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서귀포=조성룡 기자] 2019년을 유독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1990년생들이다.

한국 나이로 1990년생들이 30세가 됐다. 누군가는 새해를 맞이하며 희망을 노래하지만 그들은 무언가 마음 한 구석에 착잡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20대와 30대는 무게감부터 다르니 말이다. 그래서 과거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를 통해 이렇게 노래했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1990년생 중에는 상주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김민우 또한 있다. 그는 20대의 마지막에 정말 다사다난한 일을 많이 겪었다. 누가 보면 제대로 '아홉수'라고 할 정도다. 이제 그는 20대를 뒤로 하고 30대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포츠니어스>가 제주도 서귀포에서 김민우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아 왜 그러는가. 부르지 마라… 하아.

사실 계란 한 판을 선물할까 생각했다. 이제 30세가 된 것 축하한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SNS에서 뭘 하면 자꾸 "이제 서른인데 그런 것 좀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사다난한 20대의 마지막이었다. 해외 파병(월드컵)도 갔다오고.

그렇긴 하다. 시간이 빨리 가지는 않더라. 내가 군대에 있어서… 지금 보면 빨리 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1년이 정말 천천히 가더라. 살면서 1년이 이렇게 길 줄 몰랐다. 그나마 다른 동기들에 비해서 조금 나은 편이기는 했다. 월드컵도 갔다 왔으니. 동기 송수영이 룸메이트인데 월드컵 갔다오니까 나보고 "군대에서 한 것 없다"는 얘기 많이 한다. 나는 한 거 많은데. 청소도 할 것 다하고 총도 닦고 쏘고 할 거 다 했다.

그리고 나 지금 분대장이다. 견장수여식도 했다. 그 때 좀 뿌듯하더라. 뭔가 한 칸 더 올라갔고 그만큼 '짬'을 먹었다는 뜻이 되니까. 나름대로 군 생활은 열심히 하고 있다. 하하.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훈련소에서도 있었고 월드컵도 갔다왔고 K리그 한 시즌도 끝났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독 1년이 길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작기 만한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아이, 말을 해서 뭐하나. 태클.

(2018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전에서 김민우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에게 태클을 했다가 VAR 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그 이후 김민우에 대한 여론은 냉랭해졌다.)

훈련소 기억도 있고 독일전도 잊을 수 없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태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세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역시 태클이다. 이제는 그나마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다.

훈련소 들어갈 때는 정말 막막했다. 훈련소 나오자마자 전입하면서 상주에서 적응하느라 바빴다. 게다가 김태완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를 믿고 기회를 주시더라. 정신은 없었지만 감사한 일 아닌가. 운 좋게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도 경기를 뛰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았기에 조금 힘든 부분은 있었다. 그 때 코칭스태프가 많이 도와줘서 금방 컨디션을 회복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월드컵에 가서는 내가 좀 더 준비를 잘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반대로 월드컵을 통해서 내가 축구 인생이나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1년을 보냈던 것 같다.

혹독한 1년이었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욕도 많이 먹었다. 나는 월드컵 전후 여론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나도 모르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더라. 무의식적으로. 그러다보니 소속팀에 복귀해서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된 것 같아 제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아직도 이것을 털어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팀에 돌아와서 떨어져 있는 자신감을 올리려고 노력은 많이 했다.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얘기 편하게 할 수 있다.

그 때는 주위에서 워낙 "괜찮아? 신경 쓰지 마"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점은 감사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잊을 만 하면 그런 격려가 내게 왔다. 그러면 또다시 문제의 장면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격려를 많이 들었다. 물론 그런 말을 해주시는 것은 나쁜 의도가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해주시는 말이기 때문에 불평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또다시 신경을 쓰는 그런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됐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그만 물어보겠다. 미안하다. 조금씩 잊혀져 간다.

괜찮다. 나는 여전히 대표팀 욕심이 남아있다. 이번 AFC 아시안컵에 가지 못해 아쉬움은 남아 있지만 내가 지난 2018년에 보여줬던 경기력을 돌아보면 대표팀 낙마는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새해가 됐으니 다시 대표팀에 발탁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사간도스 시절 인기에 대해 궁금해한다.

어떻게 그것을 내 입으로 말하는가. 부끄럽다. 하지만 사간도스에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말 과분하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사간도스 팬들이 종종 상주에 찾아와서 응원을 해주신다. 사실 상주가 참 보면 애매한 동네다. 일본에서 상주에 오기 쉽지 않다. 어떤 공항에 내려도 버스를 타고 꽤 와야 하고.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많은 본격적인 관광 도시도 아니고.

내가 수원에서 뛰고 있을 때는 더 많은 사간도스 팬들이 찾아와 주셨다.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상주에 쉽게 찾아오기 힘든 분들은 상주가 수도권 원정 경기를 할 때 많이 오시더라. 지금은 수원 팬들도 찾아와 주시고 사간도스 팬들도 찾아와 주신다. 군 팀인 상주의 특성 상 원소속팀 팬들이 선수를 보기 위해 찾아주시는 경우가 많다. 그 분들 중에서 내 팬 지분이 결코 적지 않다. 인사 드릴 때면 뿌듯할 때가 많다.

고별식에서도 울 생각은 없었는데 읽다 보니까 눈물이 나오더라. 문제는 이제 일본어를 좀 까먹었다. 다시 좀 잘하려고 하고 개인적으로도 공부를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새해를 맞이했으니 일본어 공부를 조금씩 해야하지 않겠는가.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일상 생활에서 잘 쓰지 않다보니 한계는 있더라.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예를 들겠다. 식당에 가면 서비스가 나오는가?

뭐 그 정도는. 사실 벌써 사간도스를 떠난지 2년 전이라 자세한 에피소드는 쉽게 기억이 안난다. 게다가 그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간도스 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내게 사랑을 주셨다. 서비스도 주시고 편지나 선물도 주시고 직접 한국으로 찾아 와주시기도 한다. 정말 많은 사랑을 똑같이 주셨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느 한 에피소드만 콕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금 당신의 표정을 보아하니 일본 가서 내 이름 팔아 서비스 받으려고 하는 눈치가 보인다. 아마 혼자 가서 김민우 이름 대면 서비스 쉽게 안나올 거다. 갑자기 낯선 한국인이 불쑥 나타나서 "김민우 안다"라고 하면 누가 서비스를 주겠는가 하하. 물론 나와 같이 간다면 서비스는 나올 것 같다. 문제는 지금 내 신분이 군인이다. 해외여행 쉽게 가기 어렵다.

그러고보니 최근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기는 했다. 내가 한국에 오고 나서 사가 현의 지역 언론사에서 '김민우 해외여행 패키지' 비슷한 것을 출시했다. 한국 관광과 함께 내가 나오는 경기를 함께 볼 수 있는 상품이었다. 선착순으로 모집해서 20명 정도가 한국을 방문했더라. 아직도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에 대해 감동을 받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민우 이미지를 활용한 여행 상품인데 커미션 같은 것 없었나?

괜찮다. 그렇게 찾아와 주시는 것 하나 만으로도 감사하다. 감동 많이 받았으니 충분히 값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인기가 어마어마하긴 했던 것 같다.

없었던 건 아니지만 겸손하려고 한다.

그렇게 사간도스와 이별한 김민우는 수원으로 갔고 이후 상주로 향했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것처럼.

서정원 감독님이 있었기에 수원을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고 수원 팬들이 또 많은 사랑을 내게 주셨다. 복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K리그 팬들 중에서는 이런 국내 유턴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 있다.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잠깐 K리그에서 뛰다 입대하는.

맞다. 그런 시선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부분은 인정한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는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 못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사실 나도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준비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보여준 것에 비해 수원 팬들이 정말 많은 응원을 주셨다.

김민우의 20대만 돌아봐도 정말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30대다. 김광석이 노래하던.

어떻게보면 축구를 해왔던 시간보다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짧은 시기가 왔다. 나이를 먹으니까 '은퇴하고 뭘 할 것인가.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시간이 참 빠르다. 지난해 마지막 20대니 '뭘 하면서 지냈나' 생각해봤는데 정말 정신없이 지나온 것 같다. 축구에만 너무 매진한 것 같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래야만 했으니 그렇게 축구를 열심히 했는데 뭔가가 아쉬웠던 것 같다. 그냥 20대가 지나가서 아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조금 더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나는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여행을 많이 가지 못했다. 일본 안에 가볼 곳도 많은데. 한국에 오니 일본에서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한 것이 아쉽더라. 원정 경기를 가도 숙소와 경기장에만 있었고 항상 몸 관리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잘 못했다. 아무래도 도스가 시골이라 다니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30대가 되니 '내가 정말 30대인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중요한 나이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30대에는 새로운 준비도 많이 해야하고 아직 미혼이니 결혼 생각도 해야하지 않을까. 사실 서른이라는 것은 실감이 안난다. 마음은 25세, 아니 더 내려가고 싶은데… 적당히 25세이고 싶다. 벌써 은퇴를 생각하기 시작해야 하는 나이라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지도자를 하게 되면 지도자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등 뭘 해야 하고 인생 제 2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우는 여전히 귀엽다. 본인도 아나?

하하. 귀엽다는 소리는 자주 듣는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잘생겼다고 말하기에는 내 얼굴이 부족하니까 대신 귀엽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아닐까. 잘생겼다고는 죽어도 안하더라 다들. 좋은 이야기니까 그래도 좋게 생각하고 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뛸 때 감바오사카 오재석, 비셀고베의 김승규와 친했는데 그래도 오재석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다는 자신감은 가지고 있다.

요즘 K리그 영상을 통해 많이 얼굴을 비춘다. 일부에서는 뷰티 크리에이터 전업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으하하하하. 아… 내가 그렇게 즐기나? 뭐 찍으니까 한 번 해본 거다.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도 귀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나? 미의 기준은 동아시아 공통인가?

음… 많이 듣는 것 같다. "각꼬이(멋있다)"라는 단어보다 "카와이(귀엽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잘생기지 않았다는 점이 같은 것 아닐까?

그렇지만 김민우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제 서른이다. 이승우, 나상호, 황인범 같은 속칭 '귀염뽀짝'한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지 않는가. 귀여운 이미지도 곧 끝나가는 것 아닌가.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내가 나이를 먹고 그 친구들은 여전히 어린데 귀여움의 이미지를 가져가겠다면 줘야 하지 별 수 없다. 귀여움은 내가 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축구로는 아직 지고 싶지 않다. 물론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은 좋지만 지고 싶지 않다. 아까 전에 은퇴를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런 선수들에게 지지 않도록 더욱 축구에 매진할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기량은 떨어지겠지만 마지막까지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다.

방금 20대 때 "너무 축구만 해서 아쉽다"더니 벌써 축구만 할 생각인가.

그러게 말이다. 내가 알고 보면 '축구 밖에 모르는 바보'다.

20대와 또 하루 멀어져갔다. 올 시즌 '30세' 김민우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일단 부상 없이 전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단지 몸 조심만 할 뿐 아니라 K리그 경기에 더 많이 뛰면서 경험도 쌓고 싶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다시 가고 싶은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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