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아무리 대안을 찾아보려고 해도 쉽지가 않네요.” 서울이랜드 박공원 단장의 말이다. 서울이랜드는 2019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던 서울이랜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마스다와 두아르테를 데려왔고 실력과 경험이 풍부한 국내 공격수 및 미드필드 두 명과의 계약도 임박했다. 선수 구성은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다. 박공원 단장은 “지난 시즌에는 꼴찌를 했지만 올 시즌에는 성적을 내야한다”면서 “일단 목표를 4강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았다”고 밝혔다.

서울이랜드, 안방에 못 들어가는 신세 되나?

선수 구성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서울이랜드의 큰 고민은 정작 따로 있다. 바로 홈 경기장 문제 때문이다. 올 시즌 서울이랜드는 떠돌이 신세가 될 수도 있다. 2019년 전국체육대회 100주년을 맞아 이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되면서 잠실종합운동장이 대대적인 보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성대한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서울시는 전국체전에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100번째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서울시의 움직임이 굉장히 바쁘다.

그런데 서울이랜드로서는 악재를 만나게 됐다. 3월말부터 홈 경기장 보수 공사에 들어가 잠실종합운동장을 계속 서울시에 내줘야 한다. 오는 9월부터는 전국체전 예행연습이 치러지고 10월 전국체전과 전국장애인체육대회까지 예정돼 있다. 8월 정도만 홈 경기장이 빈다. 서울이랜드 김은영 통합마케팅실 실장은 “3월에 개막 이후 두 경기를 홈에서 치를 수 있다”며 “이후 8월에는 온전히 한 달 동안 홈 경기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따져보니 올 시즌 18번의 홈 경기 중 7~9차례만 잠실종합운동장을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숨 지었다. 나머지 홈 경기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서울이랜드 측에서 그래도 잠실종합운동장을 보수하는 동안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임시로 꾸며 홈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유력한 대안으로 꼽았다. 보조경기장도 천연 잔디가 깔려 있어 그라운드 상태는 K리그 규정에 적합하지만 ‘K리그2 경기는 관중석 5천석 이상의 경기장에서 치러야 한다’는 K리그 규정에는 위배된다. 보조경기장의 관중석은 2,159석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맹이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고 서울이랜드가 잠실종합운동장에 있는 가변석을 보조경기장으로 옮겨와 해결하는 방안도 있었다.

서울이랜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서울이랜드FC

그들의 여러 대안과 고민, 하지만 해답이 안보여

이렇게 잠실종합운동장과 보조경기장을 오가며 공사 일정을 피하는 게 최선을 방안이라고 판단했지만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 역시 지금까지의 공사 일정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잠실종합운동장과 보조경기장을 한꺼번에 보수하는 일정을 짰기 때문이다. 그래야 비용이 단축되고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잠실종합운동장과 보조경기장을 동시에 갈아 엎는다는 계획이어서 보수 공사 기간 동안에는 아예 이곳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서울이랜드는 3월 이후 11월까지 8월 한 달을 빼면 줄곧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 그렇다고 서울에 위치한 효창운동장이나 목동운동장을 쓸 수는 없다. 이 두 경기장 모두 인조잔디가 깔려 있어 프로 경기를 치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연맹 규정은 천연 잔디 경기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일시적으로 홈 경기를 치르는 방안도 있지만 강북과 강남으로 나눠 연고지 밀착 활동을 해오던 입장에서 이 역시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또한 75억 원의 서울 입성금을 내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차지한 FC서울 입장에서도 아무리 일시적일지라도 서울이랜드가 자신들의 안방에서 홈 경기를 치르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서울이랜드 역시 이를 모르고 있지 않다. 김은영 통합마케팅실 실장은 “그래도 서울시체육시설사업소에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배려해준 덕분에 잠실종합운동장에서 7~9경기 정도 치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나머지 경기 일정에 대한 대안은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서울이랜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구단과 연맹, 분주하게 움직이고는 있지만

서울이랜드가 홈 경기장 문제로 고민에 빠지면서 다른 여러 문제도 이어졌다. 이제 다가올 시즌을 앞두고 홈 경기 시즌권을 팔아야 하지만 서울이랜드는 어느 경기장에서 경기를 할지 몰라 아직 시즌권도 발매하지 못했다. 프로축구연맹에서도 K리그1 경기 일정은 발표했지만 K리그2는 서울이랜드 홈 경기장 문제로 아직 일정 발표도 하지 못했다. 안산그리너스에서 올 시즌 서울이랜드 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공원 단장은 “오자마자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 숙제를 안고 고민에 빠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이랜드는 지난 해 이 통보를 받은 뒤 지속적으로 잠실종합운동장과 보조경기장 보수 공사 일정을 조금만 바꿔 둘 중 어느 곳에서라도 경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이 제안을 줄곧 거절당했다. 그 사이 새로운 단장을 비롯해 새롭게 바뀐 실무진은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서울이랜드 팬들은 서울시체육시설사업소 홈페이지를 방문해 항의 글을 개제하고 있다. 서울이랜드는 선수 영입 협상 마무리로도 바쁜데 홈 경기장 문제라는 더 큰 숙제까지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

연맹은 연맹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허정무 부총재가 직접 나서 인맥까지 동원해 서울시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허정무 부총재는 오늘(18일) 서울이랜드 측과 서울시 정무 부시장의 면담을 직접 주선하기도 했다. 연맹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있다. 이 자리를 통해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서울시 내에서는 딱히 옮길만한 경기장 대안이 없는 가운데 보수 공사 일정 조정의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서울이랜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서울이랜드FC

신생 기업구단 고민, 그대로 나타내는 일

올 시즌 서울이랜드는 박공원 단장 부임 이후 대대적인 변화와 함께 도전을 약속했다. 안산그리너스 재직 당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구단을 지역 내에 알리고 성적 대비 흥행 구단을 만들었던 그는 “선수 영입, 홈 경기장 문제 해결과 동시에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홈 개막전 때는 4,500명의 관중을 모으기 위한 활동도 시작했다”면서 “이 모든 걸 다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제2의 출발을 알린 서울이랜드는 잠실종합운동장에서의 홈 개막전도 대충 치를 수 없다.

이 문제는 서울이랜드를 제외하며 신생 기업구단 창단이 전무한 상황에서 서울이랜드의 힘겨운 싸움이기도 하다. 차라리 시도민구단이었으면 아주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신생 기업구단의 문제를 그대로 나타내는 일이기도 하다. 일례로 시민구단인 안산그리너스는 경기 도민체전 준비로 안산와~스타디움을 쓰지 못할 위기에 놓여 있었지만 윤화섭 시장이 “축구 시즌이 마무리되면 보수 공사를 시작하라”는 지시 한 마디로 문제를 해결했다. 안산은 K리그 시즌을 피해 경기장 보수 중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도민구단이 이런 점에서는 훨씬 더 낫다. 그래도 그들은 이런 경기장 환경 조성은 최대한 구단 일정에 맞추기 때문이다.

잔디 보수 공사로 5개월 동안 안양종합운동장을 쓸 수 없게 되자 안양시도 이 일정을 K리그 시즌 이후로 미뤘다. 연맹도 안양 입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안양 홈 경기를 일찌감치 끝내도록 배려했다. 안양은 10월부터 잔디 보수 공사에 들어가 새로운 시즌 전까지 이 문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대한 홈 경기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자는 시의 배려다. 하지만 서울이랜드는 그렇지 않다. 이 문제 하나를 해결하려면 구단과 모기업, 서울시 등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거나 원론만 되풀이하면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2부리그 경기가 이렇게 푸대접 받는 현실에서 서울이랜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만약 잠실야구장을 이렇게 대우했다면?”

프로연맹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전국체전을 개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을 연고로 사용하는 구단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2014년 창단 당시 연고지 협약 때 홈경기 개최를 위해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한 서울시 축구 관계자는 “잠실종합운동장 바로 옆에 있는 야구장을 이런 식으로 보수한다고 했으면 아마 LG와 두산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팬이 적다는 이유로, 2부리그라는 이유로 서울시가 서울이랜드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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