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김형열 감독 “동네 상권이 대기업 때려잡는 맛 있어야지”


[스포츠니어스|서귀포=조성룡 기자] “어라, 기대 되는데?”

2018년 12월 FC안양이 김형열 신임 감독을 선임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지난해 2월 춘계대학연맹전에서 김형열 감독과 가톨릭관동대가 보여준 돌풍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연세대를 5-1로 대파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저 한 경기 이변이라고 취급했지만 이 팀은 4강까지 올라가며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토너먼트 라운드에서는 끈끈하면서도 날카로운 ‘언더독’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아직도 당시 김 감독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나는 훈련할 때는 악독한 감독이다. 욕도 하고 선수들에게 무섭게 대한다. 하지만 경기 때는 180도로 바뀐다. 선수단 미팅도 선수들끼리 주도하도록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까지는 내 일이다. 그 다음은 선수들 몫이다. 그것이 감독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력적이다.”

물론 대학 무대에서의 성공이 프로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법이란 없다. 게다가 안양은 초대 이우형 감독 이후 모든 감독이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감독들의 무덤’에 가까운 팀이었다. 기대는 하더라도 확신까지 갖기는 어려웠다. <스포츠니어스>와 김형열 감독은 통영이 아닌 제주도 서귀포에서 약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와 진솔하게 나눈 대화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만나서 반갑다. 동계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이제 제주도에 막 와서 전술 훈련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말에는 체력적인 부분을 다듬었으니 여기서는 전술에 대한 준비를 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 첫 연습경기를 가졌다. 선수들이 그래도 지시를 잘 알아듣고 소화하는 능력은 좋다.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을 했을 때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보다 최대한 조직력을 활용한 팀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일단 감독 김형열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달라. K리그 팬들에게는 생소한 감독 아닌가.
맞다. 하하. 내가 안양 감독에 부임하고 나서 조기축구회 등 지역 축구계에 인사를 했다. 그러니 5~60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다 알아보고 반가워 하시는데 젊은 분들은 “저 사람 누구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더라. 지난 2001년에 내셔널리그 고양KB 감독을 맡은 이후 전북현대와 성남일화, 중국 허난젠예, 강원FC 수석코치를 했고 가톨릭관동대 감독을 하다가 이번에 안양에 부임했다. 수석코치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광주FC 박진섭, 성남FC 남기일, 울산현대 김도훈 등 K리그 감독 중에 내 제자이자 후배인 사람들도 꽤 있다.

김형열이라는 감독은 대화를 많이 하는 감독이라고 보면 된다. 선수들과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나도 말을 많이 하지만 선수들에게도 소통을 요구한다. 부임 당시에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말하라. 고충이나 불만이 있어도 편하게 말하라. 내게 말하지 않으면 내가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는 되어 있으니 편하게 말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양 지역 축구인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감독이다. 나는 안양에서 축구를 처음 시작해 학생 시절을 모두 안양에서 보냈다. 그래서 지금 안양에서 감독을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다. 과거 안양은 축구 열기가 굉장히 뜨거운 지역이었다. 이 열기를 다시 살리고 싶다. 그렇기에 가슴 벅차면서도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K리그 감독직을 맡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특히 지역 축구인이기에 안양이 감독을 교체할 때마다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정작 2019 시즌이 되서야 안양 감독직을 맡았다.
태국이나 중국에서 감독직 제안을 받은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 안양 감독 후보에 대해서는 다들 그 얘기를 하더라. 매번 안양이 감독을 바꿀 때마다 내가 1순위라고. 가톨릭관동대에서 일하고 있으면 연락이 많이 왔다. “이번에 당신이 안양 감독을 맡는다는데 사실이냐”라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번에 감독을 맡기 전까지 안양 감독직에 관해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연락이 온 적은 없었다. 근데 11월만 되면 꼭 그 연락이 왔다. 나는 그저 “모른다”라고 했다.

이번에는 진짜였다 ⓒ FC안양 제공

솔직히 그 얘기를 들으면 개인적으로 설레는 것은 있었다. 내 청춘을 바쳤던 곳이자 지금도 살고 있는 안양에서 감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 아닌가. 하지만 공식적인 연락이 온 적 없었기에 나는 가톨릭관동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안양 경기를 챙겨볼 틈도 없었다. 경기 비디오 분석하고 선수들 장단점 파악해서 제자들 지도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임무였다. 그런 상황에서 김칫국 마시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안양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내가 그 유명한 축구 명문 안양공고 출신 아닌가. 당연하다.

도대체 안양공고가 어땠기에 그런가?
내가 뛸 당시 안양공고는 정말 대단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하고 그랬다. 그래서 그 당시에(1982년) 아시아학생청소년선수권이 있었는데 안양공고가 단일팀으로 나갔다. 우리 단일팀에 전력 강화를 위해 합류한 선수들이 경남FC 김종부 감독과 한국축구의 전설 중 하나인 김판근이었다. 그렇게 안양공고가 대회에 나가서 아시아도 정복하고 왔다.

당시 안양시 열기는 대단했다. 청소년 대회 우승한 것인데 안양 시내를 관통하면서 카 퍼레이드를 했다. 옛날 뉴스에 나오는 카 퍼레이드 장면을 상상하면 된다. 퍼레이드를 하는데 안양 시민들이 나와서 막 환호해주더라. 심지어 동네에서 힘 좀 쓴다는 ‘건달’ 형님들이나 나이트클럽 같이 유흥업소에서 일하시는 웨이터 형님들도 2층 사무실에서 꽃 던져주고 박수 치고 좋아할 정도였다.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하지만 전력 보강보다는 유출이 더 많은 것 같다. “선수 다 빼앗긴다”라고 걱정하는 팬들도 많다.
빼앗겼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바로 말하자면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팬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나도 공감하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시민구단으로의 한계가 있고 현재 우리 안양에 놓인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이 상황에 대해 우려하시는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싶다. 연달아 잡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프로는 돈이기 때문이다.

안양은 시민구단으로 예산이 빠듯하다. 아껴서 살림을 해야한다. 이번에 이적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우리와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적한 것이 아니다. 계약 만료가 된 것이다. 우리 또한 재계약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더 좋은 대우와 연봉을 제시하는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더 좋은 곳 찾아 떠나는 선수들에게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게다가 우리는 영입 경쟁에서 더욱 불리하다. 예를 들어 우리와 다른 구단이 어떤 선수에게 똑같은 연봉을 제시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 선수의 선택은 어디일 것 같은가? 대부분 다른 구단이다. 만일 금전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선수 입장에서는 환경을 따질 수 밖에 없다. 과연 안양이 현재 선수들이 와서 뛰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환경을 갖춘 곳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임대도 잘 안오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부임 이후 이사회에 강력히 요청한 것 중에 하나가 사라진 선수단 숙소와 식당의 부활이다. 적어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선수가 안양에 오고 우리 또한 경쟁력이 생긴다. 단장님에게 “우리가 잘리더라도 이것은 꼭 다시 하자”고 말했고 단장님 또한 공감했다. 다만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은 쉽지만 없는 것을 다시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같이 노력은 하지만 시일이 걸리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지 않는가.
물론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피곤해 죽겠다. 하하. 영입 리스트에 오른 선수들 비디오 분석하고 검증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입술이 부르튼 적이 없는데 제주도에 오니 이렇게 되더라. 특히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해서는 좀 더 공을 들이고 있다. 구단에 예산을 좀 쓰더라도 실력 좋고 괜찮은 선수를 영입 해달라고 요청했다.

관동대 재직 당시 김형열 감독 ⓒ 스포츠니어스

얼마 전에 울산 김도훈 감독과 전화해서 선수 영입의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울산은 지금 얼마나 ‘폭풍 영입’을 하고 있는가. 그러니 김도훈 감독이 “감독님, 용병술로 하시면 됩니다” 이러더라. 나 원 참. 그래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면서 “누구 놀리냐”라고 말했다. 그럴 땐 참 얄밉더라.

솔직히 시간이 부족해서 오는 아쉬움이 크다. 한 달의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좋을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선수단 구성을 완료하고 조직력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이것이 변명거리가 될 수는 없다. 나는 내가 못하면 내가 책임을 져야지 “이래서 못했다”라는 변명을 하는 것은 싫다.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구단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 축구 도시에 걸맞는 환경을 갖춰야 하고 안양 시민들의 열정 또한 다시 살려야 한다. 나는 언젠가 이 구단의 감독직을 내려놓게 된다. 하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안양 축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성적을 잘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구단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가지고 있다.

그렇게 피곤할 정도면 이우형 전력강화부장이 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 나름대로 날 도울 것이다. 사실 내가 고양KB 감독을 하던 시절 이우형 부장이 코치였다. 이후 내가 전북현대 수석코치로 떠나면서 이우형 부장이 감독직을 맡았다. 한솥밥을 먹어본 사이다. 나를 잘 도와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얼마 전에 업무 관해서 연락도 했다. 아마 지금 부장에 선임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 파악하느라 정신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정리하면 이우형 부장 또한 움직이겠지.

그럼 솔직히 물어보겠다. 조금 민감할 수 있다.
마음껏 물어봐라.

최근 K리그에서 감독 경질시 전력강화부장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래서 전력강화부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또한 있다. 이우형 부장이 선임됐을 때 일부에서는 “벌써 차기 감독 예약”이라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있었다. 감독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가?
에이, 그렇게 볼 필요가 없다. 민감할 문제도 아니다. 처음에 구단에서 내게 전력강화부장직 신설과 이우형 부장 선임에 대해 내게 의견을 물어본 적 있었다.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을 더 선임하는데 거부할 이유도 없고 한편으로는 야인이었던 안양의 창단 멤버를 나름대로 예우를 갖춰 대하는 것 같아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차기 감독이 이우형 부장이라고? 그게 뭐 어떤가.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제해야 할 조건은 내가 지도력을 잘 발휘하지 못해서 떠나는 것이다. 나는 못하면 지휘봉 내려놔야 한다. 내가 못해서 나가면 이우형 부장이 차기 감독에 오르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내가 감독에서 경질된다면 내가 못하는 것이 문제지 이우형 부장의 존재 때문이 아니다. ‘전력강화부장 때문에 쫓겨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그런 시선에 신경 쓸 시간에 더욱 연구를 많이 해야지.

사실 민감한 질문이라 대답을 듣기 어려울 것 같았다.
상관 없다. 이것이 내 스타일이다. 민감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안양의 모든 구성원과 허심탄회하게 대화 하고 공유해야 다 같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이나 안양 시민들 같이 구단을 밖에서 바라보는 분들은 때로 걱정도 많으실테고 궁금한 점도 많으실 것이다. 그러면 입 꾹 닫고 있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거나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최대한 풀어드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안양은 팬들의 열정이 특히 강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구단과 갈등도 있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신임 감독의 역할 또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맞다. 내가 질문 하나 하겠다. 왜 팬들을 ‘열두 번째 선수’라고 부르는지 아나?

왜 그런가?
구단들이 팬을 ‘열두 번째 선수’라고 부르는 것은 팬들을 정말 가족이자 또다른 선수처럼 봐야한다는 것이다. 한 몸이자 우리의 일부분이다. 팬들은 그 어떤 선수보다 구단에 오래 남을 선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선수들과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하는 지도자다. 팬들은 내 가족이자 함께 뛰어 줄 선수다.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가 바로 그 사람들이다. 어떻게 귀를 닫고 함부로 대하나. 대화를 많이 할 생각이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으면 팬들이 질타할 때도 있고 때로는 선수단에 강하게 이야기할 때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새겨 들어야 하고. 대신 나는 팬들의 불신이 깊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많은 대화를 할 것이다. 선수와 감독이 서로 불신하면 팀이 엉망이 되지 않는가? 팬들과의 관계 또한 그렇다. 대화로 풀지 못할 것이 없다. 힘들 때는 서로 소주 한 잔 하면서 풀고 좋을 때는 같이 기뻐하면서 이야기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가족들도 그렇게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내 할 일에 소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팬들 열정적이다. 팀을 사랑하는 마음도 남다르고 인내심도 강하다. 하지만 그런 만큼 더욱 열심히 해야한다. 그래서 아무리 우리가 힘들고 어려워도 최소한의 승률 이상은 거둬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팬들에게 이기는 기쁨을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닌가.

그렇다면 역시 목표는 승격인가?
내가 취임 이후 몇 차례 인터뷰를 했다. 그 중 한 기자가 이렇게 물어보더라. “감독님, 승격 생각은 있으신 거죠?”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당연히 있죠. K리그1에 가고 싶지 않은 감독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당장은 아니다. 성급하게 곧바로 승격을 노리는 것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올라갈 것이다.

공은 둥글다고 하지만 축구는 투자에 따라 성적이 나오는 스포츠다. 승격을 하려면 투자를 많이 하면 된다. 그렇다고 안양이 투자를 많이 해서 승격을 하면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당장 자금 100억원을 끌어다가 승격을 하더라도 남는 것은 없다. 지금 우리는 곧바로 승격을 노리는 것보다 차근차근 기틀을 다시 잡고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내가 선수단 미팅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여기 자선 사업을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사회 공헌하러 온 것 아니다. 나도 돈을 벌어야 하고 가정을 먹여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성적을 내야 한다. 1년만 하고 나가는 게 아니라 2년도 하고 3년도 해야 한다. 성적을 내는 것은 너희들의 발에 달렸다. 결국 내 목숨은 너희가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너희가 나와 지내보고 ‘이 사람은 아니다’ 싶으면 공 대충 차도 좋다. 하지만 나와 계속 함께 하고 싶다면 너희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다오.” 나는 성적으로 평가 받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최고의 성적을 내는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강팀이 되고 승격 또한 노릴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승격을 노리겠다는 공약은 남발하지 않겠다. 구단의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안양은 강해질 수 있다. 지금 최대호 시장님과 신임 장철혁 단장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구단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 단지 팬들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안양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
우리의 전력이 비교적 열세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다른 팀들의 규모가 백화점이라면 우리는 슈퍼마켓이다. 하지만 동네 상권이 대기업 때려잡는 맛도 있어야 이게 축구 아니겠는가. 그리고 우리 안양은 예전부터 쉬운 팀이 아니었다.

일단 모든 팀들이 안양을 만만하게 보는 일은 절대 없도록 만들고 싶다. 우리를 만날 때 손쉽게 승점 3점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히려 안양을 만난다고 하면 상대 팀들이 머리 아파 하고 껄끄러워 하는 그런 팀의 색깔을 유지하고 강화하고 싶다. 만난다고 하면 한숨부터 나오는 그런 팀. 분명히 만들 거고 100% 될 것이다.

첫 번째로 작지만 큰 목표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현실적으로 열심히 한다면 4강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곧바로 승격에 대한 기대를 품는 것보다 4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자신감과 경험을 쌓고 2020년에 승격을 도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책임 회피 또는 ‘1년 더 해먹겠다’ 이런 생각은 아니다. 정말 올해 철저하게 기반을 닦아놓고 내년에는 승격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안양에서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꼽자면 승격과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다. 과거 공부를 하면서 ACL 경기를 몇 차례 봤다. 한국에서 열린 게 아닌 한국 팀이 해외 원정을 떠난 경기였다. 거기서 말할 수 없는 큰 감동을 받았다. 상대 팀 팬들이 경기장을 꽉 채웠는데 우리나라 1~20명 팬들이 그들에게 질세라 응원을 하고 있었다. 태극기와 구단 깃발을 함께 흔들면서. 그 장면을 보며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했다. 눈물 나더라.

우리 안양 팬들에게 그런 경험을 선물해줄 수 있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이다. 팬들이 비행기 타고 해외 원정을 가서 태극기와 안양 깃발을 흔들면서 목청껏 응원한다면 나도 감동이고 팬들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할 것 같다. A.S.U RED를 비롯한 안양 팬들 열정 보면 ACL 원정 가서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해달라.
항상 인터뷰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 고향, 내가 축구를 배웠던 곳에 왔다. 축구에 대한 열망으로 안양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다. 안양 시민들과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드린다. 다만 때로는 실망스러울 때도 있을 것이고 아쉬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 때 조금 더 힘이 되어주시고 격려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팬들께서 그렇게 해주신다면 우리는 반드시 보답을 할 것이다. 보답은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축구장에서 정말 열광적으로 환호하게 하는 것이다. 정말 안양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열광하는 축구 꼭 보여드리겠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그리고 앞서 말했던 ACL 해외 원정.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안양 팬들에게 꼭 선물하겠다.

김형열 감독은 <스포츠니어스>와의 만남에서 모든 것을 툭 털어놓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모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줬고 그 중에는 이른바 ‘오프 더 레코드’도 있었다. 그만큼 그는 거침이 없었고 솔직했다. ‘소통’을 안양의 화두로 던진 김형열 감독이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이 때로는 흥미로웠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감독의 이상향일 것이다. 김형열 감독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가끔은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의 표정을 보며 안양 팬이 감독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받았다. 그는 그만큼 안양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다. ‘안양 감독 김형열’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기에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그의 꿈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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