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한수원 선수들은 감독의 성폭력은 물론 구단의 은폐 시도라는 압박까지 안고 뛰어야 했다. (이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오늘(22일) <스포츠니어스>에서는 WK리그 경주한수원 하금진 감독의 성폭력 사건과 이를 은폐한 구단 이야기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경주한수원 하금진 감독은 구단 선수단 소속 A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고 이를 A가 코치에게 알린 뒤 코치들 역시 구단 측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구단에서는 하금진 감독을 팀에서 내보냈지만 이후 선수들을 불러다 놓고 이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각서를 요구했고 피해자에게는 입막음용 혜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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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있었던 건 지난 9월이었다. 하지만 이후 구단의 압박이 통했는지 이 이야기는 보도된 적이 없다.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이던 당시 경주한수원은 하금진 감독을 내보내고 고문희 코치에게 감독 역할을 맡도록 했다. 리그에서 3~4위를 줄곧 유지 중인 상황에서 감독이 갑자기 팀을 떠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경주한수원 측은 당시 하금진 감독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심지어 경주한수원 측은 WK리그를 총괄하는 여자축구연맹에도 거짓말을 하며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자축구연맹 관계자는 “우리도 하금진 감독이 경기장에 등장하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다”면서 “종종 감독들이 개인 사정으로 한두 경기 정도는 자리를 비울 수도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여자축구연맹은 WK리그 경기가 끝나면 기록지를 모두 모아 자료로 보관한다. 그런데 9월 이후 하금진 감독은 아예 이 기록지에서 이름이 빠지게 됐다.

WK리그 한 구단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감독이 사라졌다. ⓒ스포츠니어스

연맹 관계자는 “시간이 흘러도 계속 하금진 감독이 나타나지 않았고 기록지에는 코치 이름만 써 있었다”면서 “이 상황에 대해 물으려 경주한수원 측과 대화를 나눴는데 구단에서는 <스포츠니어스> 기사에 나온 것처럼 ‘개인 사정이 좀 있다’는 말만을 되풀이 했다”고 밝혔다. 구단이 성폭력 사실을 연맹에 제대로 통보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구단은 선수들을 압박했던 건 물론이고 WK리그를 총괄하는 연맹에도 쉬쉬했다. 경주한수원은 최근 남자팀을 이끌었던 어용국 감독을 여자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연맹은 당황스러운 반응이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연이은 스포츠계 성폭력 폭로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우리도 지난 주 중고등학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숨기면 우리로서도 모든 일을 다 파악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구단 내부 고발자를 막기 위해 입막음용 특혜와 각서까지 요구했던 그들은 연맹에도 거짓말을 하며 성폭력 사건 은폐을 시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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