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의 성폭행 의혹과 전 유도선수 신유용의 피해 폭로가 드러나면서 대한체육회 측이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를 한 가운데 사과의 대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아테네홀에서 열린 제22차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독립, 외부, 민간 주도의 성촉력 실태조사 실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퇴'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기흥 회장은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준 우리 피해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국 체육에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보낸 국민과 정부, 기업, 체육인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피해 선수들에게는 감사와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도 사과의 말은 하지 않았다. 사과는 기업과 정부, 체육인 등 후원사들을 향했다. 한마디로 '체육계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 해 후원인들에게 죄송하다'라는 것이다.

체육시민단체들은 이번 여성 체육인들의 '미투'를 보며 "단발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들은 10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체육계가 성폭력을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수차례 성폭력을 저지른 지도자들이 지도 현장으로 돌아왔고 체육회의 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임직원에 복직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체육시민단체들은 이 회장의 자질과 능력을 의심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 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사과는 피해 선수들을 향하지 않았다. 체육계의 수장이자 대표로서 피해 선수들을 향해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슬쩍 뒤로 빠졌다.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듯 제 3자의 입장을 취했다. 이기흥 회장의 사과 대상에 피해 선수들은 포함되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 회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철저한 심층 조사를 실시해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묻겠다. 관리·감독의 최고 책임자로서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도자들의 부당 행위에 대해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이사회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인 채로 자리를 떠났다.

같은 말만 녹음기 틀 듯 반복하는 것 자체가 실행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쇄신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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