성을 보고 "기본은 됐던 애야. 살은 찌우면 되지"라며 명지대 입학을 추진했다. 박지성은 명지대에 입학하자마자 김희태 감독 지시에 따라 3개월 동안 체격을 키우는 데에만 집중했다. 몸무게를 늘리고 근육량을 키우니 곧바로 허정무 감독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에 뽑히기도 했다.

"걔가 왜소하고 몸싸움을 잘 못 했어. 일본으로 가면 패스 위주의 축구를 하니까 내가 일본을 가라고 했어. 근데 교토 퍼플상가가 그 해에 2부로 떨어졌거든. 박지성이 아버지도 어떻게든 1부에서 뛰게 해달라고 하잖아. 근데 2부가 42경기를 뛰어요. 아무 소리 말고 2부에서 경기를 다 뛰라고 했지. 어쨌든 42경기 다 뛰어서 그다음 해에 1부로 올라갔어. 처음부터 1부로 갔으면 다섯 경기 뛰었을까? 그래서 걔는 교토의 영웅이 되고 월드컵 대표도 나갔지."

김 감독은 안정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아주대학교 시절 안정환을 발탁한 것도 김 감독이었다. 안정환의 어려운 가정환경을 알았던 김 감독은 안정환을 특히 아꼈다. 안정환이 어떤 제자였는지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내가 양아버지 정도지"라고 대답했다. 김 감독은 "기술이 굉장히 좋은 애지. 볼 다루는 솜씨를 보면 예쁘게 차. 박지성이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지. 그런데 안정환이는 협동심이 떨어지지. 개인플레이 좋아하고"라고 덧붙였다.

"얘가 얼굴이 잘생기다 보니까 여자들이 잘 따랐어. 주위에서 가만두질 않았어. 그렇게 도망도 많이 나가고. 그 당시는 팀을 이탈하면 잘라야 돼. 사실 걜 보호하려고 걔가 도망가는 날이면 내가 일부러 학교에 안 가는 거지. 코치한테서 연락이 와. 안정환이 도망갔다고. 그러면 난 지방으로 선수 스카우트를 하러 가는 거지. 그사이에 빨리 해결하라고 코치한테 시키고."

"그런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야. 본인들은 다 자기가 컸다고 하지. 그 말도 맞아. 노력을 했으니까. 부모라던가 선생들은 그걸 뒤에서 숨어서 해줘야 한다고 할까. 밖에 공부하는 애들도 똑같아요. 그만큼 배려하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가능하지. 난 방법만 제시한 거지. 방법을 알려줘도 눈 속이고 그러면 못 크는 거지."

김희태 감독은 "아주대에서 28경기 무패행진을 달릴 때는 아무도 얘기를 안 했어. 그런데 박지성이 잘되니까 나도 유명해졌어"라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쓰앵님'은 박지성과 안정환 외에도 많은 선수들을 거론하며 "기본이 바탕이 되어야 해. 그다음에 특징과 개성을 살려줘야지"라고 강조했다. 김희태 감독은 안정환과 박지성 외에도 우성용, 이민성, 하석주 등 쟁쟁한 선수들을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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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해야 공부도 잘해"

김 감독이 슈퍼스타를 키운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자녀들도 고학력자란 사실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김 감독의 첫째 아들은 연세대 치과대학을 졸업해 잠실에서 치과의사를 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서울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로스쿨에 입학해 지금은 변호사 일을 하고 있다. 축구만 가르쳤던 사람이 어떻게 두 아들을 'SKY캐슬'에 보낼 수 있었을까. 두 아들의 교육을 묻자 김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집사람이 다 했다"라고 말했다. 마침 김 감독의 부인이자 김희태 축구센터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임영주 총장을 만날 수 있었다. 두 아들의 교육법을 물었다.

김희태, 임영주 가정의 축구사랑은 집안 이력이었다. 두 아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축구와 사랑에 빠졌다. 임 총장은 아들들의 유년 시절을 이렇게 떠올렸다. "사실 아들 둘 다 축구를 너무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둥근 것만 보면 붙잡고 '아빠 공, 아빠 공' 하면서 아빠를 그렇게 따라다녔어요. 첫째는 취미로만 축구를 시켰고 둘째는 방학 때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축구를 제대로 배우고 선수 생활도 했어요. 둘 다 공부랑 축구만 했던 거 같아요."

당시만 해도 운동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아이들에게 공부도 가르치는 풍토가 자리잡히지 않은 시기였다. 축구를 그렇게 좋아하는 아들들에게 어떻게 공부를 강조하게 됐을까. 임 총장은 김 감독의 대우 로얄즈 감독 시절의 선수들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때 대우 선수들, 뭐 김주성이, 변병주, 이태호, 정용환이, 김판근이 우리나라 대표들도 후보였어요. 대우니까 해외 원정을 많이 다녔는데 그 당시 프런트에서 그런 얘길 해. 선수 애들이 출입국 신고서를 못 써서 직원들이 써주고 그런다는 거야. 그 당시엔 다 공부 안 하고 축구만 했으니까. 그 얘기를 듣고 공부 안 하고 축구만 하면 안 되겠다 해서 공부를 시켰어요."

김 감독과 임 총장은 한목소리로 "축구를 해야 공부도 잘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공부도 오래 앉아 있어야 하지. 아들들이 축구를 하니까 체력이 돼서 계속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공부를 곧잘 하더라고"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축구 선수들의 심리를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축구 선수들은 사막에 갖다 놔도 살아남을 애들이에요. 축구하면 '사선을 넘어야 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우리 애들도 '그 힘든 축구도 했는데'라면서 버텼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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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김희태 축구센터를 거친 한 선수를 예로 들었다. 이 선수는 축구와 공부를 병행했고 뉴욕 주립대 진학에도 성공했다. 임 총장은 이 선수의 축구 경험이 뉴욕 주립대 진학까지 이끌었다고 믿고 있다. 임 총장은 축구와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어느 회사에서는 구기 종목 선수 출신들만 뽑는대. 뉴욕 주립대 간 애도 대학서 4년 동안 성적이 좋았어요. 거기서 적응도 잘하고 교민 애들 데리고 축구부 만들어서 회장도 하고. 한국 와서 LG화학, 신한은행, 하나은행에 원서 넣었는데 다 합격을 한 거예요. 지가 신한이 제일 연봉이 높다고 거기로 갔는데 신한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사교육에 돈 한 푼도 안 들였다면 더 전설적인 이야기가 됐겠지만 사실 임 총장은 큰 아들은 큰 학원을 보내며 사교육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때 우리가 송파에서 살았어요. 강남, 송파가 사교육 일번지잖아요. 저는 큰아들 초등학교 때 피아노랑 미술만 보냈어요. 그런데 중학교 들어가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저도 큰아들이 처음이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죠."

"당시 거기에 굉장히 유명한 학원 두 개가 있었어요. 성심학원하고 장학학원 두 개가 있었는데 중학생들은 한 달에 전 과목 30만 원인가 그렇대. 고등학교 가면 과목 당 30만 원 씩 줘야 한다더라고. 아, 그러면 고등학교 때는 혼자 하게 하더라도 중학교 때는 학원을 가야 빠르겠구나 생각을 했죠. 성심학원은 그 당시 등록해 놓으면 7개월을 기다려야 해요. 다른 엄마들은 이 학원에 다니려고 개인 과외를 또 시켜. 거기 나온 애들이 이상하게 또 나중에 보면 법대 아니면 의대 가긴 하더라고."

임 총장은 그러면서 사교육에 관한 자기 생각을 덧붙였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아. 학생들이 모두 공부 열심히 하면 선생님들도 노력해서 좋은 걸 가르쳐줄 수 있는데 선생님들도 그렇게 안 해. 열정이 없고. 애들도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게 시원찮아. 애들이 생각하면 선생님들이 모르는 것 같고. 공부하는 아이들은 반에 5~6명 밖에 없다고 하니 선생님도 무슨 의욕이 생기겠어요. 서로 마음이 맞으면 사교육이 필요 없는데 어쩔 수 없는 게 우리 애만 안 하면 떨어지니까 할 수 없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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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은 해야 돼. 그다음은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지"

그러나 임 총장은 사교육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고 했다. 이는 김 감독의 축구 교육 철학과도 일맥상통했다. 임 총장은 "아이들의 '기본'은 학원으로 해결되지 않더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어는 학원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축구 선수 교육을 받았던 둘째 아들이 체육학과를 졸업하고서도 로스쿨로 진학하게 된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책을 그렇게 읽고 국어를 그렇게 잘했어요. 국어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하더라고. 수학은 형이 지가 먼저 풀어보고 동생 공부를 도와줬어요. 그래서 둘째는 학원 하나도 안 다니고 집에서만 했어요. 어릴 때부터 가만히 있던 애가 아니었어요. 아이들 놀고, 싸우고 할 때도 얘는 어릴 때부터 축구 일지를 그렇게 써요. 그래서 다른 엄마들도 얘를 좋아했어요."

"걔가 축구부에 있으면서 좀 맞았었나 봐요. 그러니까 자기가 축구를 하기 싫었던 거 같더라고. 중학교 들어가고 고등학교 들어갈 때 되니까 지 말로는 스카우트 제의가 없었고 자기가 공부를 하겠다고 해요. 처음엔 중동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서울체고에서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둘째 축구를 시키라는 거야. 얘는 자기가 서울체고 가면 예체능에서 전국 100등 안에 들고 수석할 수 있다고 보내달래요. 그래서 거기로 간 거죠. 고등학교 때 대회는 뛰고 수능 공부를 많이 하니까 예체능 100등 안에 들고 서울대로 가더라고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가서는 윤영길 교수를 좋아해서 심리학 복수전공을 했는데 아마 서울대 교수가 하고 싶었었나 봐요. 그런데 심리학과로는 서울대 교수를 못하겠나 봐요. 그러더니 카투사 들어간다고 영어 공부를 하더라고. 카투사 들어가서는 법 공부를 하고. 지가 생각하니까 심리학은 안 되겠고 스포츠법 전문가가 없으니까 그걸로 서울대 교수를 들어가고 싶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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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제대하고 미국 수능을 했는데 그게 된 거예요. 그래서 갔어. 그런데 한 학기를 다니더니 자신이 없었나 봐요. 마침 미국 달러도 뛰고 한국에서 로스쿨이 가시화되니까 성균관대 로스쿨에 넣었는데 또 들어가더라고요. 그런데 처음엔 민법 시험을 봤는데 120명 중에 꼴찌를 했다는 거예요. 처음엔 눈물밖에 안 나오더래요. 법 보는데 한문밖에 없지. 말귀도 못 알아듣겠지. 그런데 자기가 '축구도 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냈대요. 그다음 해 민법 재수강해서 1등을 했대요. 로스쿨 축구부에서는 3년 동안 우승하고. 그래서 학교에서 스타가 됐지 뭐에요."

임 총장의 이야기를 듣자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였다. 둘째 아들은 그렇게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됐다. 어떻게 본인이 그렇게 주도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김희태 감독은 "기본만 도와주면 돼. 개인 특징을 생각하고 꿈과 목표를 갖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면 그 다음부터는 자기가 알아서 하게 되더라고"라며 자기 생각을 밝혔다.

김희태, 임영주 부부는 "중학교까지는 다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들은 자율적,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축구하다 보면 자기가 싫은 걸 꿈을 위해서 참을 줄도 알아. 그걸 억지로 시켜봐. 하루를 못 해요. 지가 좋아하고 꿈이 있으니까 하는 거거든. 공부든 축구든 자기가 싫어지면 애들은 무슨 핑계를 쓰면서 안 하려고 해요.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학원 보내면 소용이 없어요. 애들이 다 엉뚱한 짓만 하고 학원도 안 가요. 우리 아들도 도서관 간다고 해놓고 맨날 도서관 앞에서 농구만 하고 그랬는데 뭘."

김주영 '쓰앵님'은 예서를 집으로 들이라고 했지만 이들의 교육 철학을 살펴보면 당장이라도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들은 훌륭한 제자들을 양성했고 두 아들도 훌륭하게 자라 부모에게 효도하고 있다. '스카이캐슬'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사의 길을 걸어야 했던 강준상은 이런 말을 했다. "낼모레 쉰이 되도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놈을 만들어놨잖아요. 어머니가." 김희태, 임영주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강준상의 이야기가 더더욱 슬프게 들린다. 누구보다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이들은 지금은 그저 포천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며 행복을 느끼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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