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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체육계 미투가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유도계다. 신유용 씨는 실명 공개를 요청하며 이 일이 "'신유용 사건'으로 불렸으면 한다"라고 직접 말했다. 주변에서도 증인으로 쉽게 나서지 않았지만 신유용 씨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심석희의 용기였다.

14일 한겨레는 2012년 전국체전 동메달리스트 신유용 씨와의 인터뷰를 전하며 "신 씨가 유도부 코치 ㄱ 코치로부터 고1이던 2011년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의하면 신유용의 유도 코치는 신유용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때부터 폭력과 성폭력을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코치의 성폭행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인 2015년까지 20차례 정도 반복됐다고 한다.

한겨레와 신유용에 의하면 어느 날 ㄱ 코치는 신유용에게 매트리스로 올라오라고 한 뒤 성폭행을 가했다고. 이후 ㄱ 코치는 “너 막 메달을 따기 시작했는데 이거 누군가한테 말하면 너랑 나는 유도계에서 끝이다. 우리 한국 떠야 해. 한강 가야 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성폭행은 상습적으로 벌어졌지만 신유용은 유도계를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에 이를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겨레에 의하면 신유용은 2015년 서울로 올라온 이후 ㄱ 코치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ㄱ 코치가 갑자기 다시 연락을 해오며 "아내가 알면 안 된다"라는 이유로 돈을 건네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그는 이어 “내 죄를 덮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제자인 미성년자인 너를 선생님이 좋아하고 관계를 가진 그 자체에 너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신유용은 “기억이 상당히 왜곡되신 것 같은데, 저는 전혀 그런 적 없고요. 제가 억지로 당해서 무섭고 아파서 울었던 건 기억하고 계시네요?”라고 답했다.

이에 신유용은 그를 고소하기로 했고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소장과 함께 여러 증거를 제출했다. ㄱ 코치와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과 통화 녹취, 산부인과 진료 내용까지 냈다. ㄱ 코치는 경찰 조사에서 신유용을 산부인과에 데려간 기억이 없다고 말했으나, 자신이 고창의 산부인과에서 쓴 카드 명세가 나오자 “코치들은 종종 아픈 학생을 병원에 데리고 간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신유용의 피해를 증언해줄 증인을 요구했다. 신유용은 자신이 피해 사실을 알렸던 유도부 동료 1명과 여성 코치 1명에게 증언을 부탁했으나 여성 코치는 유도계와의 친분을 거론하며 거절했고 증언을 해주겠다고 하던 동료는 경찰 출석 하루 전날 연락이 끊겼다. 당시 영선고 유도 감독에게도 도와달라고 연락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신유용은 "두려웠겠죠. 그들도"라고 말했다. 이후 사건은 경찰에서 전주지검으로 넘어갔고 전주지검은 사건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촉탁하면서 진전없이 흘러갔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을 때, 지난 8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을 고발했다. 그의 발언은 세상을 흔들어놨다. 이에 체육계도 "체육계 미투가 불 붙어야 한다"라며 주장했고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책임을 대한체육회에 물으며 "이기흥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심석희의 폭로가 나온 당일 대한체육회는 "체육계 성폭력이 줄어들고 있다"라고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신유용은 심석희에게 고맙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석희의 용기에 힘을 얻은 것. 신유용은“저는 운동을 그만두고 ‘미투’를 한 거잖아요. 심석희 선수는 현역 최정상급의 스케이트 선수잖아요. 그런데도 용기를 내줘서 대단히 감사해요. 심 선수도 어릴 때부터 맞았다고 했잖아요. 운동선수들이 다 그래서 말을 못 해왔던 거예요.” 신유용은 2011년 이후 “단 하루도 고통 없이 시간이 흐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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